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 성 론 실마리

사람들이 유명해지려는 심리 분석

by 이무경


머리말


필자는 아마추어 독학자이다. 그래서 원고를 쓰면서도 스스로 천학 비재함에 자괴감이 든다.

그러나 대가들의 주장에도 빠진 부분이 있으며 성현의 이론 가운데에도 의혹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을 수 없다고 믿기에 만용을 부려 흡사 우리 예 사람들이 비록 도화서 화원이 아니면서도 흥에 겨워 민화를 그려왔듯이, 또 옛 여인네들이 색색의 헝겊 조각들을 그러모아 한 개의 조각보를 만들었듯이 젊어서부터 떠오른 의식의 조각들을 주어 적어오던 내용을 고치고 더하면서 다듬는 등 나름대로의 생각을 순서에 맞춰 꿰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려 한다.


책의 내용은 명예심에 관한 것인데 제목을 좀 거창하게 단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명예심이 인간 심리에서 매우 광범위하고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믿어 명예에 관한 마음 ―자기를 드러내 보이려는 바람의 목표― 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믿기에 이에 관하여 될 수 있는대로 거의 모든 부면에 걸쳐 적어보기로 했다.


다만 이 책은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실험은 중시하지 않았다. 필자는 필자의 직관에 떠오르는 마음의 표상을 될 수 있는대로 객관성과 보편성에 맞게 적어보려 했다.


상식적 지식 수준의 필자는 학자들의 심혈을 기울인 연구 성과를 존중하여 받아드리되 일반인들의 주장이라도 학자들보다 못하다고 단정하지 않고 사리에 맞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받아 들여 인용했다.


●가치 판단적 언명이나 교훈 충고는 자제하고 사실 판단적으로 쓰는 데 힘썼다.

●중고등학생이라도 읽을 수 있게 될 수 있는대로 쉽게 쓰려고 했으나 필자가 쓰면서 새로 적용한 신조어들이 적지 않은 데다가 맨 우리말[필자가 “한말”이라고 부르는] 낱말로 적었다. 한말로 적었으니 더 쉬워야 하는데 평소 한자어에 익숙해 있는 처지에서는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 일이므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읽기에 불편하신 점이 있으리라고 예상되어 미안하게 여긴다.





인성론 실마리


❶[드러내다(자기 제시)]의 의미

①“자기(自己)를 상대적(相對的)으로 우월(優越)하게 제시(提示)함{상대적인 우월 제시}


갈래가 복잡하게 얽힌 인간 행동의 한 근원을 필자는 일단 〘자기를 드러내 보임{자기 제시}〙이라는 단 하나의 개념으로 표현하면서 본고를 시작하는데 이 개념은 “자기(自己)를 상대적(相對的)으로 우월(優越)하게 제시(提示)함{상대적인 우월 제시}”이라는 명제를 줄인 것으로, 때때로는 [제시 본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성〙이란 더 이상의 목적을 지니지 않는 〘궁극적 목적 개념〙임을 나타낸다. 곧 제시하려는 심리는 다른 어떤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뜻이다. 제시 본성은 생명체, 특히 인간은 이 세계에, 그리고 사회에서 그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려는 온갖 행동을 하는데 이것이 가장 두드러진 본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표현이다.


제시 본성은 단지 인간 생존의 원리일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서의 보편적인 삶의 의지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필자는 넓게 보아 생명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자기를 이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➁물질계와 생명계

물질계[수동적 제시계]

〘물질계{물리 화학적 법칙의 세계}〙 ─일반적으로 자연계라고 불리는─ 의 변화를 우리는 〘운동〙*이라고 부른다. 그에 견주어 생명계가 이 세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운동은 행동, 또는 활동이라고 부른다. 곧 활동{행동}은 생명체의 운동이다. 드러나 보임은 저절로{스스로} 그러하다 ┈자연(自然)히 그리되다┈ 는 뜻이다.


물리 화학계는 활동하지 못하는 세계이기에 드러남에 대한 목적어적 개념이 없이 다만 수동적으로 드러나 있을 뿐인 수동적 제시계이다. 자연의 변화는 운동의 과정이며 결과이며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이다. 그리고 그 드러남이 객체적이긴 하지만 우연적 현상이며 따라서 맹목적이다. 이는 물리적 인과율에 의해서 맺어진 물리 화학적* 현상일 뿐이다.


*운동: 물론 필자가 인간들의 움직임도 곧잘 운동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자연계의 움직임을 행동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필자는 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물리 화학]을 간략하게 [물리]라고만 표기하려 한다.


생명계[능동적 제시계]

이에 견주어 생명계, 특히 인간계의 활동은 자기를 스스로 드러내 보이려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능동적 제시계이다. [드러내다, 드러낸다.*]는 것은 표현 자체가 능동적이다. 이는 그 앞에 대상으로서의 목적어가 전제되어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목적적이며 주체적인 개념이다.


생명체의 변화는 행동이며 드러내 보임의 진화 과정이고 이유이다. 우월성이란 개체 생명체가 자신의〘용질〙을 현재, 또 남보다 더 낫다고 여긴다는 뜻인 동시에 더 낫게 향상시키려 한다는 뜻임도 가리킨다. 드러내기 위해서는 드러내는 주체를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며 드러내기 위한 자료 곧〘용재〙를 필요조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드러내 보임의 진화 과정: 진화론적인 맹목적 변화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해 나간다는 개념으로서의 진화이다.


생명의 본질이 주체를 전제한다는 말은 이 행동은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생명체의 목적적 활동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명체가 이 활동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주체가 있어야 하며

ⓑ드러내 보이기 위한 내용과 재료, 곧〘용재〙가 필요하며

ⓒ그 용재로는 먼저〘신체[몸]〙와〘정신[얼]〙이 있다. 곧 드러내 보임은 몸을 통해서이거나 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드러내 보이기 위한 내용과 자료[용재]인 신체와 정신에는 드러내 보이기 위한 수단인 여러 기관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그런 기관을 설치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드러내 보이는 활동에는 드러내 보임을 받아들이는 자〘수용자(受容者)〙를 전제한다. 수용자가 전제되지 않는 제시는 속이 빈 개념에 불과하다.


따라서 몸과 정신에는 드러내 보임의 밑바탕인 여러 가지 기관의 조직계통 ―몸에는 호흡계ㆍ소화계ㆍ생식계ㆍ순환계ㆍ그 밖의 여러 조직, 정신에는 뇌와 신경계ㆍ논리적 원리ㆍ오성적 범주ㆍ〘지(知) ∙ 정(情) ∙ 의(意)〙 등― 의 정신적 역할 등]과 감관이 설치되어 있다.


감관은 드러내 보이기 위한 목적적 의지에 따라 우열의 비교 대상인 상대방을 ⎯쇼펜하우어가 지적한 바와 같이⎯ 보려는 의지가 눈을, 들으려는 의지가 귀를 구비할 것이다. 그 밖의 감관들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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