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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쟁이 Jul 22. 2024

#8. 삶은 흐른다.

우리는 이원성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이원성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기쁨의 화학 물질 도파민은 통증 반응에도 관여한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이 없다면 맑은 날도 존재하지 않고, 어둠이 없으면 빛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 안에는 선과 악, 어둠과 빛이 모두 존재한다. 그리고... 고통 없이는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나는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몽글몽글한 동화 속 세상의 밝고 좋은 것만 가득한 일면만 보려고 애썼지, 어둡고 때로는 나쁘고 고통스러운 면들은 애써 피하기만 했다. 동화 속 세상에도 엄연히 어둠은 존재했었는데 말이다.


밝음은 밝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고통은 고통대로 그대로 끌어안아야 했는데 한쪽만 보려고 애썼다. 다른 한쪽 역시 피하기 위해 애쓰는 바람에, 에너지는 두 배로 쓰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더 빨리 지치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더 힘겨웠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 가면>에는 해리포터 이야기가 등장한다. 해리는 항상 자신이 화가 나 있고 어두운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나쁜 사람일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러자, 해리의 대부 시리우스 블랙은 이렇게 말해준다.


“넌 나쁜 사람이 아니야.

 넌 아주 좋은 사람인데, 나쁜 일을 겪었던 거야.

 그리고 세상은 좋은 사람과 죽음을 먹는 자들로 나뉘는 게 아니란다.

 진짜로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역할을 선택하는 가야.

 그게 우리의 진짜 모습이란다.”


누군가를 해한 적도 없었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나에게 왜 이렇게 힘든 일들만 연달아 일어난 걸까 하며 마음이 끝없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었다.


그러다 이런 나쁜 일들을 계속 겪게 된 걸 보면, 어쩌면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리우스 블랙의 말은 해리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용기를 주었다.  

   

“넌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주 좋은 사람인데 나쁜 일을 겪었던 거야.”

“우리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어.”

“세상은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는 것이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선택한 모습이 바로 우리의 진짜 모습이란다.”     


누구에게나 불행한 일들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 불행한 일들을 지혜롭게 겪다 보내주느냐, 아니면 자책하고 원망하며 그 안에서 내내 고통스러워하고 있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 사람의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나쁜 면만 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나 빛과 어둠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억지로 좋게만 보려고도, 혹은 나쁘게만 보려고도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인 후, 흘려보내는 거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이제 나는 흘려보내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삶은 흐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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