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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May 02. 2024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프롤로그

경영 관련 서적은 주로 여러 기업체를 연구한 학자들이 본인들의 경험과 이론을 토대로 다른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나 성공한 기업가들의 경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런 책을 읽을 때면 현재 근무 중인 회사의 모습과는 괴리가 너무 커서 그저 ‘이렇게 다른 회사의 이야기가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평범한 30여 년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누구에게 교훈이 될 만한 경력을 갖고 있지 못하면서 굳이 책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 서적이 대기업 중심의 환경과 경영에 대한 생각으로 쓰인 내용들이라 기업과 직원 수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중견기업 오너와 직원들에게 참고될 만한 내용을 적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기업 통계에 따르면 기업 수의 99.9%인 771만 개의 기업체가 중소기업에 해당하고, 종사자 비율로는 81%를 차지하나 매출액 점유율은 46.9%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기업의 규모와 환경이 너무 다른데 성공적인 대기업을 다룬 경영 서적의 이론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사상을 참고로 하기에는 너무 한계가 많다는 생각이다. 책을 통해서 경영 지식을 습득하고,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여 회사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함이 경영 관련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일 터인데, 우리나라의 중소, 중견기업이 갖고 있는 내부 경영 여건의 한계로 인해 그들의 문제에 실질적인 접근을 하여 개선을 유도하려는 사례를 접하기 쉽지 않았다.

 물론 몇몇의 중소, 중견기업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였거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회사들이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겪으며, 경영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갖고 있어 경험을 공유하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 다소 의욕적으로 표현하자면 중소, 중견기업의 경영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고, 방향 제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60~80년대의 산업화의 과정에서 국가 주도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그 중심에 대기업이 있었다. 대기업의 부품 조달의 필요성으로 사업을 수직계열화하여 그룹의 형태로 발전하였고, 비즈니스의 규모가 크지 않거나 수직계열화하기 어려운 품목들을 생산하는 중소, 중견기업들의 상당수가 그 시기에 창업되었다. 그런데 당시 창업하여 지금의 중견기업에 이른 기업들이나, 90년대 또는 그 후 창업하여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비교적 젊은 기업들조차 내부의 상황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경영이 되고 있음을 직,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바람직하지 못한 경영으로 인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회사들이 발전하지 못한 채 소멸하고, 오너와 직원이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아 그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했으면 바람이 글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과 일본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발전하여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독일의 경우 44만 개의 중견기업에서 전체근로자의 46%를 고용하며 전 세계 강소기업의 55%인 1500개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회사가 2代 가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흔히 듣게 되는데 이 말은 세 가지 차원에서의 의미를 가진 것 같다. 하나는 창업에 성공하여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루었으나 급격한 경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본인의 경영 역량 부족으로 후계자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어려울 정도로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지속 가능한 기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후계자의 경영 역량이 필요한데 창업주의 역량에 미치지 못하여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는 상황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경영권 유지 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속세의 적정성 관련 이슈일 것이다. 결국 오너 일가의 경영 능력과 재산 승계 관련 문제인데, 필자는 경영 관련 사안에 국한해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엔 놀라운 일이다. 초, 중, 고 대학시절을 거치면서 글 쓰는 재주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대학을 졸업했으니 매우 오래 전의 얘기지만, 내게 글쓰기 숙제는 언제나 어려운 과제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200자 원고지 열 장 써야 하는 독후감 숙제의 분량 채우기도 힘들어했는데 어쩌려고 길고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그래서 30여 년 동안의 내 전문분야에서의 경험을 한 권에 책에 담는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쉽게 쓰려고 노력하였다.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단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고민하고 느껴왔던 내용의 전달이 목적이므로 편한 마음으로 쉽게 쓰기로 했다. 회사의 업무 관련 내용이니 그리 재미도 없을뿐더러, 쓸 수 있는 소재가 한정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2023년 초 30여 년의 직장 생활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 볼 겸 경험과 에피소드를 나열해 보니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의 30여 년의 직장생활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회사 생활에서의 성공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가치의 평가인 것 같다. 첫째는, 누구나 생각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높은 직급에서 안락한 삶을 영위할 정도의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통상적 시각에서 보는 평가일 터이고, 둘째는, 각자의 평가가 되겠지만 자신이 실현하고자 했던 직장 생활의 꿈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가에 대한 평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아실현에 대한 만족도라고 얘기해야 될까? 

혹자는 요즘처럼 정리해고가 자유로운 요즘 시대에 오십 대 후반까지 직장 생활을 유지했으면 그 자체로도 나름 성공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그건 사람마다의 주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말일 터이고, 아무튼 나는 나 자신의 회사 생활에 대해서 성공했다고 자부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두 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왜 꿈이 실현되지 못했고 지금도 갈등 속에 직장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쓰게 되었다.

공자 말씀이 40이면 불혹(不惑), 50이면 지천명(知天命), 60이면 이순(耳順)이라고 하였건만 나는 오십 대 후반이 된 지금도 아직도 불안정한 마음을 갖고 있고 과거에 어떤 선택을 하였던 것이 최선이었는지를 모르겠으니, 정신적으로는 아직 나이에 맞는 성숙함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은, 많이 부족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또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일하기 좋은 행복하고 바람직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상호 간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오너와 직원은 화합하기 어렵고 이는 필연적으로 정체되거나 도태될 수 밖에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의 이직을 통하여 대기업, 다국적기업, 컨설팅기업, 중소, 중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각 회사들의 문화, 조직구조,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에 대해 느낄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경험이 책을 쓸 수 있는 배경이다. 나는 스스로 평가하기에 비교적 젊은 시절에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온 것이 샐러리맨으로써 절대 잘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 덕분에 마음 고생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 것으로 생각한다. 역시 모든 선택은 반대급부가 있는 것이니 너무 마음 졸이며 살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한국의 중소,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많은 근로자들이 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장에서 근무하길 희망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매스컴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대기업과의 격차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대기업 직원들도 스스로의 직업에 만족한다고 대답할 수 있는 비율이 그다지 높진 않겠지만, 중소,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의 만족도는 더욱 낮을 것이다. 이는 한국의 99.9% 회사에서 근무하는 81.3% 급여 생활자들의 대부분은 대기업과 비교해서 급여 수준, 복지 수준, 근무여건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기업을 이루는 것이 더 나은 근무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 것은 사실일 테니, 보다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적어 보겠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버티기에 급급한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멀리 보고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하나씩 준비해 간다는 관점에서 책을 봐주었으면 한다.

이 책에서는 주로 다루는 대상 기업은 대체로는 연 매출 기준 1천억~1조 정도의 중견 제조 기업군에 속하는 회사들이다. 이런 기업군에 속해 있는 회사들이 지속적인 개혁을 이루며 성장하기를 희망하며 글을 시작해 본다. 부족한 글 솜씨를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필자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 보다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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