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예술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1)
두 명의 프리다 칼로의 그림2)을 보며 어느 시인의 말을 떠올린다 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던 그녀의 심장 소리를 상상하면 물살에 죽은 해파리떼가 떠오른다 뒤섞인 퍼즐 조각처럼 바다에 휩쓸려가는 제 몸을 부풀린 사체들 촉수를 내세우며 유영하길 반복하는
끝없이 긴 방랑자들의 소리
심장 소리
그 원시적인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여름이 되면 곧잘 바다가 보이는 절벽으로 향하곤 했다 그 끝에 여러 갈래로 나뉜 햇살이 바다와 나를 비추고 있었다 꼭 그 모습이 빛의 핏줄 같기도 했다
절벽 아래에 몰려 죽은 해파리떼가 보였다 작은 파도에도 쉽게 휩쓸려가는 듯 했다 파도 소리에 내 심장 소리가 뒤엉켜 들렸다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무리의 테두리가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서서히 끊어져 가는 여러 갈래의 햇살을 보며
그 소리를 상상해봤다
죽어가는 감각 같았다
1) 박연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알마, 2018, 91쪽.
2) 프리다 칼로, 〈두 명의 프리다>, oil on canvas,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