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이 중요하다!
기백이 말했다. 음(陰)은 정(精)을 간직하니 <양의 기운이> 일어남이 빠르다.1 양(陽)은 밖을 지키니 <살결[肉腠]이> 단단하다.2
岐伯曰: 陰者, 藏精而起亟也. 陽者, 衛外而爲固也.
1. 한 중국 학자는 원문 빠를 ‘극(亟)’ 자를 ‘기(氣)’ 자로 풀었다. ‘기기(起氣)’로 읽으면 ‘음은 정을 간직하여 기를 일으킨다’로 해석된다. 이 해석이 ‘일어남이 빠르다’보다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일어날 기(起)에는 ‘돕다’는 뜻이 있다. ‘起氣’를 ‘<양의> 기운을 돕는다’로 풀이할 수도 있다.
2. 음에 속하는 오장(五臟)은 정(精)을 간직한다. 음이 정을 품고 있는데 힘입어 양의 기운이 일어남이 빨라진다. 양이 밖을 지키는 이유는 정을 품고 있는 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석곡 선생은 “음은 안으로 정의 기운을 간직하고 있어서 급하고 빠르니, 이로 인해 <양의 기운이> 일어날 것이다. 양은 밖으로 풍한<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니 명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살결[肉腠]이> 단단해진다.[陰者內藏精氣而急疾, 由是而起矣. 陽者外衛風寒而壽命, 由是而固矣.]”라고 했다. 양이 ‘바람’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밖으로 지키니 정을 품고 있는 음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는 살결이 단단해진다.
음이 양을 이기지 못하면1 맥의 흐름이 급박하고2 빨라지며, <양이> 아우르면 미치게 된다.3 양이 음을 이기지 못하면 오장(五臟)의 기운이 다투어,4 아홉 개 구멍이 통하지 않게 된다.5
陰不勝其陽, 則脈流薄疾, 幷乃狂. 陽不勝其陰, 則五藏氣爭, 九竅不通.
1. 진정한 양생의 방법은 음과 양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그 균형이 깨졌음을 뜻한다.
2. 원문 얇을 ‘박(薄)’은 핍박할 ‘박(迫)’으로 읽는다.
3. <상고천진론>에서 “정신이 안으로 지키면 병이 어디에서 오겠는가?[精神內守, 病安從來.]”라고 했는데, ‘미치는 것’은 정신이 안으로 지키지 못한 결과이다. 당(唐)나라 시인 왕유(王維)가 쓴 시 <향적사를 지나며[過香積寺]> 마지막 구절이 “고요하게 앉아 참선하며 독룡을 누른다.[安禪制毒龍.]”로 끝난다. 팡송[放鬆]이 중요하다. ‘마음이 팡송하면 기가 부드러워진다[心平氣和]’. 음양이 균형을 이루면 미칠 일이 없다.
4. 오장의 기운이 다툰다는 것은 오장이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는 리듬이 깨졌음을 뜻한다.
5. 코는 폐, 눈은 간, 입은 비, 귀는 신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므로 성인1이 음과 양을 잘 펼치면 근막과 경맥이 조화롭게 하나가 되고,2 뼈와 골수가 견고해지며, 피와 기운이 모두 따르게 된다. 이와 같이 하면 안팎이 조화를 이루어 나쁜 기운이 <사람을> 해칠 수 없으니, 귀와 눈이 총명하고, 기가 서는 것3이 예전과 같다.
是故聖人陳陰陽, 筋脈和同, 骨髓堅固, 氣血皆從. 如是則內外調和, 邪不能害, 耳目聰明, 氣立如故.
1. 성인(聖人)은 ‘생장수장(生長收藏)’하는 사계절/하루의 변화 법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2. 꽁푸의 태극권 사부의 사부인 천샤오왕(陳小旺) 선생은 태극권을 수련하는 목표를 “단전을 핵심으로 삼고, 하나가 통하면 전체가 통하며, 마디마디가 뚫리면, 하나의 기운이 관통하게 된다.[以丹田為核心, 一通全通, 節節貫穿, 一氣貫通.”라고 했다. 몇 달 전에 꽁푸는 배꼽 아래에 실지렁이 같은 것이 맴도는 듯한 움직임을 느꼈다. 친한 한의사에게 말했더니 단전이 생긴 거라며 단전을 잘 키워 보라고 했다. 지금은 내 몸 속의 단전이 조금 커져서, 가끔 배꼽 아래가 꿈틀거림을 느낀다. 이 느낌은 예전에 경험했던 횡경막이 움직이는 것과는 달랐다. 꽁푸의 몸에 단전이 생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도인체조를 꾸준하면서 관절을 풀었다. 관절이 풀리면 관절들이 서로 연결되고, 기가 온몸으로 흐른다. 천샤오왕 선생이 말하는 ‘하나가 통하면 전체가 통하는’ 것을 경험했다. 태극권은 우공이 산을 옮기듯이 꾸준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언젠가는 꽁푸가 쌓인다.
