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을 다루는 칼럼 2편. 편두통에 대한 치료법.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몸이 감염으로 고통받으면 그 염증 물질들로 인해 두통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머리가 아프면 몸의 어딘가가 아프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두통의 문제점은 여기에 있다. 일단 우리가 인지를 하고 적절한 치료를 했다면, 그 이상의 신호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두통은 염증 물질로 생기는 만큼 다 나을 때까지 우리를 괴롭힌다.
쉽게 말하자면, 사이렌을 울려서 소방대원들이 전부 왔는데 불을 다 끌 때까지 사이렌이 계속 울리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그런 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필요가 있겠는가.
이런 모순을 해결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진통제다.
진통제. 영어로는 Painkiller라고 부른다. 고통(pain)을 죽이는 것(killer)이라는 뜻인데, 우리가 진통제(鎭진정할 진, 痛아플 통)이라고 부르는 맥락과 비슷하다. 아무래도 세계 어디에서나 통증을 줄이고 싶은 마음은 같았나 보다.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진통제는 아주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스위스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도 양귀비 재배 흔적이 존재했었고, 이집트 시대에도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이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 외에도 버드나무껍질, 만다라케 외 기타 식물이 모두 진통 및 마취 효과를 위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제대로 화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그 안에 있는 어떤 성분이 통증에 효과적인지 잘 몰랐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생겼다. 17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아편을 적포도주 등의 술에 적정량 녹여 만든 아편팅크(opium tincture)가 개발되어 감염병, 생리불순, 원인 불명의 통증 치료에 모두 효과를 보이는 기적의 약이 만들어졌다고 칭송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 중독성이 더욱 큰 피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죽하면 청나라와 영국의 국제 전쟁이 "아편전쟁"이라고 이름이 붙여질 정도일까.
이런 상황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1805년, 독일의 약사 프리드리히 제르튀르너가 아편에서 순수한 활성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던 때부터다. 이렇게 진통 성분을 분리하고 나니 환자에 따라 용량 조절을 가능하게 되었고, 이후 1850년대의 주사기와 피하 주사 바늘의 발명으로 효과적인 투여를 가능하게 했다.
19세기 후반에는 화학물 합성 기술도 발달했다. 독일 바이엘 사의 펠릭스 호프만은 이 발달한 기술의 흐름 속에서 버드나무껍질의 진통 성분인 살리실산을 개선하여 1897년에 아세틸살리실산, 즉 아스피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진통제의 탄생이었다.
이렇게 진통 성분을 불리하고 진통제를 만들 수 있게 되고 나서야 우리는 신체의 통증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먹는 감기약에도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나 이부프로펜 (Ibuprofen) 성분을 적정량 넣어서 두통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통약으로 유용한 성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2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앞서 말한 감염의 경우에 생기는 두통, 그리고 긴장성 두통 및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편두통에도 효과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연구 중이지만, 중추신경계(뇌와 척수)에서 Cyclooxygenase COX) 효소의 특정 형태(주로 COX-2)를 억제하여 통증 및 발열 유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이 줄어든다.
긴장성 두통 및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편두통에 좋고, 염증 반응에도 효과적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여서 중독성 걱정 등을 할 필요가 없다. COX-1과 COX-2를 가역적으로 잠시 동안 억제하고, 그 결과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이 멈춘다.
즉, 둘 모두 요약하면 다음 경로를 공유한다.
중추신경계 or 몸 전체 COX 효소 활성 억제 → 뇌 내 프로스타글란딘 생성 감소 → 통증 인지 완화(이부프로펜은 염증까지)
그런데 두통약에는 이런 경로만 있는 게 아니다. 프로스타글란딘 말고 다른 물질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성분은 트립탄(Triptan)이라고 불리는 성분인데, 이 성분은 세로토닌(Serotonin)의 특정 수용체인 세로토닌 5-HT1B/1D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이 수용체는 주로 뇌의 혈관(특히 삼차 신경계 주변)과 신경 말단에 존재하고, 트립탄이 작동하면 확장된 뇌혈관을 수축시키고 거기에 삼차 신경계의 신경 말단에 작용하여 통증 및 염증 유발에 관여하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와 같은 신경펩타이드의 방출을 억제한다. 즉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세로토닌 5-HT1B/1D 수용체 활성화 → 뇌혈관 수축 및 염증성 신경펩타이드(CGRP 등) 방출 억제 → 편두통 통증 완화
그러데 앞에 두 성분은 꽤나 들어봤겠지만, 세 번째 성분은 조금 생소하지 않은가?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감염에 의한 2차 두통이 아니라, 편두통과 같은 1차 두통에 주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편두통과 같은 증세는 급성으로 감염과 같은 두통보다 더욱 큰 고통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두통을 줄이기 위해서 혈관의 크기까지 줄이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혈관 내의 피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어 손발이 저리거나 추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오히려 이 약으로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재밌기도 하다. 두통을 해결하려고 약을 먹었는데 그 약 때문에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니? 그렇지만 이유가 있다. 그만큼 편두통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통증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조짐도 없이 나타나는, 아직까지 그 기작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병이다. 그런 만큼 강한 두통약이 편두통을 빠르게 가라앉히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편두통에 대해 밝혀진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