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지여하우 불이 / 《논어》 〈양화편〉 제3장
經(경)13. 가장 어리석은 이(하우)의 바뀌지 않음이 초래하는 것_1 / 唯上知(智)與下愚(유상지여하우) 不移(불이) - 《論語(논어)》 〈陽貨篇(양화편)〉 제3장
‘子曰(자왈)’로 시작하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끊어 읽기는 ‘유/상지/여/하우 불이’ 정도로 하면 되겠고, 다음과 같이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오직 가장 지혜로운 이와 가장 어리석은 이만은 바뀌지 않는다.’
이 문장에 대해서는 ‘集註(집주)’에도 관련 설명이 나오지만, 앞의 제2장에 붙여야 할 것을 ‘子曰(자왈)’이라는 말을 잘못 집어넣어 억지로 두 문장으로 떼어놓은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한문에서는 이때의 ‘子曰(자왈)’처럼 잘못 들어간 글자나 단어, 또는 문장을 가리켜 ‘넘칠 연(衍)’자를 써서 ‘衍文(연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앞 문장인 제2장의 ‘性相近也(성상근야) 習相遠也(습상원야)’와 이 문장의 의미가 서로 통한다는, 또는 연결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문장은 ‘성/상근야 습/상원야’로 끊어 읽고, ‘성은 서로 가까우나, 습은 서로 멀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性(성)’자는 그냥 ‘성’, 아니면 ‘본성’이라고 하기도 하고, ‘習(습)’자는 ‘습관’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숫제 훈(訓)을 좇아서 ‘익힘’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은 이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性(성)’과 ‘習(습)’이라는 글자들 자체가 유학(儒學)에서 매우 중요한 철학적 개념어들이라 섣불리 ‘본성’, ‘습관’, ‘익힘’ 따위로 번역하면 그 의미가 축소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성’, ‘습’이라고 한 것입니다. ‘仁(인)’을 굳이 ‘어짊’이라고 새기지 않고, 그냥 ‘인’이라고 번역하듯이요.
그러니까 제3장의 문장은 이처럼 제2장의 문장이 제시하고 있는 유학의 중요한 개념, 또는 개념어들을 바탕으로 의미 파악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자면 적지 않은 지면을 동원하여 논의를 펼쳐야 하는데, 그건 너무 지난한 일이고,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도 아닙니다.
저는 이 제3장의 공자님 말씀을 아주 단순하고도 상식적인 차원에서 따져보고 싶습니다. 또는, 이 제3장을 바탕으로 아주 단순하고 상식적인 차원의 생각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뜯어볼 만한 점을 이 문장, 이 공자님 말씀이 품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당연히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말은 ‘上知(상지)’와 ‘하우(下愚)’입니다.
여기서 ‘윗 상(上)’자와 ‘아래 하(下)’자, ‘알 지(知)’자와 ‘어리석을 우(愚)’자가 각기 서로 대립되는 개념의 글자들임은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되지요?
이때 ‘上(상)’자와 ‘下(하)’자는 각기 최상급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각기 앞에 ‘가장 최(最)’자가 생략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야 의미가 더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문제는 이 ‘知(지)’자와 ‘愚(우)’자입니다. 보통 이 ‘지’자는 ‘지혜로운 자’ 정도로, ‘우’자는 ‘어리석은 자’ 정도로 새깁니다. 각각 뒤에 ‘者(자)’자가 생략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상지’는 ‘가장 지혜로운 자’가, ‘하우’는 ‘가장 어리석은 자’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다소라도 존중하는 느낌을 넣고 싶어서 ‘자(者)’대신 ‘이’를 쓴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이 두 단어도 유학의 중요한 개념어들로 간주하여 그냥 ‘상지’와 ‘하우’로 번역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다소 지나친 감이 있어서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뿐입니다. 물론 여기서 ‘가장’은 ‘제일’, ‘극히’. ‘지극히’ 따위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요.
맨 뒤의 ‘不移(불이)’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당연히 ‘옮길 이(移)’자가 핵심인데, 이를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나 ‘옮기지 못한다’라고 하면 전체 문장의 의미가 이상해져 버립니다. 이 글자에는 ‘바꾸다’, ‘변하다’라는 뜻도 있다는 걸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불이’를 ‘바꾸지 않는다’라고 하기 곤란한 것은 뒤에 ‘바꾸다(移)’라는 동사의 목적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동형으로 ‘바뀌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변하지 않는다’ 또는 ‘변화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은 괜찮겠습니다.
덧붙여, ‘않는다’를 ‘못한다’라고 해서, ‘바뀌지 못한다’나 ‘변(화)하지 못한다’라고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전체 문장을 저는 ‘오직 가장 지혜로운 이와 가장 어리석은 이만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번역하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어리석은 이만은’에서 ‘만은’을 대개는 그냥 ‘는’이라고 하고 마는데, 저는 앞의 ‘오직’과 잘 호응하는 문장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에서 굳이 ‘만은’이라고 한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 이 공자님 말씀에 대한 저만의 단순하고도 상식적인 차원의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