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5번째 도시
다음날 아침,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에게 숙소 근처에 갈만한 치과가 있는지 물어봤다.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진 건물의 별관에 있는 방 2개를 에어비앤비 손님들에게 빌려주고 본관에 머물던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본인이 다니는 치과를 데려다주겠다 해서 함께 이동했다.
주인아주머니는 접수까지만 도와주고 떠났고 우리는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치과 의사 선생님이 한 분이고 치료를 위한 치과 의자도 한 개여서 현지인들과 함께 꽤 오래 대기를 해야 했다.
혹시라도 의사소통이 안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앞서 스리랑카에서 갔던 모든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사 선생님들은 영어를 굉장히 잘해서 문제가 없었다.
치과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린 남편
전날 깨진 이는 남편이 군복무 중 부대 근처의 치과에서 치료했던 이였는데 치과 의사가 이를 보자마자 속사포 잔소리를 시작했다.
"어떻게 치료를 엉망으로 받을 수 있어요?
군대에 있을 때 치료받았다고요?
그럼 나중에라도 일반 병원에서 다시 치료를 받았어야지요,
언제까지 콜롬보에 머무르나요? 이틀 뒤에 떠난다고요?
그럼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임시방편으로 깨진 이 사이 구멍을 채우는 거뿐이에요,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면 무조건 치과부터 가서 바로 다시 제대로 치료받고 크라운을 씌우도록 하세요."
남편의 이 상태를 보고 걱정이 돼서 하는 얘기겠지만 성인이 된 후 이렇게 혼날 일이 없었던 남편이 입을 벌린 채 변명도 못하고 잔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에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콜롬보에서의 남은 일정은 남편의 컨디션을 최대한 회복하기 위한 몸보신과 휴식이었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마지막으로 숙소에만 머물 예정이었던 우리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치과 근처 큰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식재료를 한가득 사 왔다.
마침 콜롬보 숙소의 다른 방이 비어있어서 별관 한 채를 우리 둘이서만 사용 중이다 보니 주방을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이번에도 남편이 탕갈레에서 맛있게 먹었던 닭곰탕을 몸보신 용으로 만들기로 하고 생닭 한 마리를 포함해서 각종 요리 재료와 주스, 물, 과일, 간식 등을 구매했고, 숙소에 있는 동안 계속 먹고 자고 쉬는 데에만 집중하기 위해 음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했다.
뎅기열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근육까지 빠졌던 살이 다시 찌진 않아 여전히 안쓰러운 몰골의 남편이었지만, 충분한 휴식은 남편의 컨디션을 점점 더 좋게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장기여행은 일주일 정도의 휴가를 가듯 단기간에 에너지를 쏟아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여행과는 달리 여행이라는 또 다른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 중 스스로의 몸상태를 잘 살피고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다.
다음 여행지인 탄자니아에선 우리가 청년 시절 선교를 갔을 때 만났던 선교사님을 만나기로 해서 비행기 일정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스리랑카 여행을 더 연장하지 못하고, 스리랑카의 다른 유명한 여행지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배낭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