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그거 몇 프로예요?
복도에서 걸어가다 잠시 마주친 한 남자아이가 너무 궁금해! 를 외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에게 질문했다.
??
훅 들어온 질문에 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떴다. 바로 답하지 않고 잠시 어물쩡거리다 시선은 자연스레 핸드폰 화면 상단 오른쪽 상단에 있는 배터리 모양으로 옮겨졌고 난 그 안에 보이는 숫자를 읽었다.
지금 34% ~
왜 뜬금없이 배터리 수명을 물어보는 거지? 쉬는 시간에 화장실 앞에서 굳이 선생님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이 궁금할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알파 베타 세대답게 톡톡 튀는 질문을 건네오는 아이들이니까.
아니 그거 몇 프로냐구요
??
선생님 그 iPhone 그거 몇 PRO에요?
...!!!
그렇다. 아이가 물었던 건 내 배터리의 아득한 수명이 아니라 내 오른손에 쥐어든 핑크핑크한 iPhone이었다. 내 아이폰의 기종이 궁금했던 거다.
'단순화시켜라'(Simplify)
- 스티브잡스의 다자인 철학 중 하나
Simple is the best의 마인드인 나. 스티브잡스의 생각과 감성을 좋아해 대학교 때부터 애플을 사랑해 왔다. 우연히 대학교 때 서체 수업을 듣다 로고와 디자인을 구상하게 된 그 처럼, 나 역시 나만의 dots들이 언젠가 는 연결되는 지점이 오지 않을까, 그때까지 하루하루 충실하게 정성을 들이는 중이다.
'Connecting the dots'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 Steve Jobs
스마트폰을 바꾸게 되는 계기는 늘 용량부족. 클라우드를 사용해도 뭔가가 아쉬운 마법. 사진, 영상 촬영을 좋아해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한번 바꾸기 위해 시중의 모 든 스마트폰 카메라를 만져보며 주변을 담아보고 비교해 내 눈으로 보는 실제모습과 가장 유사한 아이를 고르려 한다. 그 아이가 묻는 질문이, 내 손에 있는 작은 물체, 동그라미 카메라 3개 달린 가장 최근에 나온 나의 아이폰 기종 15 PRO를 물어보는 거였다니!
아이폰 15 PRO야
아이폰 15 PRO라고 대답하니 아이는 더욱 신난 제스처로 소리치며 이것저것 물어왔다. 최신 기종이 아니면 실망했으려나!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매년 더 어려진다
나는 사실 아날로거였는데, 아날로그만 이야기하기엔 과학기술과 우리 사회, 아이들이 상당히 진화했다. 나름 MZ라고 강조하지만 스마트폰, 어플(앱)만큼은 선생님보다 더 빠릿빠릿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많다. 교육과정 상 가장 어린아이들이 입학하는 초등학교,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매년 더 어려진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음을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초등학교 현장에 있는 내가 먼저 디지털, 인공지능을 배우고 접해야 하는 이유이다.
의사소통을 할 때 우리는 각자 머릿속에 자신이 떠올리는 하나의 '상'을 떠올리고 그것을 근거로 상대방과 말한다. 사실 그 상이라는 '개념'을 사회구성원들과 동일하게 약속했을 때 원활하고 유의미한 의사소통이 이루 어진다. 반대로 각자가 품은 개념이 다르다면 소통의 프로그램은 오작동한다. 그리고 그 ‘개념’은 항상 시간, 공간, 상황, 문장 속 ‘맥락’이라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프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듣는 사람마다 전문가를 뜻하는 프로, 퍼센트를 의미하는 프로, 아이폰의 기종을 표현하는 프로 - 모두 다 다르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아 맞다. 지금 2024였지
P.S.
이것이 바로 요즘 대두되는 문해력의 시작이기도 하다.
작가의 조금 더 개인적인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