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

물리, 화학, 생명 과학, 지구 과학, 4가지 과목 중에 물리를 공부했다. 사람들은 종종 "왜... 과학을 전공했어요? 그게 재밌어요?"라고 물어본다. 심지어 같은 과학을 전공한 분도 "물리가 재밌어요?"라고 질문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가 조금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나도 과학을 공부하는 것보다 나영석 PD의 예능을 보는 게 더 재밌고, 먹고 싶은 음식 레시피를 찾아서 요리하는 게 더 즐겁고 친구들하고 디저트를 먹으면서 시시콜콜 떠드는 게 훨씬 신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한다.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가뭄에 콩 나듯이 재밌을 때가 있어요." 물론 가뭄에 콩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콩을 발견하는 순간 알 수 없는 희열이 있다. 그것 때문에 아직도 과학을 하고 있나 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참 희한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런데 그 궁금한 걸 직접 찾아보지 않았다.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거나 실험을 하거나 했으면 아마도 부모님은 에디슨을 낳은 줄 아셨을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오히려 과학에 재미를 느끼게 했다.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면서 "어! 내가 궁금했던 거였는데!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하며 나 혼자만의 질문 도장 깨기를 했다. 가뭄에 콩이 나는 순간이다.


이제는 과학을 배우는 동시에 과학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과학을 알려주고 있다. 가능하면 나도 과학 크리에이터 '궤도'님이나 유튜브 '긱블'처럼 학생들의 집중을 확 끌만한 내용을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수업 현장에서는 맘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신규 교사인 나로서는 진도 나가기에도 급급하고 노련함이 부족하다. 나름 "이 단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줄까?" 하며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알려주고 싶은 재밌는 과학 이야기를 왕창 꺼내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과학을 주제로 글을 쓰면 누가 읽을까?",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닌데 자칫 잘 못 전달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지만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작해 보려 한다.


이번 브런치 북에는 과학을 배우면서 가뭄에 콩이 났던 순간들을 모아 글을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독자분들에게도 "어라, 꽤나 재밌잖아!?"라고 느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