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glecs Jul 07. 2024

Venus와 닮기 싫은 지구





아프로디테 (Aphrodite)


 '샛별'은 금성을 뜻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들었던 로마 신화에 나오는 Venus가 금성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美)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별칭이 바로 Venus 이기도 하다. 금성(金星)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 때문에 맨눈으로도 그 모습을 관측할 수 있는데 해가 진 후에 서쪽 하늘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날이 어지간이 흐리지 않으면 희미하게라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지구와 가깝고 매우 밝은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영어로는 Morning star이다. 샛별이라는 말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에는 그 사람의 장래가 매우 촉망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엔 Rising star 라고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금성에 붙여진 이름과 별칭은 모두 아름답고 멋지며 희망적이다. 하늘에 떠 있는 밝은 한 점에 대하여 지금의 우리도 그렇지만 우리 조상들도 좋은 기운을 많이 얻었던 모양이다. 


 금성은 우리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태양 그리고 달 다음으로 밝은 '별'이다. 그래서 Morning star라고 불리지만 실제로 금성은 별이 아니다.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별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야 별이라고 불리울 수 있다. 즉 내부에서 핵융합을 일으켜서 자체적으로 빛을 내야 한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 않고 단순하게 외부로부터 받은 빛을 반사하여 밝게 보이는 것은 행성(Planet)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서 지구도 Planet earth 라고 칭한다. Planet 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방랑자'에서 유래했다. Planet 즉 행성(行星)들이 하늘에서 고정되어 있는 별들 주위를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뜨거운 행성 그리고 뜨거워지는 행성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수성이고 그 다음이 금성이다. 잘 알듯이 세 번째가 지구다. 다음은 화성, 목성, 토성 그리고 천왕성으로 이어진다. 금성과 태양의 거리는 약 1억 8백만 킬로미터이고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1억 5천만 킬로미터로 금성은 지구보다 약 30%정도 태양과 가깝다. 그런데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가 섭씨 15도 수준(2021년 기준 14.9도)인 것과 비교하여 금성의 평균 표면 온도는 섭씨 450도가 넘는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금성과 태양까지의 거리만 놓고 비교해 보면 금성의 표면 온도가 그렇게 높게까지 올라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성이 이렇게 엄청나게 높은 표면 온도를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대기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의 차이 때문이다. 지구는 산소와 질소가 99%를 차지하지만 금성의 대기는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금성의 대기는 약 96.5%가 이산화탄소로 가득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태양과의 거리가 지구와 비교하여 불과 30%정도 밖에 가깝지 않음에도 온도는 30배가 높은 것이다. 


 이와 같이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표면 온도 조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산화탄소는 비중이 너무 적어도 문제이고 많아도 문제다. 현재 지구 대기에서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0.04%이며 이 수준을 유지해야 지구 평균 온도인 15도 안쪽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평균 온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빙하기의 이산화탄소 비중은 현재의 약 절반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현재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계속 지속되어 지금보다 큰 폭으로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아지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상당폭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 혁명 전 지구의 평균 온도는 13.68도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이후 약 300년 동안 산업화가 가속화 되면서 지구의 온도가 15도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갔다는 것은 적지 않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지속적으로 배출되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상 기온에 대한 뉴스가 넘쳐난다. 홍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수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발생시킨다. 어제도 중국에서 큰 비가 내려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인 둥팅호(洞庭湖)의 제방이 무너져서 수 천명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도심에서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발생하여 수 천 채의 집이 부서져버리기도 했다. 영상을 통해서 목격한 토네이도가 도시를 휩쓰는 모습은 가히 엄청난 재난 영화의 한 장면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참혹했다. 


 기후가 정말 이상해져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한지도 꽤 되었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저 그걸 견딜 뿐 어떠한 구체적 행동에도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개인으로서는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 온도 상승 추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서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춰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현실성이 전혀 없기도 하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금은 단순한 지구의 재채기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이내 심각한 독감으로 악화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날지도 모른다. 




