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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a May 08. 2024

3화: 네트워킹 이벤트

소연의 변호사 인생 첫 네트워킹 이벤트.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에 포함된 사진들은 대부분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아닌 경우에는 출처를 명시하였습니다.). 즐겁게 즐겨주세요!



오후 7시. 소연은 미드타운에 위치한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AT Kitchen & Bar'. 뉴욕 생활이 1년 가량되어가지만 뉴욕 자체를 돌아다녀본 적이 없던 소연으로서는 처음 와보는 장소였다. 어두운 내부와 바테이블 곳곳에 빛나고 있는 촛불이 소연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소연과 눈이 마주친 직원은 "아시안 변호사 모임?"이라는 질문을 던진 후, 소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그녀를 내부로 안내했다.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아시안 변호사 모임에서 식당 전체를 대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변호사들인거잖아?'. 소연은 긴장감이 몰려왔다.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기는 하였으나 소연은 교류할 만한 친구가 많진 않았다. 로스쿨 재학 기간 동안 로스쿨 동기와 연애를 해왔기에 막상 다른 동기들과는 교류할 기회가 많진 않았기 때문이다. 한인 교포 출신 전 남자친구는 소연의 로스쿨 재학 기간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다. 소연 역시 유년 시절 해외 체류 경험, 4년 간의 국제학부 생활 및 어학연수 등으로 상당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보유하였지만, 학교 과제나 시험 준비 등에 있어서는 교포 출신인 전 남자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소연은 LSAT(미국 로스쿨 입학 관련 시험), 토플 등은 어떻게든 해결해왔지만, 미국 로스쿨 생활은 소연에겐 다소 버거웠다. 로리뷰(Law Review, 미국 로스쿨 내 교지편집부 느낌. 미국 로스쿨생들은 위 경험을 중요한 스펙으로 여긴다.) 활동을 원하는 소연을 위해, 전 남자친구는 소연의 로리뷰 원고들을 작성해주었다. 시험 준비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소연을 위해 수업 과제도 직접 해결해주었다. 항상 같은 수업을 듣는 소연을 위해, 동기들에게서 구해온 시험 아웃라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소연은 3년 동안 전 남자친구의 지원 하에 로스쿨 생활을 편히 마칠 수 있었다. 소연 입장에서는 이 역시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건 내 능력이잖아?'. 소연은 뉴욕 이주 후,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뉴욕 대형로펌 컨펌을 받지도 못한 전 남자친구에게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연은 3년 동안 전 남자친구와 교제를 하느라 다른 유망한 남자들을 만나지 못한 시간이 매우 아깝게 느껴졌다. '3년 동안 외롭지 않았으면 됐지 뭐.' 스스로를 위로했다. 


소연은 바 내부를 둘러보았다. 소연이 아는 인물은 없어보였다. 소연에게 오늘의 자리를 추천한 파트너 변호사조차 보이지 않았다. 바 주변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 변호사 무리가 보였지만, 굳이 다가가지는 않았다. 한국인 여자 변호사들, 그것도 젊은 여자 변호사들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리 만무해보였기 때문이다. 소연은 일단 바에서 칵테일을 한잔 주문하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손에 술을 들지도 않은 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 역시 미국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연은 바에서 칵테일 한잔을 주문했다. 칵테일을 기다리고 있던 소연의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바로 전에 본 무리에 있던 여자는 아니었다. 소연과 비슷해보이는 나이대. 마른 체형. 긴 웨이브 머리를 한 그녀는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주문했다. 

멍하게 칵테일을 기다리고 있던 찰나 상대방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어요?". 소연은 처음 보는 사이에, 이름도 아닌 '출신지'를 물어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화답했다. "한국이요. 어디서 왔어요?". 

소연은 대인관계가 능숙했다. 그녀를 처음보는 사람들은 항상 소연에게 호감을 느꼈다. 소연의 하얀 얼굴과 미소를 지을 때 동그랗게 변하는 얼굴형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게 하기 충분하였다. 소연을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저도 한국에서 왔어요. 내가 의미한건 '어느 펌에서 왔냐'는 얘기였어요. 저는 장소현이예요. 영어 이름은 Kylie.". 상대방이 웃으며 이번엔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소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앞에 있는 이 여자와는 잘 어울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트워킹 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첫만남부터 문제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상대방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전 신소연이예요. 영어이름은 Kylie.". 웃으며 대답을 하긴 하였으나, '너와는 더이상 대화하고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충분히 조성했다. 게다가 소연은 변호사 네트워킹 모임에서 만난 비슷한 나이대의 한국인 여자와 같은 영어 이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기분나빴다. 사실 이쁘장한 또래 한국인 여자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도 그리 기분이 좋진 않았다. 소중한 네트워킹 기회를 어떤 펌에서 근무하는지도 알 수 없는 '한국인 여자'에게 잡혀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소현과의 30분 간의 대화로 소연은 그녀에 대한 몇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소연보다 2살이 많은 소현은 16살 무렵에 미국으로 홀로 유학을 와 미국 일리노이주 소재 일리노이 주립대학 어바나 샴페인(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캠퍼스를 졸업하고, 워싱턴 DC 소재 조지타운 대학(Georgetown University) 로스쿨을 졸업한 후, 전미 50위 내에 드는 대형로펌 3년차 변호사로 근무 중이었다. 

"언니라고 해도 돼요?". 소연은 자신의 개인 연락처를 소현에게 알려주었다. 


"주말에 피크닉 같이 가는거야?"


그때, 재희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소연은 휴대전화 화면에 재희의 카카오톡 알림과 내용이 표시되었지만, 메시지를 열어보지도, 답장을 하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소연은 귀찮았다. 


오후 9시 30분. 소연은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되었다. 한달 전,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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