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을 따라 왼쪽 어깨에 나비를 새기던 날을 기억해
장마 기간이었어 내 방안을 노려보는 모서리 곳곳마다 날아다니는 꿈을 꿨어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해 발버둥치는 날갯짓이었어 여러 틈새를 날아다니던 밤 언젠가 너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적이 있었지 아무도 몰래 단내가 가득하던 눈물을 삼킨 채 너의 어깨 위 붉은 흉터 속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됐어 한동안 벗어나지 못하게 됐어 그 속에서 내 테두리는 번지는 줄도 몰랐지 나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날개막이 투명해진다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너는 말했지
그런데 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날개를 잃어버려야 했다는 건 알고 있니
너는 여전히 몇 알의 수면제를 삼키며 밤을 보내 먼지 쌓인 창문에는 빗방울이 그은 스크래치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그림자가 늘어진 너의 어깨에도 밑줄이 생겨나는 것 같아
나는 온종일 몸을 웅크린 너의 자세를 흉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