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AI 디지털 교과서의 단점과 우려되는 점

by 생각하는뇌

※본문은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어 보는 2편의 칼럼 중 2편입니다


AI가 교육 현장에 도입되면 학습자의 수준에 맞춘 개인화 학습, 빠른 정보 검색, 실시간 피드백 제공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며 미래 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존재하는 법. 이러한 기술이 무조건적인 긍정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AI 교과서에는 아직 우려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AI 교과서에 대한 우려점을 나열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겪는 숙명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일 만한 점을 3가지 정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공부를 못 하게 만든다(유튜브)


22444_11009_431.jpg 출처 : ishockstock

가장 중요하게 학부모가 신경 쓰는 것은 유튜브나 게임을 접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필연적으로 태블릿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를 통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학생들이 그 매체를 이용해 '딴짓'을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특히 그 안의 앱들은 도파민을 중심으로 작용하는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계속해서 자신들의 앱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성인이 되어도 그러한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어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유혹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얼핏 불가능처럼 보인다. 안 그래도 일반 교재로 수업을 해도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옆사람과 킥킥거리기가 일쑤인데, 태블릿까지 주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러나 이런 우려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선생님께서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으로 학생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는 전망도 있다.


일부 교사들은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수업을 설계하면, 가만히 있어도 넘어가는 수업과 달리 문제를 풀어야만 넘어갈 수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기존에 종이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학생들이 태블릿이라는 매체를 이용하며 더욱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2) 인간 교사의 역할 축소

2017042102101860041001[1].jpg 출처 :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42102101860041001

앞선 문제는 학부모의 걱정이었다면, 이번엔 교사의 걱정이다. AI 교과서가 나온다면, 그리고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습 방식을 찾아 가르칠 수 있다면 선생이라는 존재가 필요할까? 가뜩이나 공교육보다 사교육에서의 예습과 문제풀이를 더 중요시하며 떨어진 선생의 권위가 AI 디지털 교과서가 나온다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선생이라는 직업이 AI 디지털 교과서에 의해 '자동화'가 되어 대체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어디까지나 '보조 교사'의 역할로 한정지었다. AI 교과서는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용도가 아니라 보조하는 역할일 뿐, 정서적 소통, 윤리적 판단, 사회적 관계 형성 등 인간적 교육을 수행하는 교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AI 디지털 교과서를 직접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 업체에게 맡겨서 생산/보급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그 뜻대로 될지, 그 점은 아직 의문이긴 하다.


3) 떨어지는 사고력과 정보 왜곡

143558_110848_4810.jpg 출처 : 픽사베이

AI 교과서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답 중심의 학습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습자 스스로 사고하고 탐구하는 과정보다는, AI가 제시하는 '정답'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학습 태도를 강화할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력은 점점 약화될 위험이 있다.


문제는 AI 교과서가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만약 사용된 데이터가 편향되어 있다면, 학습자에게 왜곡된 정보나 특정 가치관만을 주입할 수 있다. 특히 역사, 사회 과목처럼 자연법칙에 근거한 정답보다 다수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이론을 소개하는 경우, 편향된 콘텐츠는 균형 잡힌 세계관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


결국 약화된 비판적 사고력과 잘못된 데이터로 만들어진 AI 교과서. 이 둘이 결합하면 편향된 지식과 왜곡된 정보 속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교과서에 대한 선택은 각 지역의 교육청 혹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교과서를 선택하는 집단의 정치적/사회적 이념이 반영된 교과서를 편향 선택한다면, 정말 모든 학생들이 AI 디지털 교과서에 나오는 잘못된 정보를 비판하고 분석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문제점보다 이득이 크다는 입장도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업데이트가 기존 교과서에 비해 빠른 만큼, 학생들이 선호하는 의견을 정하고 토론을 진행하며 더욱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AI 교과서도 철저히 관리감독하면 지금의 교과서처럼 큰 문제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담은 전망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들은 사실 학부모, 교사, AI의 측면에서 문제점을 하나씩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 이전에 던져야 하는 더 큰 질문이 하나 있다. 대답하기는 참으로 막막해서, 위의 질문들처럼 이득과 손해를 나누는 것조차 힘든 질문이 말이다.



"교육이란 정말 AI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인가?"


AI 디지털 교과서는 AI다. 수많은 데이터를 엮어서 이후의 질문(이 학생이 어려워하는 범위, 심화 문제의 제작 등)에 대한 최적의 답을 내놓는다. 반대로 말하면, 데이터가 있어야만 AI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과연 교육이라는 것이 모두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왔던 것은 지식이 다가 아니다. 급식이 나오던 양철 식판, 친구들과 복도에서 하던 술래잡기, 처음 사귄 연인과 손을 잡고 하교하던 기억... 그 모든 것이 우리가 학교를 다니며 쌓았던 추억이고, 인생의 경험이었다.


그러나 AI는 이렇게 말한다. 데이터화할 수 없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그렇기에 데이터가 가장 많은 곳에 초점을 맞춘다. 바로 시험이다. 굳이 수능까지 가지 않아도 전국에 있는 학교들의 시험문제, 그리고 그 모든 족보를 통합하면 학생이 문제를 풀 때 어디를 잘하고 어디가 약한지 너무나도 쉽게 분석할 수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사회정서적인 능력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총 5가지 정도의 역량(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 등)을 정하고 이 안에서 학생들의 수준을 평가하여 진로상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능력은 절대로 수치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고작해야 심리검사 몇 개를 엮어서 점수로 매기는 결과가 그 학생의 가정환경, 교우 관계, 심리적 트라우마, 희망 진로, 그리고 그 연관관계 모든 것을 반영할 수 있을까?


아마 여기까지 말하면 이런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언급하는 내용은 AI 교과서가 없는 상황에도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굳이 그런 부분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가? 오히려 AI 교과서로 공부에 대한 영역을 해결하면 진로 상담이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교사가 더 시간을 쏟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말도 맞다. AI 교과서가 있으면 교사에게 특정 내용을 가르치는 시간보다 학생을 인도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시간이 더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학생의 핵심적인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것은 교사밖에 없다는 결론이라면... 굳이 비싼 돈으로 학생들의 정보를 회사에 넘겨 AI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 이유가 있는가?


마치며


AI 교과서는 분명 언젠가 등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맞춤형 교육이라는 것은 교육의 최상위 목표이고, 학생보다 교사가 적은 상황을 극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AI 교과서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학생들이 AI 디지털 교과서로 교육을 받을 때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


이미 교과서에 있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에만 집중하는 교육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깨닫는 바이다. 그만큼 AI 디지털 교과서가 단순히 학업 성적을 효율적으로 높이는 것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얻는 것은 더 좋은 학생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기계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 이전에 우리는 질문해봐야 한다.


"학생들이 AI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보다도


"학생들이 AI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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