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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17. 2024

2화. 기구한 삶을 가진 아이

교통사고에 이어 화마까지

그 집에 계속 살면 첫째가 목숨을 잃을 거야

나는 교통사고로 긴 시간을 입원해 있던 걸로 기억한다. 머리에 붕대를 싸맨 채 병원을 헤매었다. 주삿바늘들과 수액, 전신 마취를 내가 4살 때 겪었다. 사경을 헤매고 깨어난 아이는 아무 일도 없듯이 수액 봉을 밀며 병원을 돌아다녔다. 


시간이 지나고 병원을 퇴원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나와 동갑내기 친구집에 세 들어 살게 되었다. 현관문은 나눠져 있었지만 마당과 대문은 공유했다. 여름이 되면 페트병에 구멍을 뚫고 물총을 만들어 친구네 누나와 친구와 물총 싸움을 했다. 각 가족 구성원들의 생일에 케이크를 전해주며, 좋은 음식이 집에 있으면 친구 집에 나눠주고는 했다.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마치 응답하라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지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신점을 보러 가셨다. 삶이 힘들다면 불확실성에 사람은 예언, 점을 보는 경우가 많아진다. 신점을 보시던 분이 지금 살고 있는 집에 계속 살면 형이 목숨을 잃는다고 말을 했다. 어머님이 그 신점의 내용을 듣고 믿었을지, 아니면 흘리셨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늘은 장난을 치는 모양이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기억에 생생한 장면을 남겨놓았다. 형과 내가 집에서 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집에 검은 연기가 들이닥친 걸 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들은 어머니에게 집에 검은 연기가 들어온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시고는 어머니는 나와 형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우리 집은 화마가 집어삼켰다. 사람들은 불구경을 위해 주변에 모였고 소방차가 대문 밖에 도착하여 불을 진압했다. 나는 그 순간조차도 철이 없었다. 그저 소방차를 봤기 때문에 신난 아이가 되어있었다. 불이 진압되고 나서 들어가보니, 온갖 그을음들이 집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화재로 인해 기존 집에 살면 형이 목숨을 잃는다는 신점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 이사를 가게 되었다. 우리 집은 정말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던 것 같다. 불이 났던 집 이전에 살던 집에서는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 나는 너무 어려 바닥을 기어 다녔고, 아버지는 누적된 피로에 잠을 자고 있었을 때 도둑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형이 집 근처 버스정류소에서 갈취를 당하거나, 다른 일로 법적 대응을 받는 일이 있었다. 중학생이 돼서야 일반적인 일을 많이 겪는 것이 아닌 우리 집이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이 일반적인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일이라 생각했던 일이 일반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다음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절망하게 되었고 세상을 원망하게 되었다. 


한 번과 두 번은 우연이었을지도 몰라도, 세 번째부터는 필연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나쁜 일을 몰고 온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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