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걍갈 Jun 10. 2024

[리뷰] 누구나 환영입니다-PEAK FESTIVAL

PEAK FESTIVAL 2024 후기

PEAK FESTIVAL 2024는 나에게 첫 번째 페스티벌이었다. 이 사실을 말했더니 주변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네가.?’ 음주와 가무 모두를 사랑하는 내가 여름을 조용히 넘겨왔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처음 축제에 발을 들인 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뭐야…. 온갖 즐거운 것이 다 여기 있었잖아…?’ 축제 없이 보내온 지난여름들이 모두 후회스러울 정도로 PEAK FESTIVAL 2024는 나에게 짜릿함으로 남았다.


누구나 환영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제껏 축제에 가지 않았을까?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대학 축제에서 마주해야 했던 당혹감 때문이었다. 대학 축제의 분위기는 즐거운 것이 사실이지만 강력한 내집단 의식이 모든 과정을 지배했고 나는 어쩐지 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물론 많은 이들에게 대학 축제가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임을 잘 안다. 그 소중한 추억에 뭐라고 따지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강한 집단성을 요구하는 행사에 이입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더 따지고 올라가자면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제스포츠 대회가 진행되는 시기 모두가 애국가를 부르며 환호하는 그 열광의 순간조차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하고 하나 될 수 없던 나의 고질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이리라.


페스티벌의 열광성은 내가 대학 축제에서 마주했던 것과는 그 결이 달랐다. 페스티벌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다. 쉬고 싶으면 잔디밭에 누워있을 수 있었고 스테이지에 나가 방방 뛰는 순간에조차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지 않거나, 잠시 쉬고 싶다면 슬램이 일어나는 스테이지 뒤편만 살짝 피하면 그만이었다. 나와 같은 초심자도, ‘페스티벌이 장난이야?’라는 깃발을 들고 온 고인물도 노래가 나오고 흥겹게 뛰는 동안에는 모두가 함께였다. 슬램을 하다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려도 바로 찾아주었다. 열광은 집단성에서 나온다. 그리고 페스티벌의 매력은 그 집단이 닫혀있지 않음에 기인함을 생각했다.


푸른 잔디밭은 낭만이었다



페스티벌이 즐겁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친다면(?) PEAK FESTIVAL의 운영상 장점들도 소개하고 싶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려운 현대인으로서 점심쯤에 도착했음에도 나는 친구와 적당한 잔디밭에 돗자리를 펼 수 있었다. 이렇게 펼친 돗자리는 스테이지에서 방방 뛰느냐 지쳐버린 때에 널브러져 쉴 수 있는 소중한 거점이 되었다. 관객 입장에서 스테이지의 배치도 매우 훌륭했다. 스탠딩석의 공간이 잘 보장되면서도 잔디밭 이용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두 개의 스테이지에 무대가 번갈아 가며 진행됐기 때문에 공연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고 스테이지 존과 잔디밭 사이가 잘 정비되어 있음이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신경 쓴 것 같았다.


일요일 마지막 공연에서 김윤아가 ‘Going Home’을 부르자, 나는 내일이 월요일이란 사실에 소름 끼쳐서 하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했다. 페스티벌이 진행된 난지한강공원은 서울 도심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이를 배려해 주최 측에서는 인근 지하철역까지 순환하는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어 편하게 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버스에 오르니 내가 놀았던 순간이 모두 거짓말 같고, 축제가 끝났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 난 아직도 그때 들었던 노래를 듣는다. 올해에 남은 다른 축제 정보를 알아보고 있으며 내년에도 또다시 갈 것임을 기약해 본다.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409

작가의 이전글 [리뷰] 연대의 공유지 의류수거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