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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May 05. 2024

야생화 이야기

9. 처녀치마, 칠보치마


여름꽃과 달리 이른 봄꽃의 모양이 다양한 것은 봄이라는 냉혹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종족을 이어하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세워 진화하였기 때문이다. 그중 모양이 신기하기로는 처녀치마도 남 못지 않다. 


처녀치마라는 이름은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잎이 치렁치렁 늘어진 모습이 옛날 처녀들의 치마와 닮았고 다소곳 고개를 숙인 적자색 꽃이 소녀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처녀작, 처녀 항해처럼 처녀라는 단어가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처녀치마: 잎이 치마처럼 치렁치렁 달리고 꽃은 산발한 머리 같다

깊은 산 습한 곳에서 자라는데 누가 뭐래도 처녀치마의 성지는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이다. 깊은 계곡 기슭 어느 고목에 마치 집성촌을 이루듯 모여사는 모습을 보기 위해 3월 말이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다. 

처녀치마: 천마산 계곡에 무리지어 사는 처녀치마

꽃은 겨우내 묵은 잎 사이에서 꽃대를 내밀고 그 끝에 한 개씩 달리는데, 그러니까 꽃이 필 때의 잎은 새 치마가 아니라 헌 치마인 셈이다. 정작 새 잎은 꽃이 질무렵 헌 치마를 밀어내고 조금씩 자라난다. 비슷한 꽃으로 숙은처녀치마가 있는데 거의 차이가 없어 일반인의 눈에는 구분이 무의미하다. 


6월 하순쯤 피는 칠보치마가 있다. 치렁치렁한 잎이 처녀치마와 흡사한 꽃이다. 수원의 칠보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지만 칠보산에서도 멸종이 되고 현재는 인공으로 복원한 꽃들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야생화로서의 본연의 의미를 잃은 꽃이 된 셈이다. 그밖에는 부산 등지에서 드물게 만날 수 있다. 현재는 멸종 위기 2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나도 실물을 본 적은 없다.

칠보치마(사진 정택근): 처녀치마처럼 습한 비탈을 좋아한다. 6월 하순경에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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