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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하울링

그리움의 언어

by 낮은소리


피터의 하울링 소리가 멈췄다

피터의 하울링 소리가 멈췄다V

지난 7월, 누나가 상해로 떠난 이후 집안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특히 피터는 누나의 부재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이 느끼는 듯했다.

매일같이 누나의 방 근처를 맴돌며 마치 그곳에서 누나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킁킁거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서성여도, 익숙한 발걸음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누나가 떠난 지 며칠이 지나면서 피터는 하울링을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그 울음은 두 주가 넘도록 멈추지 않았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가슴은 저릿하게 아려왔다.

단순히 시끄러운 짖음이 아니었다.

그 울음 속에는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상실감이 켜켜이 담겨 있었다.

나는 직감했다. 피터가 지금 누나의 부재로 인한 깊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특히 늦은 밤, 퇴근해 집에 들어서는 순간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두운 집 안을 가득 메우는 피터의 하울링은

누군가를 향한 절절한 부르짖음처럼 들렸다.

그 애절함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력해졌다.

돌아오지 않는 발자국을 기다리며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작은 생명을 지켜보는 일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었다.


누나품에서 곤히 자고있는 피터~!


그러던 8월, 누나가 잠시 귀국했다.

재회의 순간, 피터는 마치 잃어버렸던 세상을 되찾은 듯 환하게 빛났다.

누나를 향해 꼬리를 힘껏 세우고, 눈빛은 다시금 생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이어지던 하울링은 그날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치 누나의 존재만으로도 모든 상처가 치유되었다는 듯 말이다.

누나와 함께 노는 중



모습을 보며.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하는 존재의 부재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을 남긴다는 것을.그 빈자리는 시간이 흐른다고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는것을...

.

그러나 다시 마주하는 순간, 그 기다림의 시간들은 한순간에 보상받는 듯했다.

피터는 말이 없지만, 그의 행동과 울음은 누구보다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냈다.

나는 피터를 통해 삶을 또 배운다.

사랑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가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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