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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May 04. 2024

1장 - 벌거벗은 임금님(1)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우리는 가끔 회사가 2代 가기 어렵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50대 또는 100대 기업 중 몇 개의 기업이 이탈하였고 몇 개가 새로 진입하였는지 언론을 통해 접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기업의 지속 가능이 어렵고, 심한 변동이 발생되는 것일까?

(2011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100대 기업의 변천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시가 총액기준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41개 기업이 지난 10년 사이(2000~2010년) 순위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년 사이에는 (1990~2010년) 58개, 30년 사이에는 (1980~2010년) 73개가 100대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대기업의 계열사로 계획적인 투자에 의해 신설된 회사가 아니라면, 어떤 기업도 창업 당시에는 벤처기업이고 소기업이었을 것이다. 지금 국내 또는 해외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많은 기업체들도 창업 당시에는 작은 기업이었을 텐데, 그런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하여 지금의 위치에 올랐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업체들은 도산하여 명맥이 끊어지게 되었을까? 기업 성공의 공식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길을 따르면 성공에 이른다는 방법이 있을 리 없고, 세상을 바꿀 만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발명품을 기반으로 성공을 하는 것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체들의 흥망성쇠에는 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필자는 회사를 다니며,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어떤 유형의 회사일까? 어떤 강점이 있고, 장래는 어떠할까? 왜, 뻔히 보이는 문제가 있는데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고, 가야 할 길이 있는데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걸까?’ 스스로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해보고, 답을 찾아보려 노력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닌 여러 요소가 결합된 결과로써 나타난 것이 현재의 모습이고, 지금 경영의 결과는 미래에 나타날 것이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필자가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바는, 어떤 성공요소에 의해 그런 굴지의 기업에 이르게 되었는지 보다는, 어떻게 해야 망하지 않고 창업자 본인 대에 회사를 유지하고, 2세에게 원활한 승계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최소한의 경영을 말하고 싶다. 이것은 회사의 오너 일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안이기도 하지만, 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이 업무 추진의 방향을 설정하고, 현재의 문제이거나 향후 발생 가능한 혼선들을 생각해 보고 제거할 수 있는 팁을 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업무 혼선을 제거하는 것은, 성공에 가까워지는 길이기도 하고 오너와 직원들 모두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으로 믿는다. 오너에게는 효율적인 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직원들은 좀 더 적은 스트레스 속에서, 보다 높은 부가가치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으며, 높아진 기업 가치가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IT 산업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창업이 전개되고 있다. 영업과 제조기술에 상당 부분 의존되는 전통적 방법만이 아닌, 아이디어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B2C 제품들은 유통구조의 획기적인 변화로 인하여, 유통이 제조를 지배하는 양상으로 산업 서열화가 전개되어, 유통 중심의 다양한 창업이 가능케 되었다. 젊고 유능한 경영인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과거의 전통 제조업 경영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런데 회사가 발전하면 할수록 창업자의 경영 역량은 한계를 보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사람에게 주어진 재주가 한정되어 그런지 몰라도 창업 당시의 환경에서는 영업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여 일정 규모까지의 성장은 가능하지만, 어느 시점 이후에는 눈에 띄게 발전이 더딘 상황을 보게 된다. 경영이론에서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보면, 창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를 거치게 된다. 어느 기업이나 이런 사이클을 갖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창업기와 성장기를 보내고 성숙기를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지, 성숙기에 어느 정도의 외형과 이익규모를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어서 성장기에 축적된 자원으로 미래의 지속성을 위해 투자를 진행한다. 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쇠퇴기를 재성장기로 바꿔 기업의 생명력을 오래 가져갈 수 있는지가 기업경영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 일 수 있다. 이런 사이클은 창업자 대에서 모두 발생될 수도 있고, 2세~3세를 거쳐 다음 세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 회사는 라이프 사이클상 어디에 위치해 있고, 만일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까? 

성공한 창업자들은 확실한 장,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장, 단점들은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대체로 장점은 점점 퇴색되어 가지만, 단점은 더욱 크게 부각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창업자의 장점이 2세에게 전수되기 어려운데, 창업자의 장점을 계승하지 못하고,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2세에 의한 경영이 2대를 가기 어렵게 하는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창업자들의 최대의 장점은, 영업과 제조 분야에서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과거 70,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제조업 창업주들은 해당 산업분야에서 젊어서부터 일을 시작하여 몸으로 기술을 배우고, 판로 확보를 위해 바이어를 찾아다니면서 많은 문전박대에 설움을 느끼며, 지금의 회사로 이끈 것을 여러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에서 볼 수 있다. 창업자들은 대체로 창업 초기에 직접 영업활동을 수행하며 바이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오래된 거래선에 대해서는 창업자가 현재의 영업담당자들보다 깊은 속 사정을 알고 있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또한 생산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기술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창업을 하였거나, 운영을 하면서 몸으로 체득하게 되어 여느 엔지니어 못지않은 제조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경우도 본다. 

