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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늦은 프롤로그

by 작심몽실

프롤로그라 함은 본격적인 글 시작 전, 어떤 식으로 글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안내하는 방향키 역할을 하는 건데 어째 순서가 한참 잘못되었다. 글이 끝나가는 마당에 이제야 프롤로그를 작성하고 있다. 방황도 늦더니 이 또한 더딘 나다.


브런치를 가입하고 네댓 번 도전했던 작가신청에서 고배를 마시고 나서부터 남들에게 선보이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보다 백수가 된 마당에 십여 년 후 추억이나 곱씹을 수 있는 일기라도 쓰자 싶어 기록을 남겼고, 어느 정도 저장된 글이 늘어나면서 혹시나 싶어 다시 도전한 작가신청이었는데 덜컥 승인이 되었다는 알림을 받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이것저것 신기한 설정 버튼을 누르다 보니 어느덧 '불혹의 백수부부 창업도전기'라는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 부담 갖지 말고 나의 이야기를 남기자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많은 적든 타인에게 공개된 글은 나의 의도와 다르게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고 소심한 나는 겁부터 났다. 그래서 다분히 개인적인 이 글이 누군가에게 크나큰 삶의 나침반이 되고자 함보다 함께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가볍게 시작한 글이라는 소개로 무거운 마음의 짐을 좀 덜고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프롤로그를 써본다.


교직에 있을 때 이런저런 연수를 참석하면 몇몇 강사들의 공통된 농담이 있다. 강연을 나가면 교사들 앞에서 강연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수업의 전문가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사들이 가만히 앉아서 남의 말을 듣고 호응해 주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들이 앞에서 수업하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 오히려 타인의 말을 진득하게 앉아 듣는 일은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맥락일지 모르겠지만 10여 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잔소리를 해오던 나는 나와 같은 말투의 에세이를 싫어한다. 기껏해야 본인 혼자 경험했던 일을 두고 마치 큰 이치를 깨달은 듯, 그리고 그 깨달음이 전부라는 듯 단정 짓는 말투가 거슬렸다. 마치 잔소리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내가 직접 글을 쓰고 보니 이 말투가 누군가를 강압적으로 또는 무리하게 설득하고픈 목적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단지 직접 겪고 느꼈던 소소하지만 큰 울림이 있던 일을 되새김질하고 다시 스스로에게 다짐하기 위한 말투였다는 것을. 그래서 혹여라도 글을 읽으면서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일을 엄청난 깨달음처럼 말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뒤늦게 방황하는 한 인간이 뒤늦게 철들고 있구나'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부탁하고 싶다. 나아가 누구나 했을 법한 고민과 에피소드에서 공감과 이해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특히나 뒤늦게 방황하는 어른이들이여,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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