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당신은 몇 권의 철학책을 읽어보았는가? 만일 한 권도 없었다면 꽤나 유감일 것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요, 철학은 인생의 나침반이니 철학책은 곧 스스로의 마음을 색칠하는 방법에 대한 지시사항이나 다름없다.
철학은 인생에 색깔을 더한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에게는 새로운 생각의 씨앗을 심으며 위로 인도하고, 이미 가야 할 길을 아는 자들에게는 더 다채로운 성취의 방향을 제시한다. 목표 달성뿐만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서도 동일하다. 인생이 무던하고 무료하여 마치 색으로 따지면 회색과도 같은 삶에는 붉은색 한 방울부터 시작하여 스스로의 철학을 키우며 더해나갈수록 그 무채색을 자신만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변화시킨다.
이 세상에서 살다 보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 하느냐 안 하느냐, 그 또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며 그 일을 할 때의 방식과 마음가짐 그 또한 전부 자신만이 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것들에는 자신의 철학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줏대조차 없는 인간들은 매 순간 마구 흔들려 결정의 번복을 거듭한다던가, 시행 단계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던가 하며 그 '일관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스스로가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또는 아직 알아가고 있으나 좌절을 거듭 겪는다면, 자신만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것조차 힘들다면, 다른 이들의 철학을 엿보며 모방하려는 마음가짐이라도 새겨두어야 한다. 거기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책이다. 너무 어려운 책일 필요도 없다. 철학 전공 서적도 더더욱 아니다. 그저 시장에 출간된 책 중 마음에 드는, 자신의 마음이 가장 이끄는 책을 한 권 골라 집으면 그것이 당신의 평생 갈 철학책이 될 것이다.
스스로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에게선 어떤 태도를 엿볼 수 있는가? 그런 사람들은 백이면 백 전부 생각하기를 취미로 삼듯 즐겨 한다. 마치 직업이 사색하는 사람인 것처럼, 그들은 어떤 주제든, 무엇이든 머릿속에 붙잡아 두고 철저히 분해하여 자신만의 철학을 도구로 삼아 연구한다. 평상시 눈동자에 초점이 없고 흐리멍덩하게 허공을 응시하며 더 이상 빛나지 않는 홍채로 세상을 자신의 눈동자에 비추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주의 깊게 관찰해 보라. 바로 가장 되지 말아야 할 표본이 당신 눈앞에 있는 꼴이니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인물은 이미 하늘 아래 하도 하여 구태여 누군가를 지목하거나 집어주거나 특정해주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서 눈치껏 짐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부류 중 하나를 특정해 주자면, 자신의 인생을 한탄밖에 하지 않는 자를 멀리해야 할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항상 변화를 추구하나 잘 되지 않아 한탄을 일삼는 자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변화가 외력으로 인해 촉발되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게으른 기회주의자"들을 기피하라는 뜻이다. 그런 부류가 가지는 철학은 무엇이겠는가? 애당초 철학이 그들 머릿속에 존재하겠는가? 있다 한들, 그것이 건강한 철학이겠는가? 필자는 그것은 갖다 버려야 할 쓰레기 정도로 치부할 것이다.
기회주의적인 행실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스스로가 거머쥘 수 있는 특권이 널려 있음에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며 전부 잃어버리는 것보단, 내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며 전부 이용해 스스로에게 득을 가져다주는 것이 훨씬 지혜롭게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그것도 정도껏, 눈치 정도는 봐가며 하자. 너무 지나치면 그것도 독이다. 남들이 당신을 정말 "기회주의자"로 낙인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이 타이틀은 마음가짐으로써는 좋으나 꼬리표로써는 최악에 가깝다. 이 또한 사회가 가진 인식에 기인한다.
특이한 철학자 한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부지런히 사는 것, 스스로 떳떳하게 사는 것, 퇴근 후 술 한 잔 하는 것, 사랑 앞에선 떳떳하며 스스로만을 믿을 것을 철학으로 여겼던 자다. 그러나 그의 말로(demise)는 영 좋지 못했다고 첨언해주겠다. 그 이유는, 그의 행실이 이것을 스스로에게만 좋은, 남들에겐 폐를 끼치는 철학이 되도록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건강한 철학이지 못했으며, 스스로도 그것을 놓아버린 지 오래였다. 개개인이 가지는 배경은 수천만가지기에 이 자도 그러하겠으나,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덕분에 그는 스스로의 평생이 굉장히 단조로울 뻔했던 사람이었다. 스스로는 그것에 변화를 부르고자 다짐했던 인생관이었을 터, 그러나 그것은 나아가 자신이 관계에 있던 많은 사람들, 가장 중요했던 사람들까지 그를 떠나가게 만들었다.
필자는 저 자와 가까웠던 자로서 그를 철학자라 부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일상은 올곧아 보였으나, 내부가 흔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그가 철학을 평생에 걸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미지만을 위해 잠깐 고심한 것뿐이라는 티가 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 때 그도 철학책을 읽으며 고심했었을 사나이였을 터, 그러나 그 광명은 바랜 지 오래며 다시 가꾸며 돌본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철학은 또 다른 나 자신과도 같다. 그 또한 세심히 가꾸며, 매일같이 챙기며, 서로 대화해야 한다. 나 자신이 다짐했던 것들을 다시 되새기기 위해, Refresh하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또 보충해나가기 위해, 교정하고 새로 쓰기 위해 자신의 동반자와 마찬가지로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또한 낡고 부서져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철학이 가지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 영향력은 잘 가꾸어지고 다듬어지고 잘 설계되었을수록 선할 것이며, 당신을 더더욱 밝게 빛내는 데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아무리 할 일이 많고 삶이 힘들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철학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마라. 우선순위를 잘 매겨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스스로가 짓눌려가는 것을 방관하지 마라.
2024 0329 1155
점심시간 이전 생각의 양식을 먼저 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