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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04. 2024

프롤로그 of 제주견문록

그래도 이제 3학년쯤 되었지 말입니다.

신입사원 첫 연수 날, 식당으로 이동하는 전세버스에서 창 너머로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나타날 때마다 탄성을 내뱉는 나에게, 들판의 말을 보고 하염없이 신기해 하던 나에게, 날카롭게 가슴 중앙을 푹 찔렀던 그 한 마디를 기억한다.

“와 확실히 육지것은 육지것이라.“

제주에 반해서 제주에 살러 왔다는 나에게 제주 분들은 농치듯 진심인듯 자꾸자꾸 질문을 던졌더랬다. 언제 다시 육지에 올라갈 거냐는 질문, 정말 여기 사는게 괜찮냐는 의문, 뭐가 그렇게 좋냐는 심문.

그 밖에도 심심치 않게 들었던 문장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다들 그렇게 조금 있다가 지루해 하다 떠난다는 선언들. 얼마나 버티나 보자던 내기들.

하하. 그런데요. 저 벌써 10년차입니다. 엣헴. 말하자면 제가 지금 여기서 초등학교 3학년 쯤 된다는 말입니다.


제주는 정말이지 다르다! 제주는 사실상 한반도에 있는 나라들의 오랜 속국이었고, 한 나라의 행정구역으로 편입된 것은 고려 때라고 한다. 그 말인즉슨, 꽤 오랫동안 외국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인듯, 아닌 듯 생활 곳곳에서 조금은 낯설고,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방향을 설명할 때, 한라산 쪽이니 바다 쪽이니 하는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터져나올 때면 '아! 나 지금 제주에 있구나.' 하게 된다. 그 밖에도 장례식에서 나오는 음식도, 결혼식 문화도, 이마를 탁 치고 놀라는 경험이 어찌나 많은지! 분명 한국에서 30여년을 살고 내려왔음에도 제주라는 새로운 별에 내려온 외계인이 된 기분에 가끔 오류가 나는 기분이다.


감사하게도 어리고 요망진 물애기 같은 나를 먹이고 함께 해준 제주 선배들 덕분에 나는 매일매일 탐구심 가득한 제주 생활을 하고 있다. 3박 4일 여행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한달 살기로는 의뭉스러움만 느꼈을 뜻밖의 제주에 대해 기록의 힘을 빌어 기억에 새기고자 한다.


뜻밖에 활자로 만나게 된 당신, 반가워요.


*물애기: 제주 방언으로 갓난아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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