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비가 몰아치는 밤이면 지구에서 육십오 광년 떨어져 있는 푸른 세계의 폭우를 상상한다 침몰된 또 다른 나의 지구 그곳에서의 생활을 상상하곤 한다
이 행성에서는 물 대신 유리가 떨어진대
녹은 유리로 된 빗줄기들이
상공을 가로질러 수평으로 서서 죽어버리곤 한대
저 수없이 떨어지는 빗줄기들을 붙잡아두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력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력으로 일그러진 타원의 행성을 생각한다 외부에서열기를 차마 바깥으로 내뿜을 수 없어서 녹아 사라지지 못한 행성의 파편들을 생각한다
스스로를 붙잡아둘 수밖에 없던
그 외로운 행성을 생각한다
지구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것들이 있어서
여전히 이 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애써 이유를 붙여보며
하늘을 올려본다
새파랗게 개어버린
수많은 유리 빗줄기들의 무덤을 본다
* HD 189733b: 지구에서 육십오 광년 떨어진 행성이다. 지구와 비슷한 푸른빛의 행성으로, 고열로 인해 유리비가 떨어진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