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204 댓글 87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내 슬픔을 읽는 당신에게

내 뒤엔 항상 네가 서 있었다-8

by 진아 Jan 27. 2025

당신이 가고 남은 자리에 한줄기 기억이 남았다. 몇 장 남지 않은 온기를 당신 기억과 함께 꺼내어 쓴다. 온기는 바닥을 보이는데 꺼내도 꺼내도 그대로인 눈물은 어찌하면 좋을까. 슬픔은 그대로인데 당신 기억은 멀어졌다 이내 가까워지고 흐려졌다 이내 선명해진다. 슬픔을 사서 돌아오면 발밑에 찰랑거렸던 이 가슴까지 차오른다. 나도 모르게 그리움까지 사버렸나 보다. 당신이 두고 간 온기마저 다 쓰고 나면 어디서 당신을 떠올릴까.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물건처럼 지우지 못한 그리움이 쌓여간다.


조금 잊혔을까 옅어졌을까 감히 흐릿해졌다 큰소리쳤는데 용케 찾아낸 슬픔은 그대로였다. 더 이상 슬픔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까지 질긴 그림자로부터 멀어질 때까지 달아다. 깊숙하게 숨기고 손끝에 핏방울 맺히도록 파묻은 기억인데 어떻게 찾아낸 걸까. 감춰도 숨겨도 기어코 손에 건네질 당신이었을까. 너의 슬픔이, 너의 뜨거운 눈물이 여기 있다고.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어 차라리 뜨거운 슬픔 속에 직접 들어가기로 다. 어떤 온도에도 데지 않도록 슬픔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내 슬픔을 읽는 당신에게


슬픔에 마침표가 있을까요

평생 내릴 것 같던

당신이

한순간 멎어버렸듯

슬픔도 언젠

 날 있겠지요

삶의 끝이 정해져 있다면

슬픔의 끝도

정해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나긴 시간

본 적 없는 종착지를 헤매며

짐승같이 부짖었습니다


간절히 바라던 마지막

끝내

나를 집어삼킬 줄 몰랐습니다

당신이 찍어놓은 마침표가

바위같이 얹힐 줄 몰랐습니다

마르지 않던 눈물이

뼛속까지 파고들면 잊힐까요


슬픔을 사서 돌아온

덜컥 그리움까지

사버리고 말았습니다

깊이도 넓이도 잊은 채

슬픔을 읽는 그대에게

마침표 건넬  기다립니다








하나씩 늘어가는 숫자와 한 걸음씩 다가오는 봄. 개학과 동시에 봄이 찾아온다. 한걸음 더 머무려는 겨울과 한걸음 빨리 도착하려는 봄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찰나의 온기에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개나리와 봄을 기다리는 앙증맞은 잎눈. 성급한 마음에 눈만 내밀어 세상을 내다본다. 냉정과 열정의 강을 지나면 까마득한 봄이 찾아온다.

어떻게 견뎌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날이 있었다. 뜨겁다 식었다, 흐르다 마르다, 찢겼다 아물다 반복하다 결국, 슬픔에 길들어갔다. 오늘도 내 슬픔을 읽는 당신에게 못다 푼 기억을 흘러 보낸다. 닿기도 전에 흩어져 버릴 혹은 이해하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사라지거나 잊히거나 혹운 좋게 닿는다면 눈물이 아닌 희망으로 가닿기를. 내 눈물이 당신 삶에  따뜻한 봄비로 내리.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 미처 '복'을 전하지 못한 분들께 한아름 복을 담아 보냅니다. 누구보다 풍성하고 따뜻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함께 해주셔서,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전 07화 그리움 하나 걸려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