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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Dec 06. 2024

쓰는 자의 입김

아침과 아침 사이 단상 모음

매일 쓰는 자의 입김을 보았다. 드넓은 바다로 기운 그의 몸짓을 보았다. 눈앞만 바라보던 근시안적인 나를 접어두고 산 너머 지평선 너머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았다. 영롱하게 빛나며 끊임없이 퍼지는 그의 의지를 보았다.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자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걸어감으로써 현재가 되고 나아감으로써 미래가 선명해진다. 경품당첨권을 떨리는 마음으로 긁듯 신비로운 하루를 긁기 시작했다. 어떤 선물이 나올지 모르나 '꽝'은 없을 거라는 확신, 그 믿음이 나아갈 연료가 된다. 무엇이 되든 계속 이어나갈 힘을 그렇게 그려 나간다.


파란색 버튼을 누른다. 시작을 알리는 음이 퍼져 나간다. 조용하고 경건한 순간이 지나면 막이 오른다. 검푸른 하늘에 은하수가 펼쳐진다. 잠자던 별을 꺼내 하얀 아침에 붙인다.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는 별은 반짝이는 대신 배경의 또 다른 배경이 된다. 빛나지 않는다고 별이 별이 아닐 수 없듯, 조화로운 일부로 남아 유영해도 별은 별이다. 촉망받지 않아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밤처럼.


'정지우작가의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열려 있는 듯한 밤을 바라본다. 참 좋네. 둘 중 한 사람이 생각만 하던 걸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는다. 다른 한 명이 말한다. 그러게, 좋네. 그런 날들을 상상한다. 기분 좋은 날, 그런 상상을 하며 이런 글을 쓰니, 기분이 좋다. 그렇게 기분 좋은 글을 한 편 썼다.'

작가의 산뜻함이,  소소한 행복이 전해지는 순간이 좋다. 힘을 빼고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그와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스케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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