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이 좋다.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반기는 너를 보고
내 하루의 시작은 지금이구나 느낀다.
음식을 앞에 두고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눈이며
내가 먹고 있는 것은 너의 말이다.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텔레비전 소리는 멀어지고
창밖에 비추는 도심의 불빛에 의지한 채
너의 무릎에 누워 이야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야기를 피워내는 이 밤이 좋다.
작고 여린 손으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줄 때
나는 너에게 취해 빠져나올 수 업고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너의 품에서는
세상을 다 가진다.
어둠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 유일하게 빛나는 너와 나의 눈동자.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밤이 좋다.
너 없는 내 안의 세상은
빛을 잃었고,
소리를 잃었고
온기를 잃었다.
나는 너를 잃고 나서 나도 잃었음을 깨닫는다.
슬퍼서 운다.
그리워서 운다.
눈물은 말이 없다.
너 없는 슬픔을 숨겨주는 이 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