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것 숨겨두기. 그리고 모아서 후회하기. (33번째 일일)
마시던 커피를 냉장고 안에 넣어둔 적이 있다.
넣어 둘 때야
조금 있다가 마셔야지
아니면 내일은 마시겠지 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냉장고 한켠에 자리 잡은 나의 커피는
며칠 동안 조용히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커피가 마시고 싶던 차에
얼마 전에 넣어두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 커피를 꺼내 들고 책상에 앉았다.
음..
한 모금 마시고 알았다.
버려야겠구나.
냉장고 안에 온갖 음식냄새가 다 배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뚜껑도 제대로 없는 컵만 홀랑 냉장고 속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
이럴 거면 그냥 그때 버릴 걸 하고 생각했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그런 생각으로 넣어둔 재료들이 많다.
배불리 먹고 조금 남은 배달 음식.
둘이 먹기엔 많아서 남겨둔 콩나물 반 봉지.
그리고 바닥을 보이며 먹기 싫어진 밑반찬들.
그렇게 쌓이고 쌓여
냉장고가 더 이상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기능을 하지 못할 때쯤
한 번씩 냉장고 정리를 한다.
냉장고 정리라기보다 상한 음식물 버리기에 가깝다.
이마저도 한 번씩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처한다는 것을
이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최소한 한 달에 두어 번은 냉장고 정리를 하고 있다.
결국은 그때그때 버리지 못하고 냉장고로 미뤄둔 나의 게으름 덕에
더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매번 학습하여 알고 있음에도
내 몸은 정말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게으름이라는 게 참
더 큰 귀찮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