그러니까 작년쯤의 일이다
그녀가 나를 낡은 성모 앞으로 이끈 것은
낙엽으로 뒤덮인 허름한 성모를 바라보며 그녀는 곧잘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시 대신 소설을 소설 대신 영화를 진화론 대신 창조론 사람 대신 신을 믿는다며 기도를 하듯 중얼거리곤 했다 그녀가 주름진 나무의 줄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엄지손가락으로 나무의 줄기를 훑어보았다 맥을 짚어보았다 비릿한 은행 냄새가 났다 그 속에서 나무에 맺힌 선악과를 몰래 훔쳐먹었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를 떠올렸다1) 구프의 창고 속 천국에 있던 그 무수한 영혼들의 열매를 떠올렸다 2)
믿을 수 없다면 우리는 왜 살아있는 거야
있을지도 모를 천국에서 열매가 된 채 나뭇가지 끝에 기어코 매달려서 서서히 제 몸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영혼들
금방이라도 바닥에 짓이겨 터져버릴
비릿한 질감
터진 채로 다시 죽어버린
두 그루의 은행나무 앞에서 지구를 헤매는
틈틈이 새어 들어오던 햇살에
관통되던 낡은 성모의 얼굴
군데군데 비어버린
1) 그리스도교의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에덴동산의 한가운데에 두 나무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2) 유대교에 따르면, 생명의 나무의 맺힌 열매들은 모두 인간의 영혼이며, 이 영혼은 천국에 있는 구프의 창고로 이어져, 다시 새 생명으로 태어날 때까지 천사의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