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의 메커니즘
편두통은 전 세계 유병률이 14%에 달하는 증상이다. 사실 이렇게 높음에도 우리 주변에서 편두통을 '걸렸다'라고 하는 사람을 보기는 많이 적은데, 국내에서는 6.5% 정도밖에 유병률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편두통은 유전력이 강하다. 편두통 환자의 70-80%에서 가족력이 관찰되며, 쌍둥이 연구에서 유전적 기여도가 34 정도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유전력이 낮은 폐암의 15-18%와 비교해서도 굉장히 높은 수치이고, 유전율이 가장 높은 암 중 하나인 전립선암의 42%와 더 비슷한 수치이다.
그러면 가족 중에 편두통 환자가 없으면 안심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편두통 유발에는 유전 외에도 다양한 유발 인자가 존재한다. 특히 환자 50-80%에서 보고된 스트레스를 포함해 월경 주기의 에스트로겐 변동, 수면 장애, 티라민을 함유한 적포도주 같은 음식, 감각 자극(섬광, 소음, 강한 냄새) 등이 편두통의 유발 인자로 확인되었다. 특히 스트레스와 함께 수면을 줄여가며 일하는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편두통은 도대체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총 3단계로 그 과정을 나눠볼 수 있다.
1단계는 피질확산성억제(cortical spreading depression, CSD)이다. 후두엽 피질에서 시작되는 이 현상은 신경세포인 뉴런과 그 활동을 돕는 교세포의 탈분극 파동이 분당 3-5mm 속도로 확산되며, 이온 농도 변화(K+ 유출, Ca2+ 유입)와 글루타메이트(glutamtae) 과분비를 동반한다. 쉽게 말하면, 평소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신경세포가 빠르게 신호를 전파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삼차신경 말단이 간접적으로 자극된다.
CSD에 의해 활성화된 삼차신경절(trigeminal ganglion) 신경세포는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substance P, PACAP 등의 neuropeptide를 분비한다.
이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CGRP다. CGRP는 뇌를 덮고 있는 수막의 혈관을 확장시키며 혈관내피세포와 비만세포의 CGRP 수용체(CGRP-R)에 결합해 염증 매개체(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 방출을 촉진한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염증 물질은 머리 주변의 통증 수용체(nocireceptor)를 자극해 통증이 일어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감염으로 인해 생긴 염증에서는 삼차 신경이 신호를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편두통에서 발생하는 신경성 염증은 삼차신경절이 직접 관여해서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중요!).
결국 혈관이 넓어지니 그 사이로 물질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되고, 계속해서 자극이 일어나니 통증 수용체가 민감해지기 시작한다(peripheral sensitization). 마치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면 그다음에 조그만 감각에도 쓰라리듯이, 통증 수용체가 낮은 수치에도 더 격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나마 2단계에서는 말단에 있는 통증 수용체가 민감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민감화가 지속되면 삼차신경핵(trigeminal nucleus caudalis)과 상부 경수(upper cervical cord)로 구성된 삼차경수복합체(TCC)에서 중추 민감화(central sensitization)가 발생한다. 이는 시상(thalamus)을 경유하여 대뇌피질 통증 인식 영역(전두엽, 두정엽)으로 전달되며, 박동성 두통과 이질통(allodynia)을 유발한다. 쉽게 말하면, 뇌를 사용하는 모든 순간이 통증이 된다.
비유하자면, 2단계는 무릎에 까진 상처를 건드려서 아픈 정도였다. 그러나 3단계는 신경 자체가 통증의 역치가 굉장히 낮아지는 것이다. 즉 우리가 살아있는 그 자체를 고통으로 인지할 정도로 역치가 낮아진다. 그 결과 우리는 깨어있는 동안 계속 고통을 느낀다. 왜냐하면 신경 세포는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항상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끔찍한 결과에 더해 교감신경계 활성화로 인한 메스꺼움, 구토, 광(光) 공포증 등의 자율신경 증상도 함께 수반된다.
그러면 트립탄은 어떻게 편두통을 치료하는가? 단순히 살아있는 상태를 고통으로 느낄 정도로 맛이 가버린 상태를 어떻게 되돌리는가?
트립탄 계열 약물(수마트립탄, 리자트립탄 등)은 선택적으로 5-HT1B/1D 수용체에 작용해 삼차신경혈관계를 다양하게 조절한다.
앞서 2단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수용체로 CGRP를 언급했다.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혈관의 확장 등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물질이다. 트립탄은 이 물질의 생산을 일시적으로 억제한다. 실험적으로 트립탄의 한 종류인 수마트립탄을 투여 시 혈장 CGRP 농도가 60% 이상 감소하며, 이는 혈관 확장의 역전과 염증 매개체 감소로 이어진다. 즉 2->3단계로 가는데 필요한 혈관 확장과 염증 물질을 조절한다.
또한 트립탄이 결합하는 5-HT1D 수용체는 중추 신경계에도 존재한다. 3단계는 중추 신경게가 민감해져서 뇌를 쓰는 그 자체가 통증이 된다고 했다. 트립탄은 이 중추 신경계가 통증을 억제하는 체계를 강화한다. 뇌간(brainstem)의 청반(locus coeruleus)과 선조체(raphe nuclei)에 존재하는 5-HT1D 수용체 활성화는 하행성 통증 억제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밝혀져있다. 그 결과 과활성화된 중추 신경계가 정상화된다.
요약 및 결론
요약하자면, 편두통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두통 질환으로, 유전적인 영향이 크지만 스트레스, 수면 부족 같은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갑자기 빠르게 신호를 주고받으면서(CSD) 혈관이 넓어지고 염증이 생기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신경이 예민해져 일상적인 자극도 고통으로 느껴지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 편두통이다.
다행히도 트립탄으로 우리는 혈관 확장과 염증을 줄이고 예민해진 신경계를 진정시켜 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혈관 수축 효과가 뇌에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자에게는 사용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대비한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더 편두통에 대한 원리가 규명되어 적극적인 치료법이 개발되고 더 나아가 뇌과학에 대한 더 넓은 이해가 가능해지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편두통 유병률 : 서울대학교 병원 N의학정보
3. Alina Buture, Rubesh Gooriah, Randa Nimeri, Fayyaz Ahmed, Current Understanding on Pain Mechanism in Migraine and Cluster Headache.Anesth Pain Med.2016;6(3):e35190.https://doi.org/10.5812/aapm.35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