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고 싶은 재즈의 매력은 '여유로움'이다.
기차에 몸을 실었다. 1박 2일 서울 여행을 간다. 창밖으로 수없이 바뀌는 풍경들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빌딩으로 대표되는 도시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으로 승강장을 빠져나온다. 오늘의 목적지는 홍대. 공항 철도를 타며 생각한다. '오늘은 또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까.'
홍대 입구역에서 내려 연남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그래서인지 경의선 숲길공원을 사람들만으로 다 메웠다. 개성 강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는 버스킹. 웃긴 얘기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나로서는 문화의 최전선이 여기구나 생각했다. 상권을 따라 좀 더 들어가면 벚꽃 나무들이 줄을 선 거리가 나온다. 이 곳이 도로였다면 왕복 2차로는 됐을까 싶을 정도로 좁지만, 그 중앙을 따라 늘어선 벚꽃 나무들은 충분히 봄의 정취를 자아낸다. 커플들과 관광객들은 자리를 잡고 사진 찍기 바쁘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에 다 모였지.
오늘 나의 목적이 벚꽃은 아닌 터. 사진 찍는 사람들을 지나 길을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재즈 레코드샵 '사운즈굿스토어'다. 가게는 지하에 있지만 흘러나오는 노래는 1층에서도 들린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가게. 중앙에 위치한 LP들이 눈에 띈다. 스피커에서 나온 재즈 음악이 가게를 가득 채운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찬찬히 가게를 둘러본다. 흰색 벽지와 우드 재질로 이루어진 선반이 깔끔한 느낌을 준다. LP들은 장르에 따라 보기 좋게 구분되어 있다.
사장님께 추천하는 재즈 음반을 여쭈었다. 사람들이 많이 듣는다고 추천해주신 LP는 Chet Baker의 'CHET BAKERS SINGS'. LP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통해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 쳇 베이커는 미국의 재즈 트럼펫 연주자 겸 가수이다. 내가 처음 들어 본 노래는 'That Old Feeling'이다. 트럼펫으로 시작을 연 연주는 쳇 베이커의 노래와 함께 경쾌한 피아노 리듬을 전개한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연주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장님이 턴테이블의 LP를 교체하셨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작하는 노래. 트럼펫이 동원되어 그 분위기를 고조시키더니 신기한 사운드의 기타 연주가 시작되었다. 유려하게 음과 음 사이를 넘나드는 기타 연주가 귀를 사로잡았다. 사장님께 곡의 제목을 물었다. Jimmy smith와 Wes Montgomery의 'The Dynamic Duo' 앨범의 '13 (Death March)'라고 한다.
다시 분위기를 바꿔 서정적인 피아노 리듬이다. Bill Evans Trio의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 피아노와 기타 리듬을 메인으로 편안한 느낌이 든다. 사장님께서 추가로 John Coltrane의 'Blue Train'을 추천해주셨고, 구석 벤치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다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오면서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재즈에 무관심했다고. 허나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가지니 재즈 사운드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재즈의 강점 중 하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공간에 조성되는 은은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대중음악이 흥겨운 리듬으로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든다면 재즈는 사람들의 바쁜 일상에 '쉬어가는 모멘트'를 제공한다.
서울역에서도 그렇고, 공항철도와 연남동에서도 그렇고. 우리 현대인들은 항상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자신이 지도 상에 설정한 목적지를 쉼 없이 생각하며 걷고 뛴다. 그런데 과연 내 자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나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 재즈 음악을 추천해주고 싶다. 빠른 일상 속에서 듣는 여유로운 사운드는 당신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왼쪽부터 Chet Baker Sings, Bill Evans Trio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 Jimmy&Wes The Dynamic D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