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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인J Mar 31. 2024

HD 189733b

 미친듯이 비가 몰아치는 밤이면 지구에서 육십오 광년 떨어져 있는 푸른 세계의 폭우를 상상한다 침몰된 또 다른 나의 지구 그곳에서의 생활을 상상하곤 한다 

    

 이 행성에서는 물 대신 유리가 떨어진대

 녹은 유리로 된 빗줄기들이 

 상공을 가로질러 수평으로 서서 죽어버리곤 한대  

  

 저 수없이 떨어지는 빗줄기들을 붙잡아두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력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력으로 일그러진 타원의 행성을 생각한다 외부에서열기를 차마 바깥으로 내뿜을 수 없어서 녹아 사라지지 못한 행성의 파편들을 생각한다   

   

 스스로를 붙잡아둘 수밖에 없던

 그 외로운 행성을 생각한다

     

 지구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것들이 있어서

 여전히 이 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애써 이유를 붙여보며 

 하늘을 올려본다

 새파랗게 개어버린 

 수많은 유리 빗줄기들의 무덤을 본다  


        


HD 189733b: 지구에서 육십오 광년 떨어진 행성이다. 지구와 비슷한 푸른빛의 행성으로, 고열로 인해 유리비가 떨어진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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