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성인이 된 지 3년 차다.
학업, 인간관계, 아르바이트..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은 항상 훌쩍 지나가 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나랑 한 몸이던 패딩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자 위에 외로이 걸쳐 있다. 기숙사 앞에서 분홍 빛깔을 뽐내던 벚꽃 나무는 쏟아지는 비에 꽃잎을 날렸다. 무관심한 사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항상 시간에 서운할 따름이다.
환기가 필요하다. 이대로 타성에 젖기에는 너무 어리다.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에게 스펀지의 특성이 있는 것 아닌가. 그는 무언가를 보고 듣고 흡수하여, 재구성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글쓰기다. 아무렇게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생각을 잡아 글로 남기면 그것은 기록이 된다. 기록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기록을 낳고. 그런데 무엇에 대해서 쓸 거냐고?
주제는 재즈. 당신은 재즈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사실 나는 재즈를 잘 모른다. 내가 어렴풋이 느껴 온 재즈는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피아노 리듬,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색소폰 멜로디로 표현된다. 노란색 조명의 아늑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즐기는 느낌 말이다.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던 도중 종종 들려오는 매력적인 색소폰 소리에 관심이 가다가도, 재즈가 가지고 있는 이유 모를 고상한 느낌에 찾아 듣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중학교 동창인 M를 만났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비슷한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었고, 진로 분야 역시 비슷하기에 만나면 할 말이 많다.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자신이 즐겨 듣는 아티스트나 곡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친구가 했던 말 중 하나가 기억에 남았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어볼 필요는 있는 거 같아."
맞는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만을 들어왔다. 그 방식을 통해 해당 장르의 음악에는 나름의 깊이를 가질 수 있었지만 플레이리스트에서 장르적 다양성이 사라진 지는 오래였다. '그래, 이때가 아니면 언제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겠어?' M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했다. 어떤 음악을 들어볼까.
그 순간, 귀에 들어온 색소폰 소리.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그 소리가 그날만큼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조그마한 동네 카페에서 흘러나온 은은한 재즈 음악. 그 순간 재즈가 되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이것이 내가 재즈를 선택한 이유다. 우리 함께 재즈의 매력에 빠져보자.
※ 이번 수필은 '재즈로의 여행' 시리즈의 프롤로그입니다.
※ '재즈로의 여행' 시리즈는 재즈를 전혀 모르던 청년이 재즈의 매력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수필 모음으로 총 7개의 글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분량은 변경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