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국가, 공공기관, 학교, 기업체 등의 거의 모든 단체들은 예산 관리항목의 기준을 마련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적정성을 통제하고, 사용 집행하여 일정 범위 안에서 살림살이를 운영한다. 편성된 예산이 실제 사용 시 어느 정도의 구속력이 있는 상태로 운영하는지는 각 조직마다 특성을 달리하겠지만 한정된 자원 하에서의 운영은 어느 기관이나 불가피하다. 대체로는 매년 말 다음 해의 경영계획을 작성하는 시점에 자원배분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한 해 동안의 살림살이를 관리하게 된다.
예산을 편성하고 통제하는 일은 번거롭고 힘든 일인데, 그중 제일 어렵게 생각되는 일은 1년 동안의 사업 환경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따라 수정, 보완해 가며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요즘과 같은 시기는 국내외 정세와 경제 상황에 따라 매출, 환율, 물가 상승률, 원재료 구매가격 등의 변동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연간 예산을 변경 없이 1년 동안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많아 분기별 실행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기도 한다.
대체로 예산은 투자예산과 비용예산으로 성격을 구분한다. 투자예산은 시설투자, 연구개발투자, IT투자 등으로 사용의 성격에 따라 구분이 되는데, 투자는 회사 경영의 방향에 의해 결정되고 회사 자금 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서는 투자심의위원회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갖추고 있는 절차이다. 투자예산의 경우는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으로 운영하기보다는 3~5년, 길게는 10년 정도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의 전개 방향 및 확장성을 고려하여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틀 안에서 1년의 경영계획으로 세분화해서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용 예산은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제조과정에 투입되는 비용과 판매 및 일반관리비에 사용되는 비용을 나눠 편성하게 된다. 비용 예산은 판매와 생산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재료비, 전력비, 연료비 등과 같은 변동비 성격의 비용과 감가상각비처럼 과거에 투자된 자산에서 발생되는 상각비용 또는 관리부서의 인건비처럼 변동폭이 크지 않은 고정비 성격으로 구분되고 이를 회계 계정별, 세목별로 구분하여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결국 예산 통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회사의 의지에 따라 관리되기 어려운 통제 불가능한 (uncontrollable) 비용과 한도예산으로 관리되는 접대비, 복리후생비의 식대 등의 통제 가능한 (controllable) 비용으로 구분될 수 있겠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편성되고 통제되는 투자와 비용 예산의 성격들은 이 정도로 간략한 구분을 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는 어떤 관점에서 관리를 해야 효율적인 예산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는지 고민을 해보겠다.
예산 편성 및 집행 관리를 위한 별도의 조직과 인력이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 중견기업에서는 전담 운영조직을 구성하기 어려운데, 잦은 예산의 변경은 담당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크게 저하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편성된 예산이 어느 정도 최초 목적한 바대로 사용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는 대체로 전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범위의 유연성을 말하는데, 전용의 가능한 정도 또한 조직마다 그 요건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항들이 업무규정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상황마다 달리 적용된다면, 직원들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어려운 점이 있다면 담당자가 원칙을 지키고자 해도 윗선의 합의에 의해 지시를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산 사용부서와 예산 통제부서의 부서장이나 임원끼리 합의를 해서 전용이나 초과 사용을 승인한다면 통제 담당자는 매우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1) 판매 패턴과 재고자산 구축 규모 검토
산업의 특성에 따라 영향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생산에 투입되는 원부자재 재고 및 완제품 재고 규모의 확대는 매출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끼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시장 수요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여 매출 계획이 작성되었으며,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과 가격 정책을 고민하여 재고 전략이 작성되고 있는지 프로세스의 검토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이익은 발생되지만 자금의 부족으로 도산하는 이른바 ‘흑자도산’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재고 정책의 실패에 따른 것인데, 여기서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각 회사의 방법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앞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제조업에서 생산이 계획되고 원재료의 생산 투입이 발생되는 큰 구분 방법은 계획생산방식(MTS, Make to Stock)과 주문생산방식(MTO, Make to Order)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방식에 따라 재고가 발생되는 형태와 규모가 달라진다.
MTS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판매량을 예측에 근거하여 계획생산을 하고 고객의 주문에 대응을 해야 하므로 제품재고의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또한 제품 생산을 준비하기 위한 원재료 재고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공정 중에 있는 재고자산을 의미하는 재공품(WIP, Work in Process)은 제조 리드타임 (Lead Time, 제조 공정의 시작에서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에 따라 변동되는 재고자산으로 생산품의 특성에 따라 금액의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
MTO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는, 고객의 주문에 의해 생산과 원재료 구매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물론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원자재의 경우는 구매 리드타임(자재 구입을 위한 발주에서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선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제품의 경우도 예상 주문량 등을 반영하여 사전 생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고의 부담을 갖지 않기 위해서 주문 이후 생산 진행하는 방법을 기업들은 선호한다.
이렇듯 MTS 방식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MTO 방식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보다 재고에 대한 리스크를 많이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재고의 부담을 판가로 전가하기 때문에 대체로 마진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아마도 이런 제조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기 제일 좋은 업종의 예로는 패션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패션업에서 MTS 방식으로의 생산은 보통 자체 브랜드로 유통을 하는 회사들일 것이다. 어떤 시즌에 유행할 것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후, 유통 채널별 판매 물량을 예상하여, 소재를 구입하고,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생산된 제품은 정상 판매하고, 판매가 안된 제품들은 아웃렛 매장 등에서 할인하여 판매를 하고, 그래도 재고로 남게 되면 다음 연도에 이월행사를 하는 일반적인 판매 프로세스를 갖는다. 이때 각 단계별 판매율이 매우 중요해서 판매율에 따라 회사의 자금 회수 기간, 수익, 재고가 결정된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의 판매율이 실행단계에서 이행되는지가 매우 중요한 관리 포인트이다.
