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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면토끼 Sep 18. 2024

이 밤이 좋다.




나는 밤이 좋다.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반기는 너를 보고

내 하루의 시작은 지금이구나 느낀다.


음식을 앞에 두고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눈이며

내가 먹고 있는 것은 너의 말이다.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텔레비전 소리는 멀어지고

창밖에 비추는 도심의 불빛에 의지한 채

너의 무릎에 누워 이야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야기를 피워내는 이 밤이 좋다.


작고 여린 손으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줄 때

나는 너에게 취해 빠져나올 수 업고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너의 품에서는

세상을 다 가진다.


어둠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 유일하게 빛나는 너와 나의 눈동자.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밤이 좋다.


너 없는 내 안의 세상은

빛을 잃었고,

소리를 잃었고

온기를 잃었다.


나는 너를 잃고 나서 나도 잃었음을 깨닫는다.


슬퍼서 운다.

그리워서 운다.


눈물은 말이 없다.


너 없는 슬픔을 숨겨주는 이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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