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어려운 단원을 가르치는 날은 수업 중에 섬뜩할 때가 있다. 졸음을 이기려는 학생들의 이성이 본능과 싸우다 결국 진다. 앉은 채로, 눈을 뜬 채로 존다. 눈동자가 점점 돌아가가고 흰자가 보인다. 앞에서 수업하고 있는 나는 흰자만 뜨고 있는 학생과 눈이 마주친다. (마주친 건가?) 수업이 끝나고 정신을 차린, 아니 덜 차린 학생이 질문을 하러 나에게 왔다. 질문에 대답을 해 줬지만 아직도 이해를 못 한 눈치이다. 그 학생이 영혼 없는 눈으로 말을 뱉었다. "과학.... 나중에 어디다 써먹어요..?"
아주 옛날부터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글과 수식으로 자연을 표현한다. 따라서 과학 이론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과학 이론의 역할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 이론은 중요한 역할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자연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 역할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이다. '수헤리베 붕탄질산 플네나마 알규인황 염아칼카'라고 외웠던 그것이 주기율표의 원자번호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들이다. 이 주기율표의 기틀을 만든 사람이 멘델레예프이다. 멘델레예프는 원소를 원자량의 순서대로 원소들을 배열했다. 현재의 주기율표는 빈 공간이 거의 없이 꽉꽉 채워진 상태이지만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빈 공간이 있다.
그 당시까지 발견된 원소는 50여 개였다. 멘델레예프는 자신이 생각한 규칙성대로 원소를 배열했는데, 그 칸에 해당하는 원소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멘델레예프는 이 세상에 이 빈칸에 맞는 원소들이 분명 존재할 거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발견이 안 되었을 뿐이라고. 이후 과학자들은 그 빈 공간의 원소들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고 갈륨, 저마늄(게르마늄) 등을 발견했다. 즉, 멘델레예프는 자신의 과학 이론에 근거하여 자연에 있는 원소를 예측한 것이다.
예시가 다소 옛날이야기라 현재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예측'에 대한 과학의 역할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있다. 과학자들은 그 이론에 근거하여 '중력파'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는 2016년에 실험을 통해 관측되었다.
또 '예측'이라고 하면 주술사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마치 아주 고대에 주술사가 '태양의 신이 노하여 땅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그 힘을 잃을 것입니다. 폐~하!'라고 예언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다. "올여름엔 예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어 농작물 생산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라고 기상청에서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다만, 시큰거리는 무릎의 컨디션이 아닌 엄청난 데이터를 토대로 날씨를 예측한다. 과학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영역이 날씨 분야이다.
"과학...... 어디다 써먹어요?"라고 말한 학생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영혼 없는 눈이 웃기기도 했다. 학생의 물음에 "다 쓸데가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때 오늘 글의 내용 '과학의 역할'에 대해 말해줬더라면,,,,
,,,,아마 도망갔겠지?
원자량 : 원자의 상대적인 질량이다.
중력파 :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있는 물체 주변은 공간이 휘어진다고 주장했다. 그 질량에 의해 공간이 출렁인다고 했고 이를 중력파라고 한다.
(트램펄린 위에 볼링공을 올려놓고 갑자기 볼링공이 사라졌다고 상상을 해보면 이해하기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