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kate note Aug 27. 2024

누구의 작품일까

새로운 패러다임





누구의 작품인가





이 작품은 누구의 작품인가, 작가의 작품인가 인공지능의 작품인가, 작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모마)에서 전시되어 화제가 되었던 레픽아나돌의 작품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손꼽아 기다렸었다.



MoMA에 전시되었던 레픽아나돌의 Unsupervise,

SNS를 통해 이 작품을 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앞에 있는 사람들을 압도하듯 높게 설치된 스크린에 오색찬란한 색색의 물감들이 흩뿌려지는데 그 형체가 계속 바뀌는 것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지 못한 물감 조합들의 움직임이 아름답게도, 한편으로 무섭게도 다가왔다. 이 작품이 한국 63빌딩에 온다니. 올해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윤중로를 걷다가 작품을 감상하러 갔었다.




Machine Simulations : Life and Dreams 희노애락




층고가 높은 넓은 로비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는 대한민국의 문화와 역사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우리의 정서와 어울리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물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1초도 같은 순간이 없다




영상으로만 만났던, 실물이 너무나도 궁금했던 작품이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지는 순간이란. 1초도 같은 순간이 없어 작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스크린에 압도된 나는 앞에서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SF 공상과학 마니아였다는 레픽아나돌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인공지능(Al) 알고리즘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 낸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수많은 기간 데이터를 수집해 건축물이나 미디어라는 캔버스에 알고리즘이라는 붓으로 시각화하는 미디어 아트를 만든다. 기존의 방식과는 매우 다른,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이 표현하는 작품. 작가가  섬세한 디테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습된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 더 나아가 그날그날의 날씨나 관람객의 움직임, 소리까지 반영할 수 있게 설정 가능하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Suno AI로 제작한 곡




작곡을 배우는 과정에서 한번 김이 샌 적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의 등장. 처음 접한 인공지능 어플은 SUNO였다. 내가 원하는 주제와 키워드를 입력하고 클릭버튼을 누르면 몇 초 안에 아주 멋진 음악을 만들어준다. 처음엔 신기해서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나중에는 조금 더 섬세한 조건값을 주었다. 이야기의 인물, 사건, 배경을 설정하듯 음악에 스토리를 입혀주니, 조건을 조금씩 추가해 줄수록 더욱 정교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표현이 섬세해질 모습이 그려져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있겠지 싶다가도 요즘 음악 듣는 방식이 이렇게 음원으로 추출해서 듣는 디지털인데... 연습하고 나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AI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지속가능하도록 공존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생성형 AI들과 대화하면서 일하는 것은 나에게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그가 쏟아내는 빠릿빠릿한 지식과 생각들에 감탄하며 재미있다가도 뭐야... 이렇게 빨리, 정확히,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출력하는 능력이란...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을 느낀다. 최근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영상을 합성해 주는 생성형 AI까지, 하루하루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초반 모델들이 가진 로봇 특유의 어색한 부분들은 점차 극복된듯하다. 이제는 가끔 영상 속 인물이 진짜 사람인지 가상인물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진짜일까? 의문을 품고 보는 시선이 자연스레 추가되었다. 그들과 함께 업무 할 때는 마치 내 뇌에 부스터를 단 것 같다가도 마무리하고 난 후에는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모니터와 마주 봐야 하는 연수와 실습을 반복하는 탓에 머리 어깨 눈 모두가 지끈지끈할 때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관계 속에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 이것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끝없는 '질문'이었다.



AI와 교육이 공존하는 방향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이 방향성이 맞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학교에서 우리가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AI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지능과 함께 지내고 배우고 적용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들을 연결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글과 사진, 영상 등을 꾸준히 남기는 작업이 바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이라 느낀다.


의문을 품는 것
질문을 창조하는 것

그리고 ‘인간’을 향한 움직임, ‘사람’을 향한 관심, 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좀 더 즐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짙어졌다. 마치 작용 반작용의 법칙처럼.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르네상스가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조금 더 개인적인 공간

https://litt.ly/katenote


이전 01화 프로 소통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