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프면 머리가 아플까?

두통을 다루는 칼럼 1편.

by 생각하는뇌

"나 머리가 아파. 감기에 걸렸나 봐."


이 지긋지긋한 두통. 술을 먹고 숙취를 해도 생기고, 피곤해도 생기고, 감기에 걸려도 생기고, 심지어는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들어도 생긴다. 현대 사회에서 두통은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두통은 도움이 된다. 우리가 몸이 아픈지 의심하기 시작하는 것도 두통이 시작이고, 오늘 너무 무리했는지 진단할 수 있는 것도 두통이다. 그런 두통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적절한 때에 쉴 수 있고, 혹은 병원에 가서 적절한 처방을 받아 더 빨리 나을 수도 있다. 결국 두통은 아프지만 나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여러분들은 우리 뇌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수용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무슨 소리야? 지금 내가 '머리'가 지끈거린다니까?"

23115.jpg 난 머리가 아프다고!

그렇다. 우리는 분명 머리에서 두통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우리의 뇌를 이루는 신경세포에는 그 통증을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가 없다. 그러면 어디에 통증이 느껴지는 걸까?


그 답을 통증 수용체(nocireceptor)에 대하여 알아보면서 찾아보자.


통증 수용체가 뭔데?


통증 수용체는 위험 신호를 '받아서'('수용'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 통증이라는 신호로 바꾸어주는 우리 몸의 구조이다. 물론 우리 몸에 찾아올 수 있는 위험이 다양한 만큼 통증 수용체에도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열/냉기 감지 수용체 (Thermal Nociceptors) :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의 극단적인 변화를 감지한다. 즉 피부가 데거나 얼어붙을 정도의 위험한 온도를 감지한다.


2) 기계적 자극 감지 수용체 (Mechanical Nociceptors) : 강한 압력, 찌르거나 베이는 것, 심하게 늘어나거나 꼬이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힘을 감지한다. 왜냐하면 이런 힘은 세포와 조직을 물리적으로 손상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힘 외에도 내부에서 머리 근육이 심하게 긴장되거나, 혈관이 갑자기 늘어나 주변 조직을 압박할 때에도 이런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3) 화학 물질 감지 수용체 (Chemical Nociceptors) :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 손상된 조직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예: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 등), 또는 외부의 자극적인 화학 물질(예: 고추의 캡사이신, 산성 물질 등)에 반응한다. 가장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캡사이신인데, 아무래도 이래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이상하다'라고 여기나 보다('고통'을 즐기고 있으니까)


4) 복합 자극 감지 수용체 (Polymodal Nociceptors): 이 수용체가 가장 흔하며, 위에 언급된 여러 가지 자극(뜨거운 열, 기계적 압력, 다양한 화학 물질)에 모두 반응한다.


이러한 통증 수용체는 우리 몸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위치에 따라서 분포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어릴 때 엉덩이에 주사를 맞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엉덩이는 통증 수용체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실제로 통증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아마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의 엉덩이를 공으로 까는 벌칙을 당해본 사람들은 팔보다는 엉덩이가 덜 아프다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뇌를 이루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에는 이러한 수용체가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가 느끼는 두통은 어디에서 느끼는 걸까? 통증 수용체 말고는 이런 두통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없는데 말이다. 그 답은 신호 전달에 있다.



삼차 신경, 통증이 머리에서 느껴지는 이유


우리가 라면 냄비에 손을 잘못 댔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때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아마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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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떼면서)"앗 뜨거워!"


그렇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손을 떼면서 제대로 통증을 느낀다. 이 말은 통증 수용체에서 바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약 통증 수용체가 통증을 느낀다면 이렇게 될 것이다.


(불에 달궈진 냄비를 꽉 잡으며)"앗 뜨거워!" -> 손을 뗀다.


이렇게 되면 아마 잘 끌여진 라면과 잘 구워진 고기를 세트로 얻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몸은 그런 위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척수 반사라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면, 결국 통증은 우리 손에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뇌까지 신호가 전달이 되어야 인식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체 말단에서 일어나는 신호는 감각 신경, 척수를 거쳐서 뇌로 전달이 된다. 그렇기에 척수 반사가 일어나면 뇌에 도착하기 전에 몸이 반응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손을 떼면서(척수 반사) "앗 뜨거워!"(뇌가 통증 신호를 받음)를 외치게 된다.

