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준 Aug 05. 2024

존 딕슨 카는 죽었지만, 미쓰다 신조는 살아 있다

<걷는 망자>, 훌륭한 본격 호러 추리소설

<제목>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장르> 본격 호러 미스터리 단편집

<저자> 미쓰다 신조

<출판사> 리드비

<출간일> 2024.7.18.

<가격> 16,900원

<페이지> 376쪽



본격+호러+미스터리


이 책은 호러와 본격을 한꺼번에 잡은 단편 소설집이다.

으스스한 느낌과 그로 인한 공포, 그 공포의 중심에 있는 기괴한 요괴 전설들, 전설에 나타난 요괴의 출현과 사건 발생.

그러나 이 어두침침한 분위기에도 피해자가 있고 용의자가 있다. 작가는 추리소설의 중요한 미덕인 공정함(충분한 단서를 던져주고 독자 역시 예측 가능하게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잘 챙긴다. 각 단편의 해결 파트에서는 괴이는 사라지고, 이성적이며 인간적인 범죄가 남는다.

이렇게 이성의 힘으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이 공포와 기괴함은 단편이 마무리 되는 순간에도, 작가의 테크닉 덕택에 여운을 남기며 남아있다. 이 분야의 거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탐정과 파트너의 매력


탐정 역에는 방 밖을 나서지 않는 미스 마플 형의 탐정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각 사건의 화자들이 겪는 생생한 묘사 때문에 이야기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당사자들의 시각과 체험이 공포스럽게 전달되고, 제3자인 탐정이 타자화 하여 해결하는 모양새라 마음에 든다.

또, 탐정은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을 수록 매력있는 법인데, 이 소설집의 주인공 덴큐도 그렇다. 덴큐는 호러 미스터리 탐정 주제에, '무서운 이야기'에 약한 모습을 어필하며, 허당인 모습을 보인다. 세상에 이런 일이...!

탐정과 조수의 케미도 좋다. 매 단편이 진행될 때마다 남녀 탐정은 훌륭한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둘의 대화는 호러와 로맨스 두 가지가 적당히 버무려져 맛있다. 기담을 무서워하는 덴큐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압박하는 조수 역의 아이 역시 꽤나 매력적이다.


"제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망자를 인정하는 셈이니까, 그게 무서워서 부정하는 거예요?"
"누, 누가 겁쟁이에, 겁 많은 새가슴에, 용기 없는 샌님이라는 거야?
"어, 그런 말까지는 안 했는데요."


고전 추리소설과 존 딕슨 카의 팬이라면


이 책의 두 번째 단편에서, 작가는 자신이 존 딕슨 카의 팬임을 조금도 감추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존 딕슨 카가 등장한다. 고전 미스터리 팬이고, 존 딕슨 카의 팬이라면 으스스한 이 작품마저도 흐뭇하고 따스한(?) 기분 하에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작가의 원래 팬들에게도 팬 서비스가 많다. 미쓰다의 도조 겐야 시리즈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중간중간 언급되는가 하면, 도조 겐야는 간접적으로 출연한다. 또 이 단편집의 주인공인 '덴큐vs.도조 겐야'로 볼 수 있는 구도도 가끔 설정되어 팬 서비스가 과할 지경이다.

---

다섯 작품 가운데 세 작품의 범인을 맞혔지만, 하나는 얻어 걸렸고, 적당한 추리 게임이 가능했다.


이날 집으로 돌아갈 때 가즈히라는 드디어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을 빌렸다. 왜 '드디어'냐면 이 책에는 유명한 '밀실 강의' 장이 있는데, 거기서 밀실 범죄를 다룬 탐정소설의 트릭 몇 가지를 거침없이 밝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을 펼치기 전에 해당하는 작품을 미리 읽어 둘 필요가 있다.



이후 독서 계획


1. 존 딕슨 카

<걷는 망자>에서 언급된 작품 가운데, 

<유다의 창>과 <죽는 자는 다시 깨어난다>를 보지 않았음을 깨닫고 바로 주문.


2. 미쓰다 신조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이제 알게 된 것이 매우 아쉬울 지경이다.

나는 존 딕슨 카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가 오늘날의 존 딕슨 카임을 알게 됐다.

이후에도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여럿 챙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단편집이었다.

우선 도조 겐야 시리즈, 그 가운데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리스트에 넣어 본다.(인스타 친구분께 추천받았다)

이전 03화 좋은 질문을 잘못 답변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