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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05. 2024

세상에 이런 일이!

육지와는 다른 제주의 경조사 풍습. 익숙해지지 않아...

인간의 생이란 일상다반사! 제주 사람들의 인생도 그리 다르지는 않은데~ 여기 10년째 제주를 떠돌고 있는 이 외지인. 흔하디 흔한 제주도민의 일상 중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는데! 어떤 놀라운 일을 겪었는지 오늘 우리 ‘세상에 이런 일이’ 팀과 함께 밝혀 보시죠.


똑똑. 안녕하세요? 혹시 제보하신 분이신가요?


"아, 네. 저에요! 세상에 제가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제보했어요."


아. 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놀라우신가요?


"그러니까 그게 딱 10년쯤 전이었어요. 제가 학교 교사분들을 연수하는 그런 업무를 하는 재단에 있었던 때였죠. 1년 동안 진행되는 큰 사업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대형 집합 연수를 해야 되는데, 전국에서 선생님들이 모이려면 아무래도 오시기 편한 곳이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거의 모든 지역 교통편이 도달하는 서울,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도 올 수 있는 대전, 이곳 저곳 놓고 고민했었죠. 최대한 많은 선생님들이 참석하도록 독려해야 하는게 우리 미션이었어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 아무리 멀리 사는 분들도 오고 싶게 만들고야 마는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바로 여기 ‘제주’를 결국 연수 장소로 선택했고 우리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죠."


비행기를 타야 올 수 있는 곳에 모두 다 온게 신기했던 겁니까?


"아이 좀 들어보세요. 1박 2일 연수고 선생님들 행사장이며 숙소가 탑동 바다 바로 앞 라*다 호텔이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무리해서라도 오실거라고 저희도 예측은 했었죠. 저도 신나서 제주도 출장을 왔으니까요. 어쨌든 큰 행사니까 연수 개최 전날 행사장도 세팅할 겸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으려고 오후에 그 연회장에 도착했는데, 누가 결혼식을 하고 있던 중이란 말이죠."


아. 결혼식을 하는 순서나 입는 옷이 서울과 달랐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식’ 중인건 아니었어요. 아 그러니까 뭐 신랑신부가 드레스를 입고 행진을 하거나 주례 말씀을 경청 중인건 아니었단 말이에요. 그때가 오후 2시쯤인가? 신랑 신부는 한복을 입고 여기 저기 테이블을 다니면서 인사하러 다녔었죠."


보통 서울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나요?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잖아요.


"네. 이때까지는 저도 뭐 결혼식이 좀 늦게 시작했나보다 했어요. 아시겠지만 서울은 예식장 같은데서는 12시에 한팀, 12시 30분에 한팀, 뭐 이런 식으로 결혼하잖아요. 호텔들은 좀 다르긴 하겠지만 점심 예식, 저녁 예식 이렇게 잡힌 경우도 있으니까 뭐 1시쯤 식 하고 거의 막바지인가 보다 했죠."


먹는 음식이 특이하던가요?


"그때는 음식은 보지도 못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결혼이니까요. 그냥 식중이구나 하고 나온거죠."


아니 그럼 대체 뭐가 놀라웠다는 말씀입니까?


"방송국 양반. 왜이렇게 급해요. 얘기를 더 들어보라니까. 그러니까 식중이라 그때 제 사수랑 저는 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흑돼지를 먹었어요. 참 맛있었죠. 지금이야 비싸니까 백돼지를 먹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흑돼지의 그 쫄깃한 비계는!"


저, 언제쯤 놀라운 점이 나옵니까?


"아무튼 식사를 하고 저녁 5시쯤인가 다시 그 홀에 갔어요. 이제는 정리 됐겠지 하면서요. 양손 가득 다음날 행사할 때 필요한 표지판이니 명찰이니 하는 것들을 들고서요. 그런데 그 장소에 아직도 사람들이 남아있는 거에요. 아까보다도 얼굴이 붉어졌거나 몸이 늘어져 있었어요. 목소리는 더 커진 것 같았죠. 다음날 행사가 오전 10시부터였기 때문에 대략적인 세팅은 해놓아야 원활한 진행을 예측할 수 있어서 우리는 너무 당황했죠. 이상했어요. 호텔 매니저는 이 홀에는 결혼하는 커플이 1팀 뿐이었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요?


"그 시간에 손님이 있다는 건, 매니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죠! 아니 보통 식 올리고 식사는 아무리 늦어도 2시간 안에는 끝나잖아요. 호텔에서도 음식이 나오는 시간과 순서가 있고 부페식이어도 홀 대여시간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막 화가나서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여기 분명히 오늘 결혼식 아까 그 커플이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아닌 것 같다. 다른 커플이 또 결혼했나보다. 홀을 헷갈린거 아니시냐 하면서요."