2015070701976_0.jpg 통증이 전달되는 경로. 이 경로는 두통에서도 유사하다.

그런데 두통은 머리에서 일어나는 통증이다. 이 두통도 똑같이 척수를 거쳐서 반응이 일어날까? 신호 전달이 우리 몸의 말단에서 느끼는 것과 똑같냐, 이 말이다. 놀랍게도, 그렇다! 즉 두통은 실제로 신체 말단의 통증 수용체의 신호를 받아 그 부위에 '통증'이 있다고 인지하는 것처럼, 우리 머리에 있는 다른 통증 수용체의 신호를 받아 '통증'이 있다고 인지할 뿐이다. 단지 그 부위가 뇌에 굉장히 가깝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뇌가 아프다'라고 인지하는 것!

21581-trigeminal-nerve.jpg 안면 곳곳에, 뇌 안까지 퍼져있는 삼차 신경.

ㅇ 이러한 두통을 인지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신경이 바로 삼차 신경(Trigeminal Nerve)이다. 삼차 신경은 머리와 얼굴 곳곳에 퍼져서 통신 케이블처럼 대부분의 감각(통증, 온도, 촉각 등)을 뇌로 전달한다. 심지어 머리뼈 안쪽의 중요한 부분들에도 퍼져있다. 예를 들어, 소중한 뇌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뇌막이라는 막이나,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들에도 이 삼차 신경의 가지들이 닿아있다. 그리고 이 삼차 신경들이 닿아있는 부위에 통증 수용체가 많이 붙어있고, 이것이 바로 두통의 원인이다.


통증 신호의 전달은 앞에서 설명한 라면과 과정이 거의 비슷하다. 통증 수용체가 반응하면 통증 신호가 삼차 신경이라는 케이블을 타고 뇌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머리 옆쪽에 있는 삼차 신경의 작은 정보 집합소인 삼차 신경절(Trigeminal Ganglion)에 모여 정보를 정돈한 후, 뇌의 아래쪽에 있는 정보 처리 센터인 삼차 신경핵(Trigeminal Nucleus)으로 이동되는 과정도 있지만... 핵심은 뇌 자체가 아픈 것이 아니라, 뇌는 삼차 신경을 통해 올라온 통증 '신호'를 해석할 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뇌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음에도 우리가 두통을 느끼는 것이다. 통증 수용체는 뇌 주변과 내부에 수많게 존재하기에 얼마든지 머리 근처의 통증을 인지할 수 있고, 삼차 신경을 통해 뇌로 신호를 전달하기만 하면

뇌는 그 부위가 아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몸이 아플 때는 왜 머리가 아플까?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몸이 아플 때 왜 머리가 아플까?'라는 질문에 답할 차례다.


만약 감기에 걸리거나 몸에 염증이 생기면, 우리 몸에서는 치료를 위해 여러 염증 물질들(cytokines)이 분비된다. 그리고 이 물질들은 우리 몸을 떠돌다가 머릿속에 있는 혈관이나 뇌막 주변으로 이동해 삼차 신경 끝에 연결된 통증 수용체들을 자극할 수 있다. 마치 연기가 나면 화재경보기가 울리듯, 염증 물질이 센서를 자극하면 삼차 신경을 통해 '머리가 아프다'는 경보음을 뇌에 보내고, 이것이 두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의 요인에 의해 생기는 두통을 "이차성 두통(secondary headache)"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 몸이 아프면 두통이 생기는 것은 뇌에도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염증 물질들(cytokines)이 삼차 신경을 자극한 결과인 것이다. 이런 일이 항상 몸이 아플 때에만 일어나다 보니 우리는 두통이 생기면 몸에 안 좋은 곳이 있는지 의심하는 것이고, 실제로 쏠쏠한 이득을 보고 있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질 것이다.


"이차성 두통이라면, 일차성 두통도 있는 건가요? 뇌 자체가 아픈 경우요."


당연하게도 일차성 두통도 존재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정체가 제대로 밝혀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50년도 되지 않았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진통제의 역사와 함께 알아보자.


첫 번째 사진 출처 : https://medigatenews.com/news/3841082783

두 번째 사진 출처 : Freepik

세 번째 사진 출처 : https://my.clevelandclinic.org/health/body/21581-trigeminal-nerve

네 번째 사진 출처 :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1507070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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