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꾸덕하고 달콤한 진심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쓸 때면 주로 평소에 묵혀둔 부정적인 감정을 꺼내 사용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받은 상처, 목표를 향해 노력하던 땀, 남모르게 흘릴 눈물 같은 것들을 한 곳에 모아 모아 글을 통해 그 감정을 배설해 왔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매번 노트북을 열 때마다 글에 잡아먹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왔다.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하다가도, 싫어했다.
그러나 내 삶의 군데군데 "행복"에서 비롯된 글을 쓸 수 있는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오늘 있었던 일이 그렇다.
오후 11시, 당신이 손수 만든 얼그레이 크림치즈와 참 크래커를 받았다.
당신이 나에게 보여준 마음과 똑 닮아있다.
당신을 닮은 귀여운 고양이 스티커가 하얀 크림치즈 뚜껑 위에 붙어 있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크림치즈를 작은 통에 나누어 담고, 스티커를 골랐을까?
크래커에 꾸덕한 크림치즈를 콕 찍어 먹어보니 맛도 참 달콤하다.
당신의 마음과 닮았다.
섣불리 감정을 흘려보내는 요즘 세상과는 달리 당신의 마음은 하나하나 정제되어 진심만이 녹아있고, 참 꾸덕하다.
웃는 모습과 말투는 다른 사람의 얼음장 같은 경계심을 화악 녹일 정도로 달콤하지.
누군가의 얼그레이 크림치즈 같은 마음을 나눠 받는 것이란, 참 행복하다.
우울함에만 갇혀 그걸 필사적으로 내뱉으려고 글을 써온 내가 저절로 노트북 앞에 앉아 웃는 얼굴로 글을 쓰게 만들 정도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나는 얼그레이 크림치즈를 좋아한다.
나는 당신이 보여준 꾸덕하고 달콤한 진심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