1.5도를 지켜라


 예전에는 먼 일로만 여겨졌던 극심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단적으로 강력한 피해가 멀지 않았다는 경고의 소리가 자주 들린다. 어쩌면 이미 우리가 그 피해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홍수와 토네이도를 겪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강력한 피해'를 본 것이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되니 제발 환경을 생각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평소에도 자원을 아껴서 지구 온도 상승을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아니라 이대로라면 바로 후면 심각한 문제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제는 임계점을 2030년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다.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불과 6년 후면 돌이킬 없는 선을 넘게 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현황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분석과 추적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인 GCP(글로벌 탄소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는 2030년까지 1.5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50%라고 한다. 이 1.5도가 바로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재앙을 막기 위해서 학계가 설정한 임계점인 것이다.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서도 1.5도로 온도 상승을 막자는 공동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각 나라의 이권이 걸린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협정된 내용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중국, 인도 등 거대한 인구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최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총량은 일부 감소시키기는 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국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남의 나라 이야기만 할 상황은 아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킨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이 없이는 하루도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배출량 기준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을 정도이다. 호주, 미국, 캐나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한국이다.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에는 엄청난 대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Venus는 그 밝고 찬란한 아름다움을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 오기 위해서 행성의 생명을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450도가 넘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극악의 환경이지만 멀리 떨어진 지구에서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일 뿐 그곳이 단지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는 불지옥과 같은 곳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2030년에 1.5도가 올라가서 평균 16.5도가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15도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 많은 기상 이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재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2030년이 되도 재난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 민국에서는 그 빈도와 강도가 낮을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온 세계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비록 우리 땅에는 그런 이상 기온 혹은 고온으로 인한 피해가 적더라도 타 지역의 피해는 즉시 우리 지역의 피해로 연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음식이다. 의식주 주에서 '食'이 가장 중요하다. 먹을 것이 없으면 옷을 아무리 잘 입고 좋은 집이 있어도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 기온으로 인하여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바로 이 분야이다. 농업은 물론이고 축산업도 큰 영향을 받는다.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의 생태도 변하고 개체수도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자급률이 45.8%(2021년 기준) 라고 한다. 그나마 쌀이 90% 이상 자급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평균이 올라간 것이지 밀은 0.8%, 옥수수는 3.6%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외부 환경변화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1차 산업 위주였던 70년대만 하더라도 식량 자급율은 65%에 이르렀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급율은 꾸준히 하락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은 이렇게 위태로운 수준까지 이른 것이다. 


 지구민이 1.5도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는 더 잘 살고 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렇게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 받기 위함일 것이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2023년 기준 전국에 3,400개의 매장이 있는 파리바게트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밀가루가 없기 때문이다. 라면도 마찬가지로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전 세계에서 일인당 라면 소비량 측면에서 최고 수준인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지구 온도 상승은 이렇게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매우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저명한 생물학 박사인 최재천 교수는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문제에 대하여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시점을 넘어서면 다 절멸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재앙입니다. 그냥 어느 한 순간 인간이 싹 사라져버리는 그런 그림을 갖고 있습니다.


너무도 참혹한 상황을 상정한 표현이다. 실제로 임계점을 넘어선다는 것의 의미는 상황이 완전히 180도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극단적인 변화와 충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교수의 냉정한 전망에 어느정도 합리성을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는 또 아래와 같은 말도 덧붙였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면 끝내 전체가 변합니다. 내가 분리수거 조금 더 잘하고 비닐봉투 안 쓰고 뭐 이런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얘기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런 일이라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하고 더 하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희망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개인이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가장 급한 일이라는 것이다. 42.195km를 달리기 위해서는 첫 발을 떼지 않으면 안된다. 한 보를 1m라고 하면 총 42,195보를 뛰어야 마라톤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 보를 뛰어야만 하는 것이다. 전체를 변하게 하기 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해야만 한다는 것은 이런 관점일 것이다. 그는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재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나 동안 갑자기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게 된다든가 동물들이 막 시내로 나와서 활개를 치는 모습을 본다든가 이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빠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그 자연이 얼마나 빨리 되돌아올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우리가 완전히 손 떼면 자연이 알아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원래 모습을 찾아갈지, 어쩌면 우리가 그 연구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희망적인 그림도 나올지 모르겠다' 라고 말이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가만히 넋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작은 시작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지구는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지구의 환경은 단지 여러 변수에 따라서 변해갈 뿐이다. 파괴되는 것은 인간과 같은 생명체인 것이다. 지구는 죽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단기간 그 행성의 주인 행세를 하는 객(客)이 큰 영향을 받게 되고 절멸하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끝없는 소비와 생산으로 이루어진 문화를 지속하는 한은 말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 인간이 현 추세를 급격하게 바꿀 가능성은 아쉽게도 매우 낮을 것 같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높다고 볼 수도 없다. 파괴와 소유 그리고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이 단기간에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Venus는 그 밝은 빛으로 인하여 아름답고 멋진 이름을 인간으로부터 부여 받았다. 금성을 아름답게 쳐다보면서 소원을 비는 것은 좋지만 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금성처럼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별이나 금성은 사람이 곳이 못 된다. 







이전 13화 풍요한 결핍의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