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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숨 Jan 13. 2019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 ③

삼성카드 즐기자 실용 숫자카드 V2 광고로 보는 무행위의 가치

*이 글은 브런치 매거진 '광고 인문학'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 2> 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삼성카드의 2015년 <즐기자 실용> 삼성카드 V2 편의 한 장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멍 때리는 순간에 찾아오는 창의력 

 열심히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서 창의성을 담당하는 영역은 무언가를 열중할 때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순간에 활성화가 된다고 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뇌의 <전측 상측두회>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영역은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나 산책을 할 때와 같은 멍 때리는 순간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라는 겁니다. 아르키메데스가 휴식을 취하며 목욕을 하는 순간에 유레카! 를 외치며 ‘질량의 법칙’을 문득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지요.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오히려 아무것이나 얻게 되는 것입니다. (관련해서는 정재승 교수님의 책 <열두 발자국>의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참고했습니다.)



"열심히 빙수 만드는 법을 익혔어. 아주 보람찬 하루라는 생각이 들어"

 앞서 소개한 연구 결과처럼, 우리의 인생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무언가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일본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에서 스즈코 또한 그랬습니다. 그녀는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며 열심히 사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마음이 이끄는 데로 거처를 옮기고 그곳에서 백만 엔이 모이면 재빨리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립니다. 그녀가 주로 했던 일들은 시골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빙수를 만드는 것이라던가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따는 일을 하는 등의 일입니다. 요즘의 우리 기준에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스즈코는 무엇이든지 열심히인 도시에서 빠져나와 생활하게 됨으로써 자신만의 삶의 규칙을 찾게 되고, 진짜 원하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의 스즈코. 작은 어촌마을에서 빙수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발견.


 스즈코는 바닷가 마을에서 빙수를 만들며 동생에게 편지를 씁니다. 


‘누나는 빙수 만드는데 재능이 있는 겉 같아. 지금까지 다른 사람한테 칭찬을 받은 적이 없어서 기쁘지만 칭찬받아 본 적 없는 재능이라 좀 복잡해.' 


 빙수를 만드는 일이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하는 토익점수 쌓기나 어학성적 높이기처럼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스즈코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달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빨간책방 팟캐스트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김중혁 작가는 에세이집 ‘뭐라도 되겠지’에서 <철저히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의 대학시절은 레포트도 쓰지 않고, 과제도 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 캠퍼스의 지나가던 사람들을 쳐다보던 그 정신줄 놓았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간이 실은 그에게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고요. 그가 진공상태라고 표현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그 진공의 시간이 지금의 김중혁 작가의 반열에 든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 아무것도 안 하던 시절을 통해 사람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 만의 생각을 구축하여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법을 익혔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아마도 특별히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이 이끄는 것들. 정말 좋아해서 마음이 따르는 것들. 해도 해도 어깨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들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와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집 <뭐라도 되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열심히 해야 살아남는 초고도 경쟁 사회에서 우리 몸이 따르는 대로, 몸이 원하는 일들을 하기보다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긴장한 채로, 욕심이 나는 일들을 잘하기 위해 하나의 방향으로만 돌진하다 보니 놓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미처 놓쳐버렸던 것들을 얻기 위해 백만엔걸의 스즈코나 김중혁 작가의 진공의 시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열심히 하던 지금 그 일을 멈추고, 내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가고 있는 방향에 너무 몰입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면서요. 


 광고의 메세지처럼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광고에나온 카드의 기능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순간은 우리도 모르는새에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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