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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 May 28. 2024

뭐먹살 ep3-2. 교대 졸업 후 프로그래머가 되다

교육기관, 비용, 취업과정, 개발자로서 좋은 점과 고민들 

코딩을 배웠던 학원은 어디였나요?

*팀노바라는 업체고요. 1년 반에서 2년 정도 매일 12시간씩 공부해서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는 학원입니다. 근데 제가 다양한 곳을 알아보고 정한 건 아니고 이곳에서 제작하는 영상들에 설득이 된 거라 다른 학원 다니셔도 돼요.

*team nova (https://teamnova.co.kr/


교육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2천만원 정도요. 내부 알바를 해서 장학금을 받긴 했는데 일반적으로는 그 정도가 필요해요.

*2024년 5월 기준 팀노바 풀 커리큘럼은 선불제로 결제했을 때 전액 1780만원에서 2020만원이 든다.

*부진은 학원 내 영상 제작 아르바이트를 통해 천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힘들게 시작한 공부인데, 학원에서 보낸 2년은 어땠나요?

당시엔 제 삶에 이거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어요. 저는 내재된 재능도 물론 필요하지만 노력과 마음가짐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을 믿거든요. 힘들긴 했는데 사실 교대생들은 엉덩이 힘이라는 게 있잖아요.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겠지만 언젠간 할 수 있다, 나는 무조건 성공할 거다.’라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덕분에 지금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가 되셨죠. 비전공자인 부진씨가 필드에 나와서 이렇게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걸 보면 단순한 학원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커리큘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요?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어요. 기초 / 응용1 / 응용2.

기초 단계에서는 자바, 안드로이드, PHP 등을 배우며 웹 개발과 앱 개발의 기초 기능을 실습해요. 프로그래밍은 크게 프론트랑 백으로 나뉘는데요. 간략하게 설명하면 프론트는 화면 및 디자인이고 백은 그 안의 데이터, 서버예요. 기초 과정을 마치면 프론트엔드랑 백엔드를 둘 다 할 수 있어요.

그 다음 응용 1단계에서는 나만의 작품 만들기와 대회 참가하기를 하는데요. 저는 책을 읽고 기록하는 ‘리드윗미’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어요. 인스타그램 독서버전 같은 앱이에요. 그리고 부동산 공매 데이터로 서비스를 만드는 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딥페이크 경진대회도 갔었는데 거기선 순위권 안에 못 들었지만 여러 AI 툴들을 익힐 수 있었고요.

마지막 응용 2단계는 창업과 논문 중에 선택하는 건데 전 창업 과정을 선택했어요. 앞에서 했던 부동산 공매 서비스를 디벨롭해서 출시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거기서 했던 결과물들이 취직으로 이어진 건가요?

네. 덕분에 신입이 아니라 경력자로 취직을 할 수 있었어요. 저기서 했던 걸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600개 정도의 회사들에 지원했고, 서른 번 이상 면접을 봤어요. 운이 좋게도 열 군데 정도에서 오퍼가 왔습니다. 그중에서 급여를 가장 많이 주는 지금 회사로 선택했고요.


당시 제작했던 어플리케이션 <Read with Me>


조심스럽지만 급여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제 월급의 몇 배죠?

두 배 이상입니다. (웃음)


정말 탁월하시군요. (웃음) 급여 외에도 지금 회사의 장점이 있다면 뭘까요?

일단 강남에 있어서 출퇴근이 편하고, 10시 출근 6시 반 퇴근이에요. 처음엔 대표님 포함 네 명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직원 열한 명을 둔 회사로 성장했어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원래는 저 한 명이었는데 지금은 네 분 더 들어왔고요. 


작지만 성장세가 빠른 회사군요. 부진 씨는 개발자로서 어떤 부분에 특화되어 있나요? 인정받고 승진하는 비결이 궁금해요.

우선 이전 학원에서 웹 개발, 앱 개발, 창업까지 해봤기 때문에 이것저것 잘했던 것 같아요. 초기에는 회사에 사람이 없어서 대표님께서 그 점을 좋게 봐주셨고요. 

또 제가 개발자 중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꽤 좋은 편이에요. 고객사에 질문하고, 협상하고, 회사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상황을 만들어가는 걸 잘합니다.


괜히 제가 다 자랑스럽네요. 그럼 개발자라는 직업의 좋은 점은 뭔가요?

잘하는 만큼 잘 법니다. 그리고 능력만 되면 어느 정도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요. 갑, 을의 관계가 아니라서 좋아요.


