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이틀 차. 재즈를 더욱 '잘' 즐기고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던 도중, 남무성 작가님의 책 <JAZZ IT UP!>을 발견했다. 저자가 서문에 남긴 말이 인상 깊다.
"재즈는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다."
그래, 재즈에 대해 공부해 보겠어. 그리하여 오늘의 목적지는 서점으로 정하였다.
지하철을 통해 이동한다. 오전이라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모 대학교 역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내린다. 덕분에 지하철에 자리가 생겼다. 그렇게 여유를 즐기며 가기를 몇 분. 나도 지하철에서 내린다. 크고 웅장한 건물들이 나를 반긴다. 어떤 건물은 겉을 둘러싼 면이 곡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저런 건 어떻게 짓지. 발걸음을 옮겨 서점에 도착했다. 오전에는 서점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 코너로 향한다. 음악 코너의 구성은 흥미롭다. 클래식 명반, 힙합의 역사, 대중음악 안내서. 모두 눈을 사로잡는 주제들이다. 내가 찾는 <JAZZ IT UP!>은 두꺼워서 눈에 띄었다.
그렇게 책을 찾고, 기차에서부터 읽기 시작해 그날 밤 집에서 끝을 봤다. <JAZZ IT UP!>은 재즈가 발생한 1900년대 초 뉴올리언스부터 1980년대 이후의 포스트모던재즈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다룬다. 그렇기에 분량도 500 페이지가 넘어간다. 하지만 내용을 만화로 구성하고 작가의 친절한 설명이 가미되어 술술 읽힌다. 책 곳곳에 있는 작가의 유머는 덤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재즈에 관해 문외한이었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많은 게 달라졌겠냐만은, 시대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내용을 따라가면서 소개되는 음반들을 함께 찾아 듣다 보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책에서는 재즈의 역사에 관해 클래식 재즈, 비밥 재즈, 모던재즈(쿨재즈, 하드밥), 프리재즈, 재즈락 등을 얘기한다. 각 시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대표 앨범, 나의 감상평은 다음과 같다. (책에는 더욱 많은 아티스트들과 음악들에 대한 소개가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책을 보기를 추천한다.)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의 재즈 음악으로 재즈의 초기형태이다. 특히 1930년 대에는 많은 수의 연주자가 하나의 그룹으로 활동하는 빅밴드와 함께 흥겨움을 유발하는 스윙(swing) 리듬이 유행했다. 이때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Louis Armstrong의 'The Complete Hot Five & Hot Seven Recordings', Glen Miller의 'In The Mood' 등이 있다. Coleman Hawkins, Lester Young도 스윙 시대를 대표하는 색소포니스트이다.
Louis Armstrong의 경우 이름은 익숙했지만, 제대로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경쾌한 색소폰 연주와 더불어 특유의 목소리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가 입으로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것을 스캣(scat)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그의 곡을 듣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Glen Miller의 'In The Mood'는 도입부부터 친숙한 느낌이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트럼펫 소리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춤을 추고 놀았을 당시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전통 재즈가 거대한 규모의 빅밴드와 4비트의 스윙 리듬으로 대표된다면, 비밥 재즈는 보다 소규모의 밴드로 구성되어 화려한 즉흥 연주에 초점을 맞췄다. 박자 역시 8비트와 16비트 등 기존보다 빠른 리듬을 활용하여 연주의 예술적 경지를 높이고자 했던 시도이다. 기존 재즈 연주자들이 한 곡에서 5~10개의 코드로 멜로디를 연주했다면, 비밥 재즈 연주자들은 10~20개가 넘는 코드를 활용하고 중간중간 변칙을 주어 색다른 느낌을 유도했다. 대표 작품으로는 Charlie Parker의 'Bird on 52nd ST.', Dizzy Gillespie와 함께 한 'Bird And Diz' 등이 있다.
전통 재즈가 빅밴드를 기반으로 웅장하고 흥겨운 느낌을 주었다면, Charlie Parker의 작품에서는 화려한 트럼펫 솔로 연주가 귀를 자극한다. 다른 악기의 영향은 다소 줄어들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트럼펫 연주에 초점이 쏠리면서 편안하게 그 흐름을 따라간다. 'Bird And Diz'는 전반적으로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톡톡 튀는 듯한 트럼펫 연주를 들으며 재밌게 감상했다.
모던 재즈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안정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세련화된 재즈를 말한다. 모던 재즈에는 크게 서부 재즈로 알려진 '쿨 재즈'와 동부 재즈로 알려진 '하드 밥'이 있다. 쿨 재즈는 화려한 비밥보다 코드 전개를 심플하게 하여 차분한 느낌을 주는 재즈이다. 하드 밥도 비슷하게 비밥과 쿨의 요소를 포함하여 현대화된 사운드이다. Miles Davis의 'Birth of Cool', Chet Baker의 'Chet Bakers Sings', Dave Brubeck의 'Time Out' 등이 시기의 대표작들이다.
특히나 Miles Davis의 'Birth of Cool'은 재즈 역사계의 아주 상징적인 작품이다. 여기에서도 색소폰 연주는 유려하지만 앞선 비밥 시대의 연주에 비해 절제된 느낌을 받았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그야말로 쿨재즈다. Dave Brubeck은 'Time Out' 앨범에서 단조로운 쿨 재즈 리듬에 변박을 더하여 변화를 시도했다. 트럼펫 연주도 안정적이었지만 뒤에 깔리는 드럼과 피아노 역시 인상 깊었다.
1960년 대 이후의 재즈는 프리 재즈, 재즈록, 삼바 재즈 등 다양한 갈래로 구분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프리 재즈가 인상 깊었다. 프리 재즈의 대표 연주자는 Ornette Cloeman으로 대표작은 'Free Jazz'이다. 그는 대부분의 연주에서 코드를 미리 정해놓지 않는 자유로운 연주를 추구했다. 그렇기에 대중들로부터는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던 마일스 데이비스조차도 프리 재즈는 인정을 안 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재즈 연주의 지평을 확장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의 시도는 의미가 깊다고 한다.
Ornette Cloeman의 'Free Jazz'를 들어보면, 충격에 가깝다. 내가 화성 공부를 한 적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의 귀가 현대적인 화성 체계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번쯤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시대별 재즈 스타일과 감상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했다. 관객의 흥을 돋우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던 초기 재즈부터 연주자의 예술적 경지를 시험한 비밥 재즈, 절제미를 강조했던 모던 재즈, 기존의 화성체계에서 벗어나고자 한 프리재즈까지. 각각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사람에 따라서 취향이 다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Miles Davis의 쿨 재즈가 맘에 들었다.
재즈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것 같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일례로, 찰리 파커를 비롯한 유수의 연주자들은 연주곡의 코드에 더하여 다른 곡의 코드를 변칙적으로 첨가하여 연주의 풍부함을 더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화성학을 비롯한 음악 지식이 전무한 상태이기에 그러한 포인트를 발견하며 재즈를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이 장르의 음악이 익숙해진다면 그러한 깊은 수준의 공부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와 같은 입문자가 책을 읽고 조금 이나마의 인사이트를 갖게 되어 감사하다. 아직 많은 작품을 들어본 것은 아니기에 꾸준히 음악을 찾아들면서 시야를 넓혀 볼 계획이다. 또한 책에서는 앞에서 다루지 못한 재즈 보컬리스트들, 삼바 재즈, 재즈록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확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