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앵초, 큰앵초, 설앵
앵초, 너무 흔하지도 너무 귀하지도 않아 더욱 사랑스러운 꽃이다. 산기슭 햇볕 잘 들고 습한 곳에 모여살지만 정해진 서식지가 아니면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보다 인가에서 키우는 앵초를 보기가 더 쉬울 법하다.
앵초는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에서 인기가 많다. 물론, 우리나라의 앵초와는 모양도 색도 다르지만, 그 옛날 영국에서는 사랑의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 서로 선물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팔기도 하였다.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재료로도 인기가 많았다.
전설에 따르면 사랑의 여신 프라이야에게 앵초를 봉헌하거나, 프라이야 궁전의 자물쇠를 여는 꽃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프라이야 여신은 사랑의 상징이다. 기독교가 들어오면서는 앵초는 성모마리아에게 봉헌하고, 그래서 “성모 마리아의 열쇠”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앵초 꽃이 열쇠꾸러미를 닮았기 때문이라는데 그래서 꽃말도 “행운의 열쇠”다. 산길을 걷다가 앵초나 큰앵초를 만나면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데 어쩌면 그 꽃을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앵초는 특히 잎이 아름다운 꽃이다. 기다란 하트꼴의 넓은 잎이 신기해 앵초를 만날 때마다 난 꽃보다 잎에 시선을 뺏기고 만다. 붉은 색의 통꽃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큰앵초는 앵초와 달리 고산 높은 곳을 좋아하는데 분포도가 넓어 산에 오르기만 하면 앵초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4월에 피는 앵초와 달리 5월에 피며 키가 크고 잎이 단풍잎을 닮았다.
설앵초는 한라산, 가야산 정상 쯤, 바위틈에 피기에 일반인이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꽃은 비슷하지만 줄기 하나에 잔뜩 모여 피며, 키도 잎도 제일 작다. 나는 오래 전 제주도와 일본 레분섬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