반면에 개발자로서 겪는 어려움이나 애환이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승진할수록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만큼 보수를 주긴 하지만, 팀장이 되면 관리할 게 많아지고 주변의 기대가 높아져요. 

그리고 개발자라기보단 직장인으로서 보편적인 고민을 자주 하는데요. 직장을 다니는 것 자체가 나의 시간을 빼서 고용주에게 바치는 거잖아요. 저는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 요즘엔 내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어요.


부진 씨 하면 자본주의를 빼놓을 수 없죠. 부진 씨가 정의하는 자본주의는 뭔가요?

정의하긴 어렵지만, 떠오르는 대로 말해볼게요. 자본주의에서는 고용자가 고용주에게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고용주가 되면 노동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살 수가 있어요. 그게 흔히 말하는 경제적 자유죠. 저도 그걸 위해서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경제적 자유는 곧 시간적 자유와 연결된다.  부진은  타라 웨스트 오버-『배움의 발견』을 소개했다.


저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인상 깊게 읽긴 했어요. 부진 씨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대학생 때부터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제가 팀노바 응용 2단계에서 창업을 선택했다고 했잖아요. 그때 팀장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자본주의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는데 그분의 생각이나 태도를 보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직무 관련해서도 배웠지만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했어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 했던 시도들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막 회사 다니기 시작했을 때 대학 축제에서 타투 스티커를 판 적이 있어요. 제가 샌님으로 자라서 뭔가 장사를 해본 경험은 없었거든요. 날 좀 내려놓고 아쉬운 소리도 하고, 부딪혀 보고 싶더라고요. 같은 회사 디자이너님을 꼬셔서 다짜고짜 대학 축제에 갔어요. 퇴근하고 지하철역에서 화장 급하게 하고, 간이 책상이랑 물티슈 사서 타투 스티커를 팔았죠. 사실 인건비 생각하면 돈 번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었어요.

그 이후엔 저녁마다 창업 스터디를 해서 챗GPT 관련 전자책을 출판하기도 했고요, 마케팅이랑 브랜딩을 공부해서 운동 관련 제품을 팔아보려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어요.


인스타그램 봤어요. 팔로워가 천 명이 넘던데요.

그건 누구나 가능해요. 책에서 나오는 대로 하면 되더라고요. 나중엔 제 제품을 브랜드화해서 팔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근데 제가 운동 좋아하고 매일 하니까, 운동 관련 제품을 팔면 효율적이잖아요. 일단 주변에 사람부터 모을 생각으로 인스타그램을 키웠었어요.


대단한데요. 시간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단순한 일과인데, 보통 아침 5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요. 아침에 운동하고, 책 읽고, 공부하고 출근합니다. 깨었을 때 또렷한 정신력을 회사에 쓰기가 아깝더라고요. 그리고 퇴근하면 창업 준비하거나 휴식하고 8시~9시쯤 잠들어요.


전 퇴근하면 지쳐 쓰러지는데, 요즘 유행하는 ‘갓생’을 살고 계시네요.

근데 저도 교사였다면 이렇게 못 했을 거예요. 교사들은 매시간 매분 말하는 직업이고, 연기일지라도 학생들에게 화를 내야 되잖아요. 그게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에요. 저도 교생실습 할 때는 집에 오면 뻗어버렸어요.  

프로그래머는 앉아서 컴퓨터랑 일하면 되거든요. 퇴근하면 바로 오프고요. 물론 지금도 미팅이 많거나 말을 많이 하는 날은 기가 빨리긴 하지만 교사만큼은 아니에요.

교사가 퇴근 시간이 빨라도 수치화되지 않는 정신력, 에너지 소모가 큰일이에요. 일반적인 직업보다 기대치가 높고, 엮여있는 관계들도 있고. 퇴근하고 완전히 딱 끊어내기도 어렵고요. 


새로운 관점이네요. 저는 ‘남들이 다 꿀직업이라고 하는데, 퇴근하고 나면 왜 이렇게 지칠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데 왜 나는 곧장 뻗어버릴까?’ 싶었거든요. 제가 저질 체력이라 그런 거라고 자책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교사라는 직업이 감정적, 체력적 소모가 유난히 큰 걸 수도 있겠네요. 

그럼요. 교생실습 때나 코딩 학원 다닐 때랑 비교하면 지금 회사는 퇴근 후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남아요. 그래서 이 시간을 활용해 개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나머지 인터뷰는 다음주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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