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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편지와 새해맞이 데이트를 너에게

세상의 모든 예쁜 것을 너에게 줄게~44

by 늘품

딸아~

엄마가 이제야 올해 달력에 행사를 기록하며, 귀하디 귀한 것을 발견했단다.

바로 우리 딸이 4년 전 엄마한테 쓴 편지야.

엄마가 딸 편지랑 아들 편지만 따로 모아 예전 달력 사이에 끼워놓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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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이니까 우리 딸 중학교 2학년 때야.

학교에서 쓴 편지가 우편으로 배달되었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학교에서 강제로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었나 봐.

마지못해 쓴 편지인 걸 알지만, 다시 읽어도 엄마에겐 감동이다.


우리 딸 알고 있었구나.

딸이 엄마에겐 딸이자 친구이자 남편이자 엄마였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딸은 실제로 그런 존재란다.


엄마 힘든 것도 우리 딸이 다 알고 있었네.

그땐 엄마랑 공부도 같이 했었네.


5년 후에 우리 딸 학생 신분 끝나면 엄마 이름으로 살라고 해준 우리 딸.

엄마 이름 찾고 싶은 엄마 마음을 우리 딸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구나.

쿨한 척해도, 역시 엄마 마음 헤아리는 건 우리 딸밖에 없다.


그런데 엄마가 5년을 못 기다리고, 작년부터 엄마 이름으로 살고 있네.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 이름이 아니라, '늘품' 닉네임으로 살고 있다.


우리 딸은 이것도 느끼고 있지?

엄마는 늘품으로 사는 삶이 참 행복하단다.


비록 예전처럼 딸, 아들과 공부는 함께 못해도,

엄마가 꼬박꼬박 맛있는 거 해주지 못해도,

엄마는 지금처럼 늘품으로 엄마 일을 하며 살게.


이것이 지금 엄마 자신을 위해, 우리 딸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딸의 편지.

다 좋은데, 하나 걸리는 것이 있어.

엄마랑 둘이 1박 2일 캠핑 같은 것을 가보자고 했는데, 여태 실천을 못했어.

올해 1년은 더 그럴 여유가 없겠지.


그래서 엄마랑 딸이랑 둘만 보냈던 시간을 생각해 봤어.

안타깝게도 떠오르는 것이 없구나.


그런데 딱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다.

2024년 12월 31일 밤 타종 행사 보기 위해 봉은사에 갔던 일.

2024년 12월 31일에 출발해서 2025년 1월 1일에 집에 들어왔으니, 1박 2일이 되었잖아.


아들은 당연히 싫다고 할 테고, 아빠한테는 말도 안 꺼냈고, 혹시나 싶어 딸에게 타종 행사 보러 가겠냐고 물었지.

엄마 가고 싶으면 같이 가자고 딸이 대답했어.


이게 웬일, 기대 전혀 안 했는데.

수험생활을 시작하는 1월 1일, 우리 딸도 힘이 필요했던 게지.


2024년 12월 31일 밤 11시가 넘어 엄마와 딸 둘이 봉은사에 도착했어.

다행히 아빠가 데려다 주기는 했어.

데려다주는 김에 함께 들어가면 참 좋겠지만, 그건 큰 욕심이다.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멀리서도 찾아오는 봉은사가 우리 집과 가까워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법당에 들러 잠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도 하고,

주지 스님 말씀도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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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직접 향에 불도 붙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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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힘들었던 일, 안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불속에 넣어 활활 태워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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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25년 1월 1일 0시가 되었다.

댕~댕~댕~

종이 울렸다.


매년 타종 행사 보러 가자고 말만 하고,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


우리 딸, 새해 복 많이 받아!

올해는 특히 세상에서 제일 큰 복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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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태종 행사(2025. 1. 1.)>


십이지간 돼지 초에 소원도 빌었어.

우리 딸 무조건 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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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종을 칠 수도 있었는데, 줄이 너무 길었어.

타종을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2025년을 우리 딸과 둘이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분명 귀찮았을 텐데, 추운 날씨에 엄마와 함께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딸아~ 세상의 모든 예쁜 것을 너에게 줄게~

오늘은 우리 딸의 감동 편지와 엄마와 딸의 새해맞이 데이트 추억을 보내본다.


수능 끝나고, 합격증 받고,

엄마랑 둘이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그동안 못 했던 것 원 없이 다 하자.


엄마랑 둘이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호캉스도 하고, 맛집 탐방도 하고, 쇼핑도 실컷 하자.


엄마는 딸이 대학생 되면 또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딸이 뭔 말이냐며 펄쩍 뛰지 않기를...

우리 같은 책 읽고 모녀 독서 모임 하는 건 어떨까?^^

엄마의 새로운 소원이다, 가족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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