MTO 생산 방식의 회사들은, 주로 유명브랜드의 OEM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예를 들 수 있겠는데, 브랜드를 유통하는 바이어가 기획한 제품의 디자인과 수량을 정해주면 제조업체는 자재구매, 생산을 진행하게 되는데, 불량 발생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재고의 부담을 거의 갖지 않게 된다. 결국 재고부담 여부 및 마케팅 관련 비용, 유통비용 등을 감안하여 마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논하고 싶은 부분은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인 예산 사용 관련 사항이므로 재고관리의 중요성이 높은 MTS 방식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예로 보고자 한다. 회사마다의 시스템과 예측하는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측된 판매량에 의해서 구매, 제조까지 일련의 행위가 발생된다. 위의 패션회사의 예에서도 알 수 있지만 판매예측은 회사의 오퍼레이션 프로세스에서 제일 앞단에서 벌어지는 활동으로 그 정확성에 따라서 경영 성과가 좌지우지될 정도로 중요하다.
판매의 예측은 기본적으로 수요예측 (Demand Forecasting)에서 출발하는데 방법적으로는 과거의 경험치를 기준으로 영업사원별, 조직별 예측치를 집계하는 방법과 수요예측 프로그램에 의한 예측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물론 시장의 환경에 따른 변동폭을 감안하고 회사의 판매량 목표를 반영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상 두 방법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은, 기본적인 데이터는 과거의 실적이 기준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고, 예측 값의 확정은 영업부서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영업부서 예측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정확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현재 수요예측 시스템이 발전하는 방향이다.
프로그램에 의한 수요예측 시스템은 주로 ARIMA 모델 (자기 회귀 통합 이동 평균, AutoRegressive Integrated Moving Average, 일변량 시계열을 예측하는 방법), SARIMA 모델(계절성을 포함한 ARIMA모형, Seasonal ARIMA, 계절적 성분이 있는 일변량 시계열 데이터를 지원하는 ARIMA확장), Holt-Winters 모델 (Holt와 Winters가 계절성(Seasonality)을 예측하기 위해 확장한 기법, 단순하면서도 널리 활용되는 시계열 분석도구로서 많은 시계열예측의 기준모델로서 쓰이고 있다.)과 같은 통계적 기법에 의한 방법이 사용된다. 근래에는 인공지능 (AI, Artificial Intelligence) 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에 의한 방법이 적용되기도 하는데, 이 방법들 역시 전통적 통계적 방식을 근간으로 하며, 회사마다 자체적인 예측방법을 추가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수요예측은 어떤 솔루션이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필자의 프로젝트 경험으로 보면, 전통적 통계기법에 의한 방법이나 딥러닝을 이용한 인공지능 솔루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산출하였다. 판매 수량이 많고 규칙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예측 정확도는 높았으나, 소량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은 예측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져 현업부서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프로젝트의 기대 수준이 높았었다고 생각한다. 2016년 구글에서 머신러닝 기반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종합전적 4:1로 이기는 충격이 있어서 그랬는지 예측 정확도에 대한 큰 기대감이 있었으나, 아직 예측의 정확도 측면에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당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데이터의 양(과거 10년 치 데이터를 기준으로 향후 예측하였음)이 충분하고 학습할 시간을 많이 가지면 더 높은 예측 정확도가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은 하였지만, 제한된 시간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 회사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결과를 보지는 못하였다. 아무튼 인공지능 수요예측이 일반 회사의 업무 적용을 위한 상용화 측면에서는 아직 보다 많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수요예측 시스템은 대체로 과거의 판매 패턴에 근거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가능은 하겠지만, 영업부서가 요구하는 정확도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주요 경제 환경과 산업군의 변화 등의 외생변수를 어떤 형식으로 반영해야 할지가 어려운 문제였고, 특별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예측을 위한 도구와 솔루션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껴진 것은 회사 업무상 적용의 어려움으로 현업부서와의 조율(수요예측 시스템은 주로 영업부서)이 관건이었다.
개선을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개선을 대하는 회사의 전반적인 인식이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고민을 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MTS 생산 방식에서는 회사마다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누군가는 ‘수요예측’이라는 행위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영업팀에서 필요한 제품의 재고수량을 결정하고 생산팀에서 제조를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을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보완하고, 예측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하면 용이할 것인데, 현업부서에는 업무 프로세스의 변경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 기획된 내용의 실무 적용이 쉽지 않았다.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결국 시스템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영업부서에서 확인하고 사용하는 프로세스로 전개될 수 밖에는 없었으나, 활용과 피드백의 속도가 매우 더디었다. 기존의 업무 형태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여기서도 역시 오너 또는 CEO의 판단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회사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하는 조직과 실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현업(특히 생산과 영업) 부서와 갈등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개선을 필요로 하는 현업부서에서 자발적인 의지로 개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이겠지만 현업 수행이 바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과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의 두려움과 번거로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수행의지를 보이는 현업은 보기 힘들다. 누군가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고 가야 수동적으로 대응을 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니 변화의 추진 조직이나 변화를 받아들이는 조직이 모두 피곤한 양상이 된다.
누구나 입으로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와 “모든 것을 다 바꿔야 생존할 수 있다.”와 같은 개선 모토를 외치며 직원들을 교육하고 독려하지만 막상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변화를 시도하려면 이런저런 이유로 진행이 여의치 못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 결국 변화의 시도가 갖는 장점과 수용을 주저하거나 저항하는 상대 의견을 들어보고 방향을 결정하는 판단을 해야 하는 역할은 최고경영자의 몫이고 이 결정이 회사의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