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유명해지려는 심리 분석
머리말
필자는 아마추어 독학자이다. 그래서 원고를 쓰면서도 스스로 천학 비재함에 자괴감이 든다.
그러나 대가들의 주장에도 빠진 부분이 있으며 성현의 이론 가운데에도 의혹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을 수 없다고 믿기에 만용을 부려 흡사 우리 예 사람들이 비록 도화서 화원이 아니면서도 흥에 겨워 민화를 그려왔듯이, 또 옛 여인네들이 색색의 헝겊 조각들을 그러모아 한 개의 조각보를 만들었듯이 젊어서부터 떠오른 의식의 조각들을 주어 적어오던 내용을 고치고 더하면서 다듬는 등 나름대로의 생각을 순서에 맞춰 꿰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려 한다.
책의 내용은 명예심에 관한 것인데 제목을 좀 거창하게 단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명예심이 인간 심리에서 매우 광범위하고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믿어 명예에 관한 마음 ―자기를 드러내 보이려는 바람의 목표― 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믿기에 이에 관하여 될 수 있는대로 거의 모든 부면에 걸쳐 적어보기로 했다.
다만 이 책은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실험은 중시하지 않았다. 필자는 필자의 직관에 떠오르는 마음의 표상을 될 수 있는대로 객관성과 보편성에 맞게 적어보려 했다.
상식적 지식 수준의 필자는 학자들의 심혈을 기울인 연구 성과를 존중하여 받아드리되 일반인들의 주장이라도 학자들보다 못하다고 단정하지 않고 사리에 맞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받아 들여 인용했다.
●가치 판단적 언명이나 교훈 충고는 자제하고 사실 판단적으로 쓰는 데 힘썼다.
●중고등학생이라도 읽을 수 있게 될 수 있는대로 쉽게 쓰려고 했으나 필자가 쓰면서 새로 적용한 신조어들이 적지 않은 데다가 맨 우리말[필자가 “한말”이라고 부르는] 낱말로 적었다. 한말로 적었으니 더 쉬워야 하는데 평소 한자어에 익숙해 있는 처지에서는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 일이므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읽기에 불편하신 점이 있으리라고 예상되어 미안하게 여긴다.
①“자기(自己)를 상대적(相對的)으로 우월(優越)하게 제시(提示)함{상대적인 우월 제시}
갈래가 복잡하게 얽힌 인간 행동의 한 근원을 필자는 일단 〘자기를 드러내 보임{자기 제시}〙이라는 단 하나의 개념으로 표현하면서 본고를 시작하는데 이 개념은 “자기(自己)를 상대적(相對的)으로 우월(優越)하게 제시(提示)함{상대적인 우월 제시}”이라는 명제를 줄인 것으로, 때때로는 [제시 본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성〙이란 더 이상의 목적을 지니지 않는 〘궁극적 목적 개념〙임을 나타낸다. 곧 제시하려는 심리는 다른 어떤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뜻이다. 제시 본성은 생명체, 특히 인간은 이 세계에, 그리고 사회에서 그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려는 온갖 행동을 하는데 이것이 가장 두드러진 본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표현이다.
제시 본성은 단지 인간 생존의 원리일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서의 보편적인 삶의 의지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필자는 넓게 보아 생명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자기를 이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질계[수동적 제시계]
〘물질계{물리 화학적 법칙의 세계}〙 ─일반적으로 자연계라고 불리는─ 의 변화를 우리는 〘운동〙*이라고 부른다. 그에 견주어 생명계가 이 세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운동은 행동, 또는 활동이라고 부른다. 곧 활동{행동}은 생명체의 운동이다. 드러나 보임은 저절로{스스로} 그러하다 ┈자연(自然)히 그리되다┈ 는 뜻이다.
물리 화학계는 활동하지 못하는 세계이기에 드러남에 대한 목적어적 개념이 없이 다만 수동적으로 드러나 있을 뿐인 수동적 제시계이다. 자연의 변화는 운동의 과정이며 결과이며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이다. 그리고 그 드러남이 객체적이긴 하지만 우연적 현상이며 따라서 맹목적이다. 이는 물리적 인과율에 의해서 맺어진 물리 화학적* 현상일 뿐이다.
*운동: 물론 필자가 인간들의 움직임도 곧잘 운동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자연계의 움직임을 행동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필자는 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물리 화학]을 간략하게 [물리]라고만 표기하려 한다.
●생명계[능동적 제시계]
이에 견주어 생명계, 특히 인간계의 활동은 자기를 스스로 드러내 보이려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능동적 제시계이다. [드러내다, 드러낸다.*]는 것은 표현 자체가 능동적이다. 이는 그 앞에 대상으로서의 목적어가 전제되어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목적적이며 주체적인 개념이다.
생명체의 변화는 행동이며 드러내 보임의 진화 과정이고 이유이다. 우월성이란 개체 생명체가 자신의〘용질〙을 현재, 또 남보다 더 낫다고 여긴다는 뜻인 동시에 더 낫게 향상시키려 한다는 뜻임도 가리킨다. 드러내기 위해서는 드러내는 주체를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며 드러내기 위한 자료 곧〘용재〙를 필요조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드러내 보임의 진화 과정: 진화론적인 맹목적 변화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해 나간다는 개념으로서의 진화이다.
생명의 본질이 주체를 전제한다는 말은 이 행동은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생명체의 목적적 활동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명체가 이 활동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주체가 있어야 하며
ⓑ드러내 보이기 위한 내용과 재료, 곧〘용재〙가 필요하며
ⓒ그 용재로는 먼저〘신체[몸]〙와〘정신[얼]〙이 있다. 곧 드러내 보임은 몸을 통해서이거나 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드러내 보이기 위한 내용과 자료[용재]인 신체와 정신에는 드러내 보이기 위한 수단인 여러 기관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그런 기관을 설치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드러내 보이는 활동에는 드러내 보임을 받아들이는 자〘수용자(受容者)〙를 전제한다. 수용자가 전제되지 않는 제시는 속이 빈 개념에 불과하다.
따라서 몸과 정신에는 드러내 보임의 밑바탕인 여러 가지 기관의 조직계통 ―몸에는 호흡계ㆍ소화계ㆍ생식계ㆍ순환계ㆍ그 밖의 여러 조직, 정신에는 뇌와 신경계ㆍ논리적 원리ㆍ오성적 범주ㆍ〘지(知) ∙ 정(情) ∙ 의(意)〙 등― 의 정신적 역할 등]과 감관이 설치되어 있다.
감관은 드러내 보이기 위한 목적적 의지에 따라 우열의 비교 대상인 상대방을 ⎯쇼펜하우어가 지적한 바와 같이⎯ 보려는 의지가 눈을, 들으려는 의지가 귀를 구비할 것이다. 그 밖의 감관들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