매니저가 뭐라던가요?


"분명히 한팀이라고 했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한 3초쯤 흘렀을까요? 아무 말 없이 있더니 막 웃는거에요. 뭔가 웃긴걸 발견한 사람마냥. 우리는 더 화가 났죠.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어이가 없어서 실성을 했나? 싶기도 했어요. 그러더니 대뜸 이러는 거에요. ‘서울에서 오신 것을 제가 깜빡했습니다.’라구요."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그걸 제가 그때 어떻게 알았겠어요. 결혼한 커플이 서울에서 와서 통상적인 대여시간을 모르고 종일 홀을 썼단 얘긴가 뭔얘긴가 했죠. 알고보니 우리를 얘기하는 거였어요. 매니저가 말하기를 ‘제주도는 결혼식을 하루 종일 잔치를 합니다. 식은 11시에 하더라도 그 이후로 사람들은 언제든지 와서 음식을 드시고 축하할 수 있어요.‘라는 거에요. 우리는 너무 놀랐죠. 결혼식이면 신부는 예뻐보이려고 새벽부터 단장하면서 김밥 한알 못 먹었을텐데. 서울에서는 한 두시간만 해도 지쳐서 밤에 머리에 꽂은 핀도 다 못빼고 잠든다는 그 혼인 행사를 하루 내내 한다더라니까요!"


제보자님이 조금 잘못 알고 계신것 같습니다. 저희 때만 해도 제주는 이틀 잔치 했어요. 이젠 많이 줄었어요. 아이고 꼴랑 저렇게 하루만 결혼해서 얼마나 간편해졌는지요. 예전에는 식장이 어딨어요. 집에서 하는데 집이 좁으니까 사람 받을데가 없어요. 그래서 앞집 옆집에 얘기해서 그때는 집 사이 돌담도 허물어 돌 옮겨놓고 이웃 집에도 손님을 받았어요. 근데 하루 잔치 하는게 그렇게 놀라울 일이에요?


"네? 하루도 힘들 일인데 전날 잔치도 해요? 아…아니 그럼 이것도 들어봐요. 세상에 제가 제주오고 얼마 안되어서 회사 동료분이 상을 당하신거에요."


아 뭐 끔찍한 일로 돌아가신 건가요?


"아뇨, 그분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살던 곳은 삼일 내내 손님을 받거든요? 근데 여기는 일포라고 해서 손님을 받는 날을 정하신다는 거에요."


그게 신기한가요?


"사실 그건 뭐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수도 있겠거니 했어요. 조의금을 내면 오천원에서 만원짜리 상품권으로 답례하는 것도 안동에서 담배나 양말로 답례하는 것에 비하면 뒤집어질 일은 아니어서 여기는 그렇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서울은 답례를 안하나요?


"뭐 일이 있으셔서 식사를 못하시거나 하면 결혼식에서는 대신 화과자나 기념품을 드리기는 하는데 장례식에서는 그런건 못봤어요. 아무튼 제가 진짜 깜짝 놀란 이유에는 다른데 있다니까요?"


아. 긴장되는 순간이네요. 세상이 이런일이에 제보할 만한 놀라운 일. 과연 그것의 정체는?


"장례식에서 미역국을 먹어요."

 

"방송국 양반! 제주도에선 장례식장에서 미역국을 준다구요! 조문객한테!"


그게 뭐요?


"미역국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음식이잖아요. 바로 ’탄생‘이죠. 서울에서는 생일 때, 산후 조리 할 때. 그럴 때 미역국을 먹어요. 축하의 의미와 재생의 염원을 담아서. 근데 여기는 장례식에서 ’미역국‘을 준다니까요? 역시 신이 많은 섬이니 만큼 내세에서의 새로운 생일, 부활 뭐 그런 의미이곘죠? 영혼에 대한 관심이 깊은거에요. 분명해요. 어떤 물질세계만 보는게 아니라 정신세계의 새로운 전이를 축하하는!"


아이고… 그냥 하영 많이 나서 그렇수다. 사람 많이 모영 대접은 해야 될꺼 뭐 낼 거 있수꽈? 그냥 바다에 있는거 또똣하게 끓여서 대접하기 좋으니까 주기 시작한거지 부활은 무신~ 살다 별 소리를 다듣네.


"저기요! 저기요 방송국 양반! 그게 아닐거라니까 그러네! 아니 좀 더 들어봐요. 글쎄 여기 제사상에 카스테라도 올린다니까?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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