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되는 거야.
얼음은 결국 녹는다. (32번째 일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시작이 그렇다고 하여
그런 만남의 시간이 계속해서 불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늘 나에게 과제로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할 말이 없음에도 억지로 말을 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난 사람과
딱히 할 말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어떤 말이든 꺼내고 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상대의 말과 나의 말 사이에
여백을 견디지 못한 채
입 안에서만 뱉어내는 말은
자칫하면 무례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쉽게 오해가 쌓일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일수록
신중의 신중을 기해 말을 전달해야 한다.
첫 만남의 얼음 같은 순간을 참지 못하고
괜한 말이라도 꺼내서 그 시간을 깨려고 들면
필히 난감한 일이 생기고 말 것이다.
그 순간 내가 뱉은 말은 정말 아무 말일뿐이다.
그러니 전혀 그럴 필요는 없다.
녹지 않은 얼음을 굳이 무리해서 깨려고 들지 말자.
얼음은 결국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