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후배들과 맛집 탐방을 한 때가 있었다.
서로 한번씩 추천하여 저녁을 하는 모임이었다.
추천하는 사람의 맛집에 토를 달지 않기로
사전에 조율했기 때문에
단톡방에 올라오면 이견 없이 만났다.
이걸 몇 개월 하다 보니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가고 싶고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은데
이 두가지 조건이 이해 상충이었다.
맛 있는 집이면 으레 사람이 많았고
줄을 서지 않은 집이면 또 맛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 속에 있기 때문에
맛집이라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맛집에 가면
방송이나 신문사에서 탐방한 집이라는 기사를
사진으로 자랑하고 있고
벽에는 그동안 찾은 셀럽들의 사인이 액자로 만들어져 있다.
사람들은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누가누가 왔는지 찾아보고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있으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증표로 여겼다.
그래서 일부 부작용이 나기도 했다.
방송가에 들리는 루머로는
맛집 정보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의 협찬을 하면
촬영한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린다.
일단 맛집으로 소문나면
돈을 긁는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에
이런 루머도 판을 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방송을 진행하는 MC가
본 방송은 전혀 그런 스폰과 관계가 없는 방송이라고
해명하면서 한 적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나도 속물 근성이 있어서
모르는 곳에 가면 인터넷 검색을 한다.
주변 맛집을 검색해서 가급적
그 장소로 가는데
현지 사정에 밝은 분을 만나면
거긴 방송에서 떠들어서 억지로 만들어진 곳이고
현지인들은 다른 곳을 간다며
다른 곳으로 안내를 한다.
그래서 지방에 내려가면 그곳의 사람들의 추천에 따라
가는 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입맛이라는 게
개인 편차가 있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이 맛집이라고 인증했다고
나한테도 맛집일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머리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현지에 가면
검색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가도
내가 여기에 앞으로 몇 번이나 오겠는가 하면서
기왕 온 김에 맛집에서 먹자고 자위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집에 가보지 못하고
여전히 맛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