이런 영업 역량과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창업하게 되면,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기반을 잡게 되고, 이후 피나는 노력의 결실로 일정 규모까지는 성장을 달성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회사가 커지게 되면, 규모가 작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회사의 여러 곳에서 업무 혼선이 발생되는데, 자체적으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파악이 된다고 하더라도 개선을 시도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왜냐하면 업무에 대한 정의와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야기된 이슈들은,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개선이 필요하고, 누가, 언제 해결해야 할지 모든 사항을 결정하고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길고 험난한 과정이 요구된다. 이는 여러 조직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체로 한 조직 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은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어 큰 이슈로 대두되지 않는다.) 책임과 권한 (R&R, Roles and Responsibilities)의 문제로 이해의 조율이 쉽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업무 역량을 가진 사람과 개선을 수행할 조직이 구성 안돼 있을 가능성이 많고, 또한 IT 시스템과 연관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상당한 투자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규모가 작을 때는 별 다른 고민 없이 지나가던 문제들도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는데, 치료 시점을 놓치면 회사 내부적인 업무 혼선은 더욱 심해지고 회사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회사의 발전 단계에 따라 구축해야 할 업무들이 있는데,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더욱 해결이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과거 창업자의 장점이 더 이상 장점이 되지 못하고, 단점인 관리적인 역량의 부족과 새로운 경영 방법에 대한 인식 부족(인식 부족보다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이 이제는 회사의 위험 요소가 된다. 창업자의 나이가 점차 많아지며 2세가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데 (2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2세는 영업과 생산기술에 대한 노하우, 도전 의식, 성공에 대한 집념, 조직 장악 카리스마 등, 창업자가 사업을 성공하게 된 결정적 성공요인을 갖추기 어렵다. 시대가 변하고 회사의 규모도 커지는데, 과거의 성공한 방식을 답습하는 창업자는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쉬운데, 경영에 참여한 2세마저 창업자의 장점을 갖지 못한 채 본인의 경영 역량이 부족해 변화 시도에 적극적이지 못하면 회사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가 정체 상태인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아니 이는 ‘자세’ 보다 ‘역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문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역량, 달리 표현하면 자기의 과오를 인정할 수 있는 아량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사실 회사가 어려워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내부 경영효율화를 위한 개선의 시점을 놓친 경우, 경영환경 변화에 부적응하거나 대응이 늦은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에 의한 무리한 투자 및 부적절한 자금의 운용 등이 원인이 된다. 오너의 경영적 판단의 오류에 의해 벌어지는 일들이 어려운 원인의 대부분임을 의미하고, 직원들의 업무상 과오에 의한 손해는 회사의 근간을 흔들 정도의 규모로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몇몇 회사에서 발생되고 있는 자금 횡령 등의 문제는 과오가 아니라 범죄 행위이니 다른 관점으로 본다.) 과거의 오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경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마땅히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 메시지의 전제는 ‘지금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의 경영’ 임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회사의 혼선은 어쩔 수 없이 발생되지만, 2세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여 창업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창업자의 장점을 계승할 수 있다면, 회사는 너무나 이상적으로 경영권의 이양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혼선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많은 오너들이 취하는 태도는 역시 직원들 닦달하기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기가 초래된 근본 원인의 대부분이 오너에게 있음을 알고 있지만, 직원들은 뭐라고 대응할 수가 없다. 아주 작은 대응 또는 건설적인 제안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많지 않고, 또한 가능하면 모난 돌이 되지 않으려는 직원들의 일반적인 길은 바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다. 앞에서는 오너의 지시를 수행할 것처럼 행동하며, 뒤에서는 최소한의 일만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오너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꾸지람을 듣는 시간만을 넘기고자 하며, 노력하지 않아도 월급은 동일하다.”라는 생각으로 출퇴근 반복하는 직원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회사는 더한 어려움 속에 있을 것이다. 경영의 오류에 의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직원들의 자발적 개선의지를 없애고, 매너리즘에 빠져 활기 없고 시들어 가는 회사를 오너 스스로 만들고 있지 않은 지, 돌아볼 줄 아는 역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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