3. ‘기립(氣立)’은 ‘인기이립(因氣而立, 기로 말미암아 선다)’을 뜻한다. 기의 흐름이 멈추면 생명체의 활동이 끝이 난다.
《황제내경》 <오상정대론(五常政大論)>에 “가운데에 뿌리를 두는 것은 ‘신의 기틀[神機]’라고 한다. 신이 떠나가면 기능(機能, 나고 자라는[生化] 작용의 주재)이 멈춘다. 바깥에 뿌리를 두는 것은 ‘기운이 선다[氣立]’라고 한다. 기운이 멈추면 자라남[化]이 끊어진다.[根於中者, 命曰神機. 神去則機息. 根於外者, 命曰氣立. 氣止則化絕,]”라고 했다.
《황제내경》 <보명전형론(寶命全形論)>에 “사람은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나고, 사계절의 법칙으로 이룬다.[人以天地之氣生, 四時之法成.]”라고 했다. 《황제내경》 <육절장상론(六節藏象論)>에 “하늘은 다섯 가지 기운으로 사람을 먹이고, 땅은 다섯 가지 맛으로 사람을 먹인다.[天食人以五氣, 地食人以五味.]”라고 했다. 그래서 기는 ‘바깥에 뿌리를 둔다’고 한 것이다. 기가 인체의 성장발육에 크게 작용하고, 이러한 기의 활동은 자연의 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황로도가의 핵심인 ‘천인합일(天人合一)’과 도법자연(‘道法自然)’에 뿌리를 둔다.
기의 활동은 ‘승강출입(升降出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수곡(水穀)을 섭취[入]하고, 정기(精氣)를 호흡한다.《황제내경》 <육미지대론(六微旨大論)>에 “나가고 들어감이 무너지면 신의 기틀이 사라진다. 오르고 내림이 멈추면 기운이 서는 것이 외롭고 위태로워진다. 그러므로 나가고 들어감이 아니면 낳고 자라고 젊고 늙으며 마치는 것이 없다. 오르고 내림이 아니면 낳고 자라고 생기고 거두고 품는 것이 없게 된다.[出入廢, 則神機化滅. 升降息, 則氣立孤危. 故非出入, 則無以生長壯老已. 非升降, 則無以生長化收藏.]”라고 했다. 《황제내경》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에 “그러므로 맑은 양은 윗구멍에서 나오고, 흐린 음은 아랫구멍으로 나간다. 맑은 양은 살결을 따라 피어나고, 흐린 음은 오장으로 달린다. 맑은 양은 사지를 충실하게 하고, 흐린 음은 육부로 돌아간다.[故淸陽出上竅, 濁陰出下竅. 淸陽發腠理, 濁陰走五藏. 淸陽實四支, 濁陰歸六腑.]“라고 했다.
사람의 장부(臟腑)는 승강(升降)하는데, 예를 들면, 심화(心火)는 아래로 내려가고, 신수(腎水)는 위로 오른다. <생기통천론> 앞부분에서 “위와 아래<의 기>가 교통하지 않으면, 훌륭한 의사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上下不幷, 良醫不爲.]”라고 했다. 석곡 선생은 <상고천진론>에서 “그러므로 심장이 신장과 교통하면 정기(精氣)가 생기고, 피가 충만해지며, 불[심장]이 물[신장]과 떨어지면 정기가 없어지고 피가 마르게 되니, 이것은 죽음과 삶의 틀이 안으로 일부를 지나는 대강의 요지이다.[故心交腎則精生血榮火離水則精亡血枯, 此死生之機內經一部之大指也.]”라고 했다.
바람 손님이 기운을 어지럽히면1 정기(精氣)가 없어지고, 나쁜 기운이 간을 다친다.2 이로 말미암아 포식하면, <위(胃)의> 근막과 경맥이 뒤엉키고 느슨해지며, 피고름이 치질로 된다.3 이로 말미암아 폭음하면 기운이 역류한다. 이로 말미암아 힘을 억지로 쓰면 신장의 기운이 다치고,4 허리 사이 척추뼈[高骨]5가 망가진다.
風客淫氣, 精乃亡, 邪傷肝也. 因而飽食, 筋脈橫解, 腸澼爲痔. 因而大飮, 則氣逆. 因而强力, 腎氣乃傷, 高骨乃壞.
1. 음란할 음(淫)은 ‘어지럽히다’는 뜻이 있다.
2. 《황제내경》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에 “바람 기운이 간과 통한다.[風氣通於肝.]”라고 했다.
3. 빨 벽(澼). 창벽(腸澼)은 피고름을 뜻한다. 치질 치(痔).
4. 유투브에서 어느 한의사가 ‘강력(強力)’을 섹스를 과도하게 함을 뜻한다고 했다. 신장은 정기를 품고 있는데, 섹스를 많이 하면 신장에 있는 정기가 많이 소모될 것이다.
5. 원문 ‘고골(高骨)’을 직역하면 ‘높은 뼈’가 된다. 이것을 어떤 분들은 ‘굵은 뼈’ 또는 ‘굵직한 뼈’로 번역했다.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