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시만녀 Apr 25. 2024

알. 테. 쉬. 에 빠지다 1부

알테쉬와 미니멀리즘



집안 곳곳의 여백을 다양한 물건으로 채울 수도 있지만 당분간 그 자체로 숨 쉴 수 있게 조금 비워두고 지내는 것이 좋았다.







1부. 나는 내가 미니멀리즘 언저리쯤 되는지 알았다.







    다른 동네로 이사 온 뒤로, '조금 더 돈을 아끼고 모아서 꼭 필요한 물건과 함께 오래 쓸만한 괜찮은 가구를 들여놓아야겠다' 결심했다.


   한 사람이 써 온 오래된 물건이 마치 어린아이의 애착인형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은, 가끔 내 마음이 혼란할 때 우직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만큼 검소함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오래 함께한 나의 물건들과 그 사이마다 비어있는 공간의 여백이 좋았. 

부엌 상부장과 거실 서랍 속 여유마저 나에게는 부족함 보단 편안함을 주었다. 집안 곳곳의 여백을 다양한 물건으로 채울 수도 있지만 당분간 그 자체로 숨 쉴 수 있게 조금 비워두고 지내는 것이 좋았다.  




숨쉬는 공간의 여유는 빛과 그림자도 왜곡없이 받아 들인다.



   정적인 취미 활동을 선호하는 나는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방과 거실을 채우고 있는 꽃 화병에 물을 갈아준다. 그 꽃들로 다시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말에는 캔버스 위에 색채 써보기를 즐기고, 화분의 곁가지 정리 같은 원예 놀이로 내가 심취하는 것에 에너지를 사용한다.


반대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은 줄인 지 오래되었다. 지인들을 만나는 비용이  어느새 취미생활로 쓰이기 시작했다. 나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럼에도 내 분수에 비싸다고 느끼면 망설이다 대체로 포기하고 돌아섰다.


    나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이 없다.

미니멀리즘 은 아니지만 그 언저리쯤 되는 마인드로 살아가고 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줄 알았다.



    온라인으로 우연히 원예용품을 검색하다 중국 사이트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알리익스프레스 Aliexpress'를, 다음엔 '테무 Temu' 앱을 다운로드하게 되었다. 이 금액에 물건을 판매할 수 없다 판단한 나는 개인정보를 팔아넘기려는 사기를 위한 페이크 앱이 거나 분명 어떠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물건의 가격이 일반가의 50-70% 할인 간혹 90% 까지 할인되어 판매하니 의구심이 들어 쉽사리 구매를 할 수 없었다.


    몇 번 들어가는 둥 마는 둥 하다 호기심에 테스트 삼아 저렴한 물건 몇 개 담아 무료배송 금액에 맞추어 주문을 해보았다. 한번 구매가 이루어진 이후엔  테스트 이든 진심 이든 상관없이 쉽게 두 번째 구매로 이어진다.


이튿날,  내가 받은 어플들의 후기를 구글링해 보며 이번에는 '쉬인 SHEIN'  앱을 깔고 둘러보았다. 엄청난 종류의 멋지고 예쁜 옷을 보고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자기 전까지 한참 들여다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처음에는 원예용품만 둘러보려고 들어갔다. 정말이다. 그런데 그림 관련 용품이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비자의 각자 성향에 맞춰 탐날 만한 물건위주로 실시간 업데이트 되어 리스트업 해주는 알고리즘의 설계는 과연 내가 선택하는 것인지, 네가 선택하는 것인지 혼돈을 준다. 그후에 욕망으로 인한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던져 다.


    알고리즘의 바다에 떠밀리다 알고리즘의 소용돌이에 눈뜨고 당하는 꼴이 불 보듯 뻔했지만,

나는 모두 인지하면서도 저항 없이 그 굴레 속에 빠져 들어갔다. 똑같은 물건들이 점점 더 낮은 금액, 밑으로 더욱더 낮은 금액이 경쟁하듯 리스트업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거북이 목을 하고 눈 한번 깜빡거릴 새 없이 스크롤을 내리느라 누구보다 바빴다. 

장바구니에 신나게 담다 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술, 담배, 도박만이 중독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쇼핑중독.

보통의 사람도 스마트 폰을 내려놓지 못하게  

혼을 빼놓는 알. 테. 쉬 덕분나는 순식간에 쇼핑 중독자가 되어갔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중국앱들의 출현후 달라지는 일상






To be continued.  



2부 중독의 서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