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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번식하면 나는 컴퓨터가 될래

인공지능은 언젠가 '생명체'로 인정될 것인가? <1편>


컴퓨터가 발명된 이래로 인간은 많은 능력에 있어서 컴퓨터에게 따라 잡혀 왔다. 단순 계산 정도에서나 우위를 점하던 컴퓨터는 최근 들어 개와 고양이 구별하기, 번역, 수학 문제 풀기와 같은 간단한 작업부터 체스, 바둑, 그림 그리기, 법률 자문, 운전과 같은 복잡한 분야에서까지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버금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컴퓨터는 수만 명의 열정적이고 똑똑한 개발자들에 의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모사하고 대체,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멀었다. 여전히 컴퓨터는 조금 더 복잡하고 유용한 ‘도구’ 일뿐이다. 인공지능이 옆 자리에 앉은 동료 시민 철수보다는 석기시대의 주먹도끼에 더 가까운 무언가임은 당연해 보인다. 철수 대신 우리 집 강아지 뽀삐와 견주더라도, 컴퓨터는 여전히 주먹도끼와 한 카테고리로 묶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생명의 존재 여부가 바로 그것이다. 생명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존재를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운동하는 상태를 말한다. 철수와 뽀삐는 모두 스스로의 생존을 목표로 활동한다. 생존의 단위가 개체인지 유전자인지와 같은 것은 여기서 논할 것이 아니지만, 둘 중에 무엇이든, 혹은 제3의 무언가이든 생명체는 자신의 존재를 잇는 것을 목표로 행동하는 생존기계라는 점이 핵심이다.  


반면 주먹도끼나 컴퓨터는 자신의 장수나 재생산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생명체와는 다르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까? 최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일을 인공지능을 통해 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실험적인 단계이긴 하지만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이 인공지능에게 추월당하고 있는 오늘날의 추세대로라면, 언젠가 필연적으로, 인공지능이 다른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마치 생명체가 번식을 하듯, 컴퓨터가 ‘재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재생산 능력을 얻더라도 그것만으로 컴퓨터가 생명체가 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컴퓨터에게 번식을 할 능력뿐 아니라, ‘의지’까지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생존과 재생산을 하고자 하는 ‘욕망’은 여전히 부재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의외의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어떻게 보면 인공지능에게도 욕망은 있다. 욕망을 '특정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유인하는 어떤 것'으로 정의한다면 분명히 그렇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과정은 강아지에게 "앉아"를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앉아"라는 명령을 듣고 강아지가 기대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이면 학습자는 보상으로 칭찬과 간식을 준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강아지는 보상을 받기 위해 "앉아" 구호에 앉게 된다. 인공지능의 학습도 똑같다. 정해진 임무를 잘 수행하면 학습자는 그 결과를 평가하고 "칭찬"을 한다.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의해 인공지능은 매번 “칭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조정한다. 이런 견지에서 인공지능은 칭찬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에게 주변환경에 대응해 ‘자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신을 개량하게 하는 임무를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런 식의 실험은 이미 여러 번 시도되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일례로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존 자체보다는 컴퓨터를 비정상 작동하게 만드는 것에 목표가 있었으므로 온전한 생명체라기보단 이름 그대로 ‘바이러스’에 가까운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생명체’였다. 하지만 더 복잡한 기동과 자기 개량이 가능한 근미래의 인공지능에게 이처럼 생존욕구를 주입하기에 이르면, 인간은 드디어 “생명 창조”를 해냈다고 말해야만 할 것이다.


Editor. 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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