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계속 공부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2024년에는 많은 일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이루지도 못하고, 이상한 곳에서 내가 가장 멀리하고 싶은 부분만 늘어났습니다.
나대지를 취득하는 과정에 계산을 부지런히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몸도 중간에 조금 아파서 곤란했고, 내가 취득해야 하는 점수는 3점이 모자라서 그냥 턱 밑에서 끝나버렸습니다.
계속 바보 3형제인 건축사 3명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솔직히...... 정말 솔직히...... 그 자질이 의심될 정도이기는 합니다. 제 외삼촌이지만, 쉽게 산다 싶기도 하고...... 어머니의 경우에는 누구를 평가를 절대 안 하시는 분인데, 외삼촌이 먼저 선을 넘는 바람에 다투는 일도 생겼어요.
그 와중에 저는 공부는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시험 보기 직전에 다 볼 수나 있을까 하는 책을 어찌어찌 다 봤네요. 그냥 오늘 책 하나가 끝났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갑자기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시더군요.
나는 Calm(가명)이 우리 큰오빠 같이 될까 봐 솔직히 겁나.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하는 이유가 뭐니?
다른 사람이 물으면 항상 이렇게 대답했어요.
당신이 내 인생 책임져줄게 아니면 궁금할 필요가 있나?
그런데 어머니께는 솔직히 대답했어요.
이거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그냥 몸이 굳기 전에 머리가 굳어버리고,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서......
밥값도 지금 못하는데,
하려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어서......
어머니는 저한테 다 합하면 십억 정도를 벌어준 우리 아들이라고 자랑하고 다니시는 건 아니고, 저랑 둘이 있을 때는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중요한 건 대차대조를 해보면 제 병원비가 들어간 게 있어서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드렸어요.
가끔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참고로 제가 번 돈은
주식이나 코인이나 펀드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아닙니다.
돈만 벌면 된 거지 뭐를 그렇게 하고 싶냐는 식으로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냥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는데, 저한테는 그냥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라고 봐야 하는데, 돈하고 거리를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많이 합니다.
제가 제 인생에 대해서 명확히 기억이 나는 건 5살 정도부터인 것 같아요.
당시로 돌아가면 친가와 외가의 괴리가 정말 너무 컸습니다. '하늘과 땅차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아요.
단적인 예로......
세뱃돈을 동전으로 받아보셨나요?
안 받으면 안 받았지, 저는 친가 쪽에서 세뱃돈을 동전으로만 6년을 받았습니다. 그다음 지폐로 바뀌더군요.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생각해서 명절이 되면 친정을 가지 않으셨어요. 물론 외조부모님이 빨리 돌아가신 탓도 있지만, 아버지를 생각한 배려라는 건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시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월급은 지금도 생각나지만 13배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어머니가 더 많이 받으셨어요. 그래서 저는 저축이 우선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항상 있는 것에 50%만 발휘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살아왔어요.
맨땅에 헤딩을 하는 우리 집은 돈이 모아지면 빼앗아가는 아버지 형제들과 누나와 여동생 때문에, 어린 마음에도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에 치열하게 자산을 모아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너무 처절해 보였어요.
모아놔도 빼앗아갈 텐데, 뺏긴 상태에서 또 쪼개서 모으고......
아마 상상이 안되실 겁니다.
그래서 제가 중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아버지께 돈과 좀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드렸더니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군요.
어머니는 어느 정도 있어야 생활이 윤택해진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적극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직업이 좋아야 하고
이런 말은 한마디도 안 하셨어요.
그냥 하고 싶은 직종이 있는데, 그게 벽이 좀 많이 높아서 제가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어요.
돈을 안 받더라도 그 일을 해보고 싶어요.
우선은 저 같은 괴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 가장 크고, 남을 괴롭히거나 쥐어짜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머니께서 심오한 질문을 하셔서 그런 대답을 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다 보니 너무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요.
아마 시간이 지나면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하는 이 건축 문제도 다 지나가 있겠지요?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이 아플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공부를 하면서도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아마 지금 옆에 가족이 없었으면 저는 이미 이상한 선택을 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같이 편하게 살고 싶어서 한 행동이 문제를 더 어렵게 꼬아버린 것 같아서 죄책감이 몰려오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