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있다. 소위 연인 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모태 솔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ㅜㅜ) 그런데 나는 정말로 연애를 글로 배웠다. 그것도 우리 엄마 아빠의 연애편지로! 대부분의 어린이들, 만 4세 정도가 되면 집에 있는 서랍장을 여는 행동들을 자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집에 있으면 서랍장을 열었다 닫았다. 안에 무엇이 들었나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 수북이 쌓여 있는 편지들을 발견했다. 바로 엄마 아빠의 연애편지였다. 족히 100편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막 글을 읽을 수 있었던 나는 틈틈이 그 연애편지를 몰래! 전부! 읽었었다.

엄마와 아빠는 20살 무렵 고깃집에서 만났다. 엄마는 회사 회식 자리였고 아빠는 잘 모르겠다. 서로 다른 테이블이었지만 아빠가 엄마한테 반했던 것 같다. 이때 이후로 엄마와 아빠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얼마 가지 않아 아빠가 군대에 가게 된다. 아빠가 군대에 가서도 엄마와 아빠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엄마가 아빠에게 쓴 편지 중에 아빠가 첫 휴가를 받아 다시 재회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아빠가 군대를 간 이후로 살이 너무 빠지고 피부가 너무 타서 못 알아볼 뻔했다는 내용이었다. 편지 내용은 애틋했으나 내 상상 속 아빠는 너무 웃겼다. (왜냐하면 배가 나오지 않은, 마른 아빠를 본 적이 없다.) 편지의 내용은 사실 크게 자극적인 내용은 없었다. 함께 산에 간 내용, 함께 족발을 먹었는데 아빠는 족발을 처음 먹어 봤다는 내용, 일 끝나고 함께 자연 농원에 간 내용, 보고 싶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사소한 일상들이 웬만한 로맨스 드라마보다 간질간질했다.

사실 엄마는 그 당시 들이대던 다른 남자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깔끔히 거절하고 아빠와 결혼을 했다. 나중에 엄마한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책임감 있는 아빠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또 가정적인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인정한다. 우리 아빠 요리 잘하고 아기들을 좋아한다. 또 실제로 엄마가 첫째를 낳았을 때 아빠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 옆에서 모든 것을 해주었다고 했다. 화장실 데려다 주기, 밥 먹여 주기 등등. 지금도 여전히 가정적이시다.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커서 누구랑 결혼할 거야?'라고 물으면 "아빠!"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 역시 비슷하다.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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