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가르칠 수 있을까?

AI 디지털 교과서 : 장점 편

by 생각하는뇌

※본문은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어 보는 2편의 칼럼 중 1편입니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AI가 열풍이다. 사실 AI라는 개념 자체는 나온지 꽤 시간이 지났다.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기계는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테스트하기 위한 방법으로 ‘튜링 테스트(The Turing Test)’를 고안했다. 이것은 AI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연구로 꼽힌다.


그 이후로 75년이 지난 지금, AI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교과서에도 AI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AI 디지털 교과서'다. 전통적으로 단순히 읽기만 가능한 교과서의 범주를 넘어서서,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맞춤 학습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 AI를 활용하여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했다. 그런데 이 AI 교과서가 과연 정말 '맞춤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1. AI 디지털 교과서란 무엇인가?


AI 디지털 교과서. 왜 AI 교과서가 아니라 AI 디지털 교과서라는 이름일까? 왜냐하면 교과서의 디지털화는 그 이전에 이미 시도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의 시작은 2007년 노무현 참여정부 때부터였다. 당시는 교과서 내용을 디지털화해서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을 디지털교과서라고 칭하였다. 즉, 교과서와 관련 음성/영상 자료를 하나의 형태로 만들고자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통신망 속도도 느렸고, 운영 체제에서도 통일된 형식이 없었다. 그렇기에 10년 넘는 시간 동안 흐지부지되었고, 어느 정도 기술이 발전된 2018년도에서야 제대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 디지털 교과서에 AI라는 이름이 붙으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도입을 시사한 것은 윤석열 정부부터였다. 2023년 6월 이주호 부총리가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고, 본래는 올해(25년)부터 전면 도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정책 자체가 뒤집힐 위기에 놓였었고, 전면 도입은 1년간 유예되어 현재는 희망 학교 도입으로 변경된 상태다.


2. AI 디지털 교과서의 특징과 장점은?


그림1.png 출처 : 교육부 홍보자료

AI 디지털 교과서의 기본 테제는 '맞춤 학습 기회'이다. 기존의 디지털 교과서가 서책형 교과서의 한계(시각적 효과의 부족,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의 한계, 흥미 유발과 학습 몰입 기능의 부족 등)를 해결해보자는 고민에서 출발하였다면, AI의 도입은 학생들은 서로 다른데 같은 수업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고민에서 나온 대답이다. 즉 기본적인 컨셉이 인공지능이 학생의 학습상황을 분석해서 교사에게 알려주면 교사는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맞춤 지도를 할 수 있고, 학생은 자신의 흥미에 맞는 콘텐츠로 학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기능은 주로 분석을 통한 맞춤형 기회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령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의 학습데이터 분석을 교사, 학생에게 각각 제공하는 점, 그리고 쉽고 편리한 UI/UX나 다국어 지원 등의 접근성 향상 등이 있다.



e10d3bd7-b9fb-42d8-989d-2aa97e27551b.jpg 출처 : 교육부

이 중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대시보드를 통한 학습데이터 분석이다. 학습 역량 중 가장 기르기 어려운 역량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암기력이나 문제 수행 능력은 학생 스스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예를 들면 원자번호를 이름을 붙여서 20번까지 외운다거나, 수학 문제를 초급부터 서서히 심화로 풀어본다던가).


그러나 메타 인지 능력, 더 직설적으로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는 굉장히 기르기 힘들다. 자신이 모르는 것, 아는 것을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만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적절하게 투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기에 문제집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기껏해야 어떤 문제를 많이 틀리고 어떤 문제를 맞추는지 알 수 있는 정도인데, '여기서 이 방법을 쓰면 되겠다' 정도의 감각을 훈련으로 만들어 풀 뿐이다. 대부분은 자신이 푸는 문제의 유형이나 개념을 분석해서 풀지 않는다 - 왜냐하면 한정된 시간에서 빠르게 문제를 푸는 '시험'을 상정하니까 깊은 분석은 불필요하다.


그렇기에 학생이 문제를 푸는 순서, 어떤 문제에서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지 등을 모두 AI로 분석할 수 있다면 학생이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데이터는 단순히 학생에게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에게도 제시된다. 본래 시간의 부족으로 학생 모두의 학습 상황을 분석 -> 대안을 마련해 실행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웠다면 이제는 분석이 AI로 완료되니 이후 실행만 하면 된다. 그만큼 교육 현장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세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3. 보급 계획은 어떠한가?

사실 AI 디지털 교과서에 있어서 가장 큰 관건은 비용 문제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개발에 드는 비용 이외에도 교내 네트워크 환경 구축, 태블릿의 비용과 수리를 위한 보수 시스템 구축, 선생들에게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 등에서 다양한 비용이 든다.


그나마 교육부의 ⌈초·중등 인프라 개선 계획⌋에 따라 네트워크 속도, 접속 장애 등을 점검하고 유·무선 네트워크 통합관제 시스템의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전국 초·중·고 6000개교에 600억(교당 100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디지털교과서 수업을 보조하고 기기 관리를 전담할 디지털튜터 1200명을 양성하여 배치하며, 전국 시도교육(지원)청에 학교의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 품질을 사전점검하고 장애 발생 때 조치하는 테크센터를 설치 운영한다고 한다.


4. 보급 이후 반응은 어떠한가?


교사들의 반응은 빠르게 진행된 정책인 만큼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긍정적인 의견부터 본다면, 제물포중학교의 오성경 교사는 "아이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어 아이들이 숙제를 내주지 않았는데도 집에서 스스로 문제를 풀고 학습을 한다는 아이들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고 하였다. 동시에 교수 학습 설계가 까다로워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진로 탐색에 학습자의 장점, 단점, 관심 있는 분야 등을 학습하게 해주는 AI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장송초등학교의 허윤영 교사도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책 형태의 교과서에는 반응이 없던 친구가 스마트기기로 학습하는 그 자체로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맞춤 교육과 더 넓은 배움을 위해서는 디지털교과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라고 말하였다.


반면 경기 성남 보평초 교사인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AI교과서가 학생들의 교과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을진 몰라도 교과를 왜 배워야 하는지 충분한 의미나 목적은 전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AI교과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은 줄이고 학생과 AI교과서와의 상호작용을 늘리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의미나 목적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는 게 해외 연구에서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반응에서 유의미한 평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아직 체험판 도입인만큼, 향후 전면 도입 이후 평가를 살펴봐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 AI 교과서의 장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AI 교과서의 단점, 그리고 걱정거리에 